10년 단위로 시간을 분절해서 역사를 되돌아보는 방식이 어떤 확고한 이론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국 현대사의 경우, 편의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기술 방식이 상당한 역사적 실감을 불러일으키며 거부하기 어려운 위력을 발휘해온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지 않은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한국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대략 10년 주기의 첫머리에 놓이면서 향후 이어지는 시간들에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일종의 원형적 밑그림이 되어왔다. 예를 들어 1950년의 한국전쟁이 그랬고, 1960년의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