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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황명걸 黃明杰
1935년 평양 출생. 1962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시집 『한국의 아이』 『내 마음의 솔밭』 등이 있음.
복수초
나 사랑하리
복수초를
눈밭 비집고
얼음장 녹이며
추위에 얼굴이 상기된 채
짙노랗게 핀 복수초
나 바치리
복수초를
나에게 생명 주시고
껍데기 거두어 가실
두 분 노친께
달리 드릴 아무것 없어
나 받으리
복수초를
나 그러했듯
자녀에게서 복수초 닮은
손들 슬하에 거두리
다른 아무것 필요없으니
점등사
김규동 선생 ‘통일염원시각전’에 부쳐
담배 한갑
시위장 같은 데서 가끔 만나면
불쑥 호주머니에 쑤셔넣어 주시던
김규동 선생의 백양담배 한갑
그것은 후배에 대한 사랑을 넘는
열심히 하라는 격려였다
작은 키 깡마른 몸집에
소년같이 가벼워 보이는 선생의
천근 바위 같은 사랑의
잠자리 같은 실천
실바람처럼 경쾌하구나
솜털처럼 부담없구나
젊어서는 모더니스트로
늙어서는 통일 일꾼으로
열심히 사시는 선생
타박타박 성내를 돌며
거리의 등불을 밝히는
등이 굽은 점등사여
함북 경성 사람
서울 대치동 사람
김규동 시인
명창의 목
쪽찐 머리 고운 얼굴에
잔뜩 힘줄 선 목줄기
이런 상극이 어디 있으랴만
한창 휘모리로 접어든
여류 명창의 목은 차라리
처절하면서도 기막히게 아름다운
이건 비장미의 극치인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