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시
배영옥 裵英玉
1966년 대구 출생. 1999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janus99@hanmail.net
울음
스무살 때 엄마가 세상을 떠났다
나는 상복을 입고서도 울지 않았다
먹은 것 다 토해내고 우황청심환을 먹었다
내 울음은 오래전에 죽어 있었던 것
죽어 있는 울음을 다시 불러들이는 어떤 방법도 나는 알지 못했다
죽음과 울음의 불가분의 관계를 깨트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는 내 핏속에 흐르지 않는 울음의 내력에 감사했다
어느 봄날, 샛노란 어질머리 같은 달빛에
속수무책 터져나온 울음이 그치질 않았다
그건 뒤늦게 내게 다가온 악몽 같았다
엄마가 한참이나 지나서 내게 보내준 선물 같았다
내 생애에
어떤 울음을 막무가내로 막아두었던 기억이 있다
내부에서 밖으로 번져나오는 설움으로,
울음 울다가 울다가
어떤 흔적들은 계속 울음을 흘려보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순간
한순간 제 몸을 수축시켜 색이 짙어지는 것
어느 순간 색이 진해진 것들은
나머지 생을, 전심전력,
순간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어느 지점까지 꽃은
남은 물기를 꽃잎에 모아보고,
제일 마지막 남은 힘은 불타오르는 꽃의 둘레를 그린다
색이 진해지면서 형태를 벗어나려는 순간,
반짝
화색이 도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지탱하기 힘든
바로 그 순간,
막바지 내리막으로 내려서기 전
짧고 짧은
반작용의 한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