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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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申鉉正

1948년 서울 출생. 197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대립』 『염소와 풀밭』 『자전거 도둑』 등이 있음. yejinad@korea.com

 

 

 

와불

 

 

나 운주사에 가서 와불(臥佛)에게로 가서

 

벌떡 일어나시라고 할 거야

 

한세상 내놓으시라고 할 거야

 

와불이 누우면서 발을 길게 뻗으면서

 

저만큼 밀쳐낸 한세상 내놓으시라고 할 거야

 

산 내놓으시라고 할 거야

 

아마도 잠버릇 사납게 무심코 내찼을지도 모를

 

산 두어 개 내놓으시라고 할 거야

 

그만큼 누워 있으면 이무기라도 되었을 텐데

 

이무기 내놓으시라

 

이무기 내놓으시라

 

이무기 내놓으시라고 할 거야

 

정말 안 일어나실 거냐고

 

천년 내놓으시라

 

천년 내놓으시라고 할 거야

 

 

 

이 하루의 전쟁

 

 

갯바위에 나와 앉아 술병을 나발 불다

 

뱃고동을 뚜우뚜우 불다

 

낮달이 뜨다

 

바야흐로 세상은 썰물인 것으로서 황량한 개펄이다

 

음 저 달이 밤으로 돌아가지 않고 무얼 하나 했더니

 

바닷물을 다 삼키고 있군

 

인력(引力)이 얼마나 대단한 작용을 하는지는 몰라도

 

개펄 전체가 무수한 구멍들이 송송 나버리다

 

어렵쇼 저 구멍들에서 무슨 무서운 집게발부터 나오는 게 있어 보니

 

아주 조그만 게들이다

 

음 드디어 시작됐군 전쟁이

 

게들의 군무가 시작되다

 

갈매기가 떴든가 구름이라도 떴든가 구름이 슬적슬적 해를 가린다든가

 

그때마다 게들은 혼비백산 몸을 감추다

 

구멍에서 나왔단 숨고 숨었다간 다시 나오다

 

꼭 숨바꼭질하는 거 같다

 

그렇다면 아 갈매기 구름 파도 독도(獨島) 이런 것들을

 

영원한 술래로 따돌려보는 것도 괜찮다 싶다

 

햇살이 따사로우니 아 평화란 저런 것일 수 있겠다

 

먼 바다를 놓고 술 마시면 절대 술 안 취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갯바위를 못 떠나고 있는 나에게

 

아주 짠 오수가 밀려들다

 

밀물이 도래할 시간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