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4·15총선, 민주노동당, 그리고 시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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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여성민우회 공동대표 shk17@lycos.co.kr

박석운 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 노동정책연구소 소장 a0011@chollian.net

정관용 정치평론가, KBS 1TV ‘생방송심야토론’ 진행자 kyc2121@pressian.com

하승창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 chang@mail.ww.or.kr

 

 

때: 2004년 4월 21일

곳: 한국프레스쎈터 20층 모란실

 

 

정관용(사회) 안녕하십니까. 이번 4·15총선으로 우리 정치에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되어 그것이 갖는 의미를 심도깊게 살펴보고자 『창작과비평』에서 긴급좌담을 마련했습니다. 좌담에서는 이번 총선의 의미와 전망 등을 얘기하겠지만, 주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과 시민운동의 역할에 시간을 할애하겠습니다. 이 자리에는 ‘전국민중연대’ 박석운 집행위원장, ‘여성민우회’ 김상희 공동대표, ‘함께하는시민행동’ 하승창 사무처장을 모셨습니다. 열린우리당이 152석, 한나라당이 121석, 민주노동당이 10석, 새천년민주당이 9석, 자민련이 4석을 얻은 이번 총선에 대해 어떻게들 보시는지요? 어떤 분은 50년 만의 의미있는 선거라고 하고,1987년 이후로 보면 17년 만의 의미를 부여하는 분도 있고, 또 대통령선거의 연장선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분도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상징하는 바가 상당히 크죠.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선거를 바라보는 세 분의 기본시각을 드러내줄 것 같은데요?

 

 

17대 총선, 세력교체인가 인물교체인가

 

박석운 50년 만이라는 것은 사실 맞지 않습니다.4·19혁명이후 많지는 않았지만 진보정당의 의석이 있었기 때문에 43년 만이라고 해야죠. 결과적으로는 87년의 연장선과 43년 만의 진보정당의 의회진입, 양측면의 의미가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총선이 부르주아민주주의의 완성단계로 진입한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봅니다. 진보정당의 의회진입으로 한국정치가 재편되는 길목에 있다는 점에서 87년의 완성이라는 의미도 있죠. 정치에 새로운 씨앗이 뿌려지고 가시적인 정치세력이 등장했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양상이 표면화될 겁니다.

鄭寬容신자유주의적 세계경제 질서와 미국중심의 외교적 질서 속에서 이를 돌파할 정교한 계획을 마련하고 단계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이 나타나야만 진정한 세력교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鄭寬容
신자유주의적 세계경제 질서와 미국중심의 외교적 질서 속에서 이를 돌파할 정교한 계획을 마련하고 단계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이 나타나야만 진정한 세력교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김상희 저는 이번 총선이 굉장히 중요한 국면이 될 거라는 얘기를 시민사회단체에서 많이 했어요.보수독점정치·지역정치구도·부패정치·보스정치의 균열, 정당민주화, 여성과 특정계층을 배제한 소외의 정치나 엘리뜨들의 독점정치 탈피 등 여러 면에서 조금씩 진일보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엘리뜨·보수독점 정치판에 진보정당의 진출로 새로운 정치구도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50년 만이든 43년 만이든 엄청난 의미가 있어요. 충분하지는 않지만 지역정치구도가 약화되고,60년대부터 오랫동안 정치를 대별(大別)했던 3김정치·보스정치가 완전히 퇴장했지요. 정당민주화도 일정정도의 진전을 이루었고, 여성·장애인·농민 등의 정치권 진출로―이 부분은 진보정당뿐 아니라 다른 정당의 경우에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역할이 컸어요―소외의 정치를 어느정도 극복했습니다. 그리고 부패정치도 웬만큼 청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보면, 여러 영역에서 정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승창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총선의 의미가 좀 달라질 텐데, 비로소 정상(正常)정치로 들어설 조건이 마련됐다는 점을 중요하게 봐야 합니다.1987년에 대통령직선제를 통해서 절차적 민주주의, 즉 근대적인 권력선출 절차를 일정하게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과정과 내용은 상당히 전근대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지역과 보스 중심이어서 한 개인의 카리스마나 지역성이 정당의 정체성을 대변했고 개인의 색깔이 당의 색깔이었지요. 당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당명이나 본래적 의미의 정당정치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어요. 시민운동단체가 정책평가를 중심으로 운동해봐도 별 효과가 없다가,2000년 낙선운동부터 우리 사회의 더욱 근대적인 질서를 추동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후진적이고 저질적인 정치판을 청산해야겠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낙선운동이 위력을 발휘했던 거죠. 반면에 정책평가운동이나 정책지원 등은 별 성과를 못 냈어요. 이번 총선에서 탄핵반대운동 때문에 힘에 부친 점도 있었지만 역시 그러한 문제가 드러났죠. 하여튼 근대적인 정치의 정상화가 비로소 가능해지면서 각 정당의 자기정체성이 중요한 문제로 드러날 겁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현실에서도 이 방향성을 가속화할 것입니다.

朴錫運 민주노동당이 타협하는 순간 설 자리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현재 민주노동당의 입장이나 당선자들의 개인적 정체성, 전체적인 정치문화로 볼 때 명시적 타협은 결코 없을 거예요.

朴錫運
민주노동당이 타협하는 순간 설 자리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현재 민주노동당의 입장이나 당선자들의 개인적 정체성, 전체적인 정치문화로 볼 때 명시적 타협은 결코 없을 거예요.

정관용 43년 만이라는 규정 속에는 진보정당의 원내진입이라는 의미가 들어 있고,17년 만이라는 것은 소위 정치적 기득권세력의 퇴장, 세력교체라는 의미의 규정일 텐데, 세 분 다 그런 의미들이 복합적으로 들어 있다고 말씀하시네요. 그런데 저는 세력교체에 대해서는 유보하고 싶어요. 인물교체는 분명히 이루어졌지만 그것이 진정한 세력교체인지는 좀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습니다. 여기엔 민주노동당이 10석밖에 안되는 등 여러 요소가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변화는 새로 등장한 정치신인이 열린우리당 내의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한나라당에서도 상당히 큰 폭의 물갈이가 이루어졌다는 점이죠. 게다가 지역에 기반을 둔 민주당과 자민련의 몰락은 구정치 기득권구조에 기생하던 정치세력의 퇴장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초선의원들이 구세력과 정말 어떤 차이를 지녔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배경이나 정치적 성향이 매우 다양하고 뒤죽박죽이죠. 전반적으로 열린우리당에 진보적인 세력이 더 많지만, 한나라당 초선의원 중엔 열린우리당 초선의원의 평균치보다 더 진보적인 이들도 상당히 있어요. 즉 구정치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의 퇴장으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이를 세력교체라고까지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달고 싶다는 겁니다.

김상희 그렇지만 판갈이·물갈이가 이번에 국민들에게 회자되지 않았습니까? 일단 내용을 지켜봐야겠지만 구도와 사람이 바뀐 건 분명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것이 세력교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해도 앞으로 한국정치의 역사가 새롭게 전개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

 

金相姬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 후에 노동운동과 민중진영이 어떻게 변할지, 그리고 민중진영이 민주노동당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에 따라서 시민운동의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겁니다.

金相姬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 후에 노동운동과 민중진영이 어떻게 변할지, 그리고 민중진영이 민주노동당에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에 따라서 시민운동의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겁니다.

박석운 정선생님 이야기의 취지에는 대개 동감하지만, 변화가 이루어질 때 곧바로 획기적인 질적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사회변화가 이루어질 때 전환점을 전후해서는 점차 새로운 질이 지배적인 형태가 되어간다고 할 때, 변화의 시작이라 할 수 있죠. 부르주아민주주의의 완성단계로의 진입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것이 곧바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겠죠. 다만 완성단계로 진입하는 전환점은 되지 않을까요? 이 단계에서 한나라당이든 열린우리당이든 급속하게 체질을 개선하게 되리라고 봅니다.

하승창 개인의 역할이 아니라 정당의 자기정체성 확립이 체질개선에서 중요하게 될 텐데, 한나라당이 이전처럼 수구로 갈 것 같지는 않아요. 예컨대 선거과정에서 나타난 남북관계에 대한 한나라당의 제안은 사실상 햇볕정책을 차용한 것이잖습니까? 그래서 열린우리당에서는 자기정체성의 차별적 정립을 위한 고민이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열린우리당의 당선자 면면을 볼 때 내부갈등도 만만찮겠다는 느낌도 들지만, 한편으로 그런 가운데 의미있는 정치세력이 형성되어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관용 기존에 상당히 오른쪽에 위치해 있던 한나라당이 중도보수적 형태로 전환할 것이 예상된다고 하겠습니다. 열린우리당도 민주당에서 분당해 나오면서 민주당보다 더 개혁적인 주장을 했지만, 다수당이 되면서 민주당이 주장해온 중도개혁노선으로의 전환이 예상된단 말이죠. 그러니까 중도로 수렴한 두 당의 정책대결이 세력교체의 의미를 가지려면 정치적 대결 접점이 계급적 의미에서도 이동해야 하거든요. 이 문제가 민주노동당의 국회진출 때문에 계속해서 쟁점이 되기는 할 텐데, 과연 중심쟁점이 되겠는가 하는 점이 아직 의문일 수밖에 없고, 결국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중도로 수렴되는 정책 접점을 찾게 되면, 기존의 한나라당과 민주당 구도에서 보이던 것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따져봐야 합니다.

河勝彰 대중운동화에서 주목해야 할 키워드 중의 하나는‘개인’이라고 생각합니다.‘개인’들의 자유로운 네트워크라는 상상이 시민운동의 대중운동화 전망을 더욱 자극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河勝彰
대중운동화에서 주목해야 할 키워드 중의 하나는‘개인’이라고 생각합니다.‘개인’들의 자유로운 네트워크라는 상상이 시민운동의 대중운동화 전망을 더욱 자극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박석운 길게 보면 결국 중도보수로의 수렴을 예측하는 것이 정상적인 판단이겠죠.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열린우리당이 자기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중도보수로 수렴되기보다는 부르주아민주주의적 개혁, 일반민주주의적 개혁에 어느정도 매진하는 양상을 보이지 않겠습니까? 이른바 개혁경쟁에서 바로 중도보수로 후퇴하기보다는 초기에는 부르주아민주주의적인 합리성을 추구하고, 즉 보수와 진보 사이의 중도에서 일반민주주의적 개혁노선을 추구하고,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일부 수용, 일부 저항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가, 어떤 계기―저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정책 때문에 다시 여러 분란이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를 통해 부르주아민주주의적 개혁이 좌절되거나 지리멸렬해지면서, 정치권의 재편과 새로운 수렴이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열린우리당·한나라당·민주노동당이란 판도에서 세력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 내부의 정치지형도 변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른바 수구 기득권세력이 퇴조하고는 있지만 제도권 내의 표면적인 권력과는 다르게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구조적인 권력을 장악하고 있어요. 이에 대한 정리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수구세력의 기득권 유지와 관련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결국 개혁은 후퇴하고 양당의 정책은 중도보수로 수렴되어 별 차이가 없는 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럴 경우 양당 내, 특히 열린우리당 내의 이른바 ‘개혁세력’은 진퇴양난에 빠지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겠지만 여러 차원의 지형 변화가 모색될 가능성도 있는 거죠.

김상희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한나라당 지지층과 열린우리당 지지층의 차이는 이번 선거에서 더 뚜렷하고 명백해졌습니다. 하지만 정교한 절차적 민주주의 부문에서는 양당이 개혁경쟁을 할 가능성이 높고, 특히 정치관계법 등의 문제는 이미 많이 해소된데다 양당 모두 국민소환제를 주장하고 있어서 정치개혁에서는 별 차별성이 없으리라고 생각해요. 결국 경제부문에서 차이가 뚜렷이 드러나겠죠. 한나라당은 지지기반인 기득권세력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중도 쪽으로도 기울지 못한 채 차별성을 드러내면서 자기정체성을 찾아가겠죠. 민주노동당의 존재는 일반 국민들의 레드콤플렉스를 여지없이 깨줄 겁니다. 또한 정치권에서도 이제는 레드콤플렉스가 없어질 듯싶어요. 그래서 중도개혁파들이 상당히 자유롭게 개혁노선을 얘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중도개혁과 보수세력―보수세력엔 아직 수구세력이 많아서 중도보수라고 얘기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아요―양자는 분명히 자기정체성을 찾아갈 거고, 특히 신자유주의적인 세계경제 흐름에서 그 차별성은 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라고 봅니다.

 

 

열린우리당의 이후 정책은

 

정관용 노무현정권 2기의 전망은 맨 마지막에 논의하려고 했는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는 것이 나을 것 같군요. 지금 김상희 대표께서 잘 정리해주셨는데, 정치부문에서 일반민주주의적인 개혁과제는 별로 남아 있지도 않지만 앞으로 잘 진행될 거예요. 경제부문에서 차이점이 드러날 것이라 하셨는데, 저는 약간 생각이 달라요. 세력교체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노무현정부 2기의 경제정책 기조는 실용주의적 노선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노선은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전제하에 출발하는 것이고, 특히 한국경제의 최근 위기국면을 타개하는 데 최우선의 비중을 둘 것이기 때문에, 분배나 복지 등을 당장 전면에 내세우기는 어려울 겁니다. 결국 경제정책에서는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죠. 두번째로 남북관계와 외교분야입니다. 햇볕정책 기조는 이어질 것이고, 한미관계의 재조정이나 이라크 파병문제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주변국가와의 관계에서 뭔가 획기적인 전환이 시도되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즉 경제적 위기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논리 때문에 외교에서 자주성 강화를 내세우는 정책기조는 제한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라는 겁니다. 신자유주의적 세계경제 질서와 미국중심의 외교질서 속에서 집권세력인 열린우리당과 노무현정부가 이를 돌파할 정교한 계획을 마련하고 단계적으로 실천하는 모습이 나타나야만 진정한 세력교체라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걸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죠.

박석운 경제정책에서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견해에 동의해요. 노무현정부나 열린우리당의 정책기조는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완급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나라당의 정책기조와 거의 같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정책이라는 측면에서는 민주노동당과 갈등구조가 생기게 될 거라고 봐요. 그리고 언론문제 등 사회정치적 측면에 있어서는 각자 개혁이라는 용어를 쓰겠지만 내용에서 서로 많이 다를 겁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주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갈등구조가 형성되겠죠. 결국 경제정책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비슷한 입장을 취하면서, 소수정당이지만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민주노동당과의 사이에 일정한 갈등구조가 형성되고, 사회적 측면에서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공조하면서, 한나라당과 갈등·경쟁하는 구조가 형성되는 이중적인 양상을 당분간 띠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하승창 저는 17대 국회에서 언론개혁에 관한 정책제안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에 아직까지 수구적 시각들이 남아 있더라도, 한나라당이 여전히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으로 어쩔 수 없이 안고 가는 측면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앞으로 수구보수 경향과의 대립이 중심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경제적 과제의 경우 재벌개혁 문제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을 것 같고요. 세제문제, 특히 토지세 문제 등에서도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과거에는 정치적 선언으로 ‘우리는 서민을 대변한다, 우리는 차별성이 있다’고 주장했다면, 점차 구체적인 경제적 과제를 의제화해서 어느 쪽이 선점하느냐의 문제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중요해질 것입니다. 앞으로는 정책들의 적합성 여부나 실현과정의 치밀성과 정교성 측면에서 드러나는 차별성이 부각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각 정당마다 정책연구소 강화 등을 통해서 정책을 더욱 정밀하게 연구하고 그 과정 자체를 보여주는 것을 중요하게 여길 테고, 그런 측면의 차이 정도가 두 당의 차별성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이 차이를 등한시하고 부차적 요소로 여길 경우에는 당마다 이념적 지향이 강한 그룹이 있기 때문에 당내 갈등이 생겨날 텐데, 이런 것들이 향후에 정치세력이 어떻게 재편되어갈지를 보여주는 단초가 될 겁니다.

김상희 큰 흐름에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신자유주의·실용주의 외교노선에서 차별성이 없는 것 같지만, 시장중심주의나 국가개입에 얼마나 많은 무게를 두느냐에서는 구체적인 정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많이 부딪칠 겁니다. 그 차이는 지금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그것과 유사하지 않을까요. 재벌개혁 등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씀들 하셨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을 거예요. 정치적 민주화에서는 차이가 없겠지만 경제적 민주화에서는 굉장히 많은 충돌이 생겨날 겁니다. 경제적인 투명성, 시민의 개입 등을 기업측에서 계속 거부하고 있잖아요. 결국 한나라당은 기업 편에 서서 기업의 부담을 최대로 줄여주면서 경제성장을 지향할 것이고, 열린우리당은 시장중심이라는 기본맥락은 같지만 경제적 민주화, 시민통제 등에 무게를 둘 터이므로 서로 충돌할 거라고 봐요. 시장중심이냐 아니냐에 따라 교육정책과 노동정책에서 명백하게 차이가 날 겁니다. 그래서 임기 4년 동안 민주노동당과 함께 각 당이 나름대로 분명한 색깔을 가질 겁니다. 다만 경제성장의 문제는 열린우리당이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데 있어서 상당부분 발목을 잡을 테니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지역주의 정치구도의 균열

 

정관용 지금 세 분간에 약간씩 의견차이가 나는데, 그 부분은 앞으로 지켜봐야 할 중요대목이라고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선거과정에 대해 두 가지 정도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역주의 문제와 감성정치 내지는 미디어정치의 문제점인데, 먼저 지역주의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승창 어쨌든 이제 지역주의에 균열이 생겼다고 보는데요. 열린우리당의 영남 의석 확보보다는 민주노동당의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가 제일 중요한 변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정당비례대표제를 통해서 확인된 것으로 10% 이상의 민주노동당 표는 지역구도를 초월한 표라는 점과, 또 호남에서 한나라당 표는 적었지만 열린우리당의 경우 충청권을 포함해서 전국적으로 일정한 표를 얻었다는 점은 지역주의가 이전만큼 강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한나라당에도 일정부분 해당하지만, 민주당과 자민련이 지역주의에 기초한 선거전략을 세웠다가 완전히 몰락했다는 점도 상징적입니다. 충청도의 경우에는 ‘지역의 이익’이 강했고 ‘우리 지역’ 의식은 약했기 때문에 열린우리당을 선택한 것인데,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징후들이죠.

정관용 좌담의 재미를 위해서 제가 대립되는 관점에서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번 선거에서 지역주의의 변화된 모습을 봤습니다. 기존 지역주의는 3김을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지역적 동질감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형태였는데 이제 3김은 완전히 퇴장했어요. 대신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계급계층적 이해관계의 표출이 아니라 지역민들의 약간은 잘못된 집단적 이해관계, 저는 이걸 의사적(擬似的) 이해관계라고 부르는데요, 이를 통한 정치선택이 지역주의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방금 하승창 사무처장이 민주당과 자민련이 지역주의적이었고 한나라당도 어느정도는 그렇다고 하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