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과 현장

 

2007 남북정상회담을 결산한다

 

 

김근식 金根植

경남대 정치언론학부 교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공저서로 『남북한 관계론』 『북한 도시의 위기와 변화』 『북한의 체제전망과 남북경협』 등이 있음. kimosung@kyungnam.ac.kr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도출된‘2007 남북정상선언’을 놓고 엇갈린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이재정(李在禎) 통일부장관은 향후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킬‘천사’정상선언(10.04)으로 명명한 데 반해,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핵폐기 약속 없이 북에 제공할 목록만 합의해준 실패작이라고 혹평했다. 심지어 정상회담의 성과 등은 제쳐둔 채 논란이 되는 일부 지점만 집중 제기하면서 전체 정상회담의 의미를 퇴색시키기까지 하고 있다.

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에 다녀온 필자로서는 이같은 엇갈린 평가를 접하면서, 분명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 있음에도 이를 애써 무시하고 흠집내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우리 정치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선 국면의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존재하는 성과를 백안시한 채 존재하지도 않는 문제점을 자꾸만 부각하는 것은 남북관계라는 초당적인 사안에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행태이다. 최근 핵문제 해결 움직임과 더불어 이제는 한반도 평화체제가 가시화될 정세변화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어렵게 도래한 한반도 정세 급변기에 정치적 고려만 내세우며 주저하고 머뭇거린다면 또 한번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고 말 것이다.

 

 

6·15공동선언의 계승과 발전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가 우리가 동의하는 방향이라면 이번 2007 남북정상선언은 이를 위한 구체적이고 의미있는 합의들을 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 합의는‘6·15공동선언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압축적 표현으로 그 역사적 의미를 정리할 수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6·15공동선언에 따라 그동안 남북관계는 꾸준히 발전해왔다. 6·15공동선언을 계기로 반세기 이상 지속된 적대적 대결관계 대신 화해협력의 관계가 개막될 수 있었고, 그 방향으로 지금까지 7년 동안 남북관계가 유지되어왔다. 그러나 6·15가 개척한 길을 걸어오면서 새로운 과제가 생겨났고 극복해야 할 과제도 발생했다. 정치·군사분야의 진전을 이뤄내야 했고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경제협력 방식을 창출해야 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6·15공동선언에 기초해 지속되어왔던 남북관계를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화해협력이라는 6·15공동선언의 큰 방향을 그대로 이어나가되6·15공동선언에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을 새롭게 이끌어냄으로써 향후 남북관계를 좀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이 바로 이번 정상회담이었다. 2007 남북정상선언은 6·15가 열어놓은 길을 좀더 넓히고 포장하고 반듯하게 가꿈으로써 우리가 목표로 하는 평화와 통일이라는 목적지까지 무사히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와 군사분야의 진전이 이뤄짐으로써 정상적인 남북관계 발전이 가능해졌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경제와 사회·문화가 앞서가고 정치와 군사는 뒤처지는 불균형한 모습이었다. 경제협력과 사회·문화교류가 빈번해진 반면, 정치적 화해와 군사적 신뢰구축은 그에 따라가지 못하는 비정상적 형국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은 상호 적대관계 해소,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그리고 전쟁반대와 불가침 의무를 재확인하면서 앞으로 서해상에서 군사적 신뢰구축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

이는 남북관계에서 군사분야의 신뢰를 가시화하는 것이며, 나아가 경제협력의 확대·발전을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경협 발전의 발목을 잡았던 것이 바로 남북간 군사분야의 신뢰 부족이었다. 완공해놓은 경의선 철도를 운행하지 못한 핵심적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군사적 보장조치의 문제였다. 남북간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불가불 군사적 신뢰구축과 이에 따른 군사적 보장조치가 원만히 마련되어야 한다. 결국 경협 발전의 선결조건이 바로 군사분야의 보장이고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군사적 신뢰구축이 합의된 것은 향후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데 사활적인 의미를 갖는 셈이다.

물론 정치분야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냈다. 공동선언 2항에 나온‘상호 존중과 신뢰의 남북관계로의 전환’은 앞으로 남과 북이 상대방을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정치적 화해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상호 내정불간섭과 상대방을 부인하는 법제도의 정비 등은 앞으로 남과 북이 상대방 체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용인하는 구체적 내용이 될 것이다. 경제적 협력과 사회·문화적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더라도 상대방의 정치적 실체를 서로 인정하지 않으면 남북의 화해협력은 항상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상대방의 체제·이념·제도를 인정하고 이에 기초해 상호 존중과 신뢰의 남북관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야말로 정상적 관계의 기본이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 기간에 남측 대표단이 공식일정으로 아리랑공연을 참관한 것도 사실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상징적 조치이다. 이는 2005년 서울을 방문한 김기남(金基南) 당비서 일행이 공식적으로 현충원을 방문한 일에 상응하는 조치로서, 향후 남북간 정치적 화해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정치·군사분야의 진전과 함께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경협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고 공리공영(共利共榮)과 유무상통(有無相通)의 원칙하에 경제협력을 더욱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존의 경제협력이 대부분 남쪽이 북쪽에 경제적 도움을 주는 일방적인 시혜성 지원이라는 의미를 갖는다면, 이제는 남과 북이 서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저자의 다른 글 더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