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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혜미 李慧美
1988년 경기 안양 출생. 2006년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panpolove@naver.com
제3통증
없는 네가 가장 아름답다
일생에 단 한번 붉은빛 새순을 틔우고 비틀비틀 떠나는 자여, 어디에서 비척이며 연명하던 행려병자이기에 부끄러움 모르고 알몸으로 섰는가 쿨럭쿨럭 안개를 토해내며, 부드러운 거짓들이 가시 박힌 수레바퀴를 천천히 굴리며 다가온다 오늘 세계는 물그릇처럼 아프다. 밤의 태양은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쓰고
두려워 울고 있다. 수은이 흐르는 강을 건너며, 오늘은 燈을 켜들지 말자. 벼랑 근처에서 일렁이는 너의 입가에 별들이 가득 고였으니. 한 밤을 버리고 사랑하지 않는 매듭을 얻어 불행의 화관을 쓰게 될지라도
휘발하는 것만이 우리의 경전이다.
피투성이 파란 종기가 너의 뺨에 기생하기 시작한다
不面
해안가를 따라. 썩어가는 물속에서 고양이의 머리뼈를 건졌을 때, 살찐 나의 몸이 못내 부끄러웠다. 기괴한 형상의 돌들이 온갖 비유들을 모아쥐고 굳어갔지만, 그게 그들의 정처일 리 없었다. 흡뜬 눈에 비해 풍경은 늘 비좁았으므로. 신발을 양손에 나누어 들고 얼룩진 눈을 한 채 새벽을 기다렸다 그날의 그림자는 꼬리를 길게 끌며 사라졌다.
배웅과 마중,
서로를 견디는 방식
여리고 더럽혀진 몸을 만질 때마다 자궁 속에서 순하게 죽었다는 남동생이 그리웠다. 어떤 증식을 위해 이토록 많은 분자들과 떠도는 바람이 필요했던 걸까 잠든 자의 흰자위가 빠르게 녹아들 때 젖은 나무들은 백야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불완전한 더듬이를 뻗어 잊혀진 풍문을 삐걱 열어본 순간, ……그게 내 얼굴일 리 없다, 그게 내 얼굴일 리가 없었다.
파도가 밀어주는 계단 한칸마다 두번째 발자국을 남기며
뼈 없는 표정들만 길게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