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창비신인소설상 심사평

 

‘제7회 창비신인소설상’에 응모된 원고는 총 492편이었다. 이 원고를 다섯 명의 심사위원이 1차심사에서 나눠읽은 뒤,10명의 작품을 본심에 올려놓고 집중적으로 토론하였다. 본심 진출작의 장단점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당선작의 수준이었다. 비록 신인문학상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작가를 발견해내는 데 있긴 하지만, 그것은 어찌됐건 당선작에서 시작한다고 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심사한 원고 중에는 당선권 안에서 전반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부분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원고들은 있었지만, 당선작으로 소개할 만한 완성된 작품은 아니었다.

심사과정에서 논의된 것들을 몇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신인을 뽑는 다양한 제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응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응모하는 원고가 수정되거나 향상되지 않은 채 투고되는 것은 당사자의 문학적 열정이나 자기 작품에 대한 판단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기성 작가의 경우에도 출판되기 전까지는 자기 작품을 언제라도 교정 가능한 원고로 보는 사람들이 많으며, 심지어는 출판된 이후에도 수정하는 일이 빈번하다. 작가라면 자기 작품에 책임을 져야 한다. 그건 신인상 응모자들도 마찬가지다.

한편 신인상 심사에서 늘 거론되는 문제로 새로움이라는 게 있다.신인은 선배작가들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리의 문학적 전통이 짧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그 새로움이란 기껏해야 전통을 갱신하는 정도다. 문제는 이 전통이 얼마나 갱신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는 응모작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에서 이 전통을 갱신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그건 신인을 발굴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현실의 땅에 발을 디디고 선 문장이 한번도 보지 못한 낯선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신인상 당선작이란 그런 모습을 지녔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인상 응모작들은 이와는 반대인 경우가 많다. 이번 응모작들은 낯선 풍경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응모작들이 기성의 다른 작품을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어떤 신인상에서는 당선이 되고 어떤 신인상에서는 당선이 되지 않는 경계점에 놓인 작품군이 있다. 이번 본심 진출작 중에서도 여러 편이 언급됐다. 문장력과 구성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가 펼쳐 보일 문학적 세계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의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문장력과 구성력은 결국 자신의 문학적 세계를 그리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원고매수 때문에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거나 결말을 이끌어내기 위해 섣부르게 화해하거나 불가능한 인과관계를 끌어들이는 일은 응모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결말은 온전히 그 작가의 세계다. 그 세계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우대희의 「장미」, 안보윤의 「벙어리 매미」, 이서진의 「안개를 건너는 법」, 박제인의 「선물」 등이 모두 이 단계에 해당한다.

이분들께 고언을 드리자면, 심사자든 일반 독자든 신인상 수상작을 읽는 이는 어디까지나 진경을 보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그건 눈을 비빌 정도의 진경(珍景)이자 감탄을 금치 못할 진경(眞景)이며 한 작가의 깊이를 보여주는 진경(眞境), 혹은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나타내는 진경(進境)이다. 이 진경을 보는 일은 결국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음을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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