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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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 소수자의 눈으로 한국사회를 본다 ③

 

퀴어한 시민권을 향해

성소수자의 삶과 죽음을 정치화하기

 

 

나영정

퀴어활동가.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 띵동, 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 장애여성공감 등에 몸담고 있다. 공저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 『남성성과 젠더』 등이 있음. taripink@gmail.com

 

 

1. 성소수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가능한가

 

지난 617일, 홍대입구역 근처 경의선숲길공원 초입에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LGBT클럽 총격 사건에 대한 추모제가 열렸다. 서울에서 열린 두번째 추모제였다. 현지시간 12일 새벽에 참사가 발생했고 서울에서는 13일 저녁에 첫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는 최근 몇달간 한국에 체류하며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참여해왔던 올랜도 출신 미국 인류학자 팀 깃즌(Tim Gitzen)의 제안1)으로 준비되었고, 시민들이 휴식하는 도심의 작은 공원에서 소박하게 열렸다. 촛불을 들고 헌화를 하고 추모의 발언을 나누고, 성소수자의 삶이 담긴 노래공연도 이어졌다. 게이클럽을 타깃으로 벌어진 올랜도 참사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범죄로 규정하고, 공적인 공간에서 추모행사를 열며,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성소수자가 가진 두려움과 분노를 표현하고 용기를 나누었다.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심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나라 미국에서 벌어진 참사에 큰 충격을 받았고, 또한 이 사건을 자연스럽게 한국사회에 대입해보았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미국, 한국 등 국가가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행하는 국민에 대한 통제 및 감시 강화, 그리고 이른바 사회적으로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특정 국가, 종교, 민족 출신에 대한 차별을 용인하지 말자는 제안이 있었다. 그 점은 ‘Queer Against Islamophobia’(퀴어는 이슬람혐오에 반대한다) 같은 구호를 통해서, 이 사건이 이슬람혐오를 부추기거나 무슬림계 이민자를 차별하는 데 이용되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로 발화되었다. 또한 이날의 추모제가 특이했던 것은 그동안 성소수자 인권운동과 매우 제한적으로 관계를 맺어왔던 이태원의 게이클럽이 참여해서 추모 발언과 드랙 공연2)을 했다는 점이다. 올랜도 참사가 벌어진 공간이 ‘펄스’라는 게이클럽이었다는 점이 한국의 클럽의 의미 또한 다시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클럽 안에서 벌어지는 성소수자들의 퀴어한 쾌락적 실천이 이러한 공적 공간에서 상연되자, 이것이 바로 클럽에서 희생된 이들과 지금을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의 명예를 세우는 방식이라고 느껴졌다.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는 그들의 인권증진을 위한 끈질긴 시도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인 시민’에 머물러 있다.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라는 존재는 여전히 ‘일반적인 것’의 일부로 재현되지 않고, 한국인의 역사에 포함되거나 ‘일반인’들을 대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성소수자의 집단적 재현이나 인정이 가능한 공간은 종로나 이태원 등 특정 지역의 상업시설이며 게이로 대표되는 성소수자는 이 공간에서 소비자로서 환영받는다.3) 하지만 이번 추모제는 소비만이 허락된 게토와 ‘일반’ 시민의 공적 공간의 경계가 일정부분 허물어지는 효과를 거두었다. 추모를 위한 시공간에 드랙퀸이 등장해서 퀴어다운4) 애도와 추모 방법을 제안했는데, 그에 따른 시청각적 광경은 매혹적이어서 바람에 날리는 무지개 깃발과 화려한 분장과 음악소리에 이끌려 영문을 모르고 모여든 ‘일반’ 시민들의 발길도 사로잡았다. 이 추모제를 통해서 성소수자의 죽음이 성소수자로서 명예롭게 기억될 수 있는가, 살아남은 이들은 그 죽음을 동일시하고 공적인 추모를 통해서 애도할 수 있는가, 그 움직임을 공공장소에서 벌임으로써 성소수자의 사회적 위치와 재현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이 글은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시민권을 키워드로 탐색하면서, 소수자의 삶의 권리를 확보해나가는 과정이 누군가의 삶과 죽음이 내포한 의미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시민성을 변화시키는 시도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를 타진해보려고 한다. 이는 성소수자가 애도와 연대의 주체가 될 수 있는가와 연결된다. 단지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성소수자로서 살아간다는 것, 성소수자로 죽고 기억된다는 것은 존재 의미가 파악 가능하다는 뜻이다. 주디스 버틀러( Judith Butler)는 무엇이 애도할 만한 삶으로 중요한가라는 질문이 ‘우리’가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게 하며, 애도는 자신이 겪은 상실에 의해 자신이 어쩌면 영원히 바뀔 수 있음을 받아들일 때 일어난다고 했다.5) 성소수자를 애도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성소수자가 인식 가능한 시민인가, ‘우리’에 포함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과 연결되고, 그 질문을 가로막고 있는 권력과 체제를 마주하게 한다.

 

2016년6월17일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열린 올랜도 참사 추모제 모습. ©터울

 

 

2. 성소수자는 어떻게 불온한 존재가 되는가

 

“‘시민권(citizenship)’이라는 개념은 개인적 정체성과 소속으로 인해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공동체(또는 국가)와 개인 간의 관계를 지칭한다.”6) 성소수자는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과 성별 정체성(gender identity)7)의 차원에서 차이를 가진, 나아가 기존질서와 불화하고 그것에 도전하는 이들이다. 이른바 ‘일반’ 사람들이 정상성을 획득했다는 이유로 성정체성을 특별히 인식할 필요가 없는 특권을 가질 때, 성소수자들은 성정체성을 통해서 자신(의 일부)을 설명하고, LGBTI(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인터섹스)로 대표되는 집단에 동질감과 소속감을 가진다. 이를 이유로, 사회구성원의 한 지위로서 성소수자를 상상해본 적 없는 근대 국민국가 안에서 성소수자들은 차별과 배제를 경험하게 된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근대적 이상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의 삶과 죽음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헌법에 따라 통치한다는 국민국가 또한 공공의 안전과 질서,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어떤 이들이 가진 ‘인간성’은 위협적이고 불온한 것으로 취급한다. 특히 사상이나 신분, 정체성, 배경 등이 주류, 정상성에 속하지 못하는 소수자들이 숨죽이며 사는 대신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의 정당한 몫, 시민권을 요구하기 시작할 때 이러한 취급을 받게 된다. 한국사회에서는 그러한 이들이 한데 묶여 ‘빨갱이’ ‘종북’이라 불린다. 정당한 시민적 요구가 ‘먹고사니즘’으로 폄하되거나, 금전적 이해관계의 문제로 파악되지 않을 때에는 아예 체제를 위협하는 불온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예를 들어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하는 이들에게 ‘종북게이’라는 딱지가 붙었다.8) 이러한 상황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는 단지 숨겨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니다. 국가는 체제의 토대가 되는 이분법적 성별 구분, 이성애에 기반한 낭만적 사랑, 생계와 돌봄을 책임지는 결혼제도 등을 유지하고, 성풍속을 관리하며, 자본주의체제에 부합하는 신체를 길러내기 위한 인구통치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존재 혹은 행위를 범죄화, 병리화했고 그 결과 ‘성소수자’가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 과학 담론과 전문가들이 일정한 역할을 대리하거나, 국가통치의 정당성을 보충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9)

성소수자의 존재가 현 체제와 어떻게 불화하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이는 한국사회의 근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제도인 가족관계등록제도, 주민등록제도, 병역제도의 이성애중심성과 성별이분법이 성소수자를 어떻게 차별하고 배제하는가를 통해서 알 수 있다.10) 우선 가족관계등록부는 호주제가 폐지된 이후 전국민의 출생, 사망, 결혼, 입양 등 신분변동과 관련된 사항을 관장하는 신분제도이다. 모든 국민은 태어날 때부터 남성 혹은 여성으로 표기되고, 그에 따라 아들, 딸, 남편, 아내, 아버지, 어머니로 배치된다. 신분제도가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것으로 갈음되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모든 남성과 여성은 가족 내 성별이 분리된 지위로 배치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성으로 출생신고되었으나 아들, 남편, 아버지로 살지 않으려는, 혹은 그 반대의 트랜스젠더는 신분을 위협받는다. 또한 동성 간 파트너십에 대한 배제는 신분증명서에서 이미 모든 시민에게 부여되어 있는 배우자의 칸을 ‘공란’으로 명시함으로써 발생한다. 국가가 승인을 거부한 부부관계는 이전에 동성동본 부부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 관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비법화, 불법화한다.

주민등록제도는 어떠한가. 이것은 전국민에게 강제적으로 일련번호를 부여하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제도일 뿐 아니라 번호 자체에 생년월일, 성별, 출신지역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어서 각각에 따른 차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다. 또한 주민등록제도는 근본적으로 주거불상의 ‘문제 있는’ 시민들을 걸러내고, 주소지를 증명하지 못하는 시민들을 합법적으로 감금하거나 수용할 수 있었던 관행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아직’ 법적 요건11)을 갖추지 못해 성별 변경을 하지 못한, 혹은 그러한 요건에 맞추기를 거부하여 법적인 성별을 변경하지 않기로 한 트랜스젠더는 주민등록증을 통해서 자신을 증명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은 질병으로 인식되면서도12) 주민등록제도 같은 제도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이들은 존재와 주거지를 스스로 증명할 수 없는 불법적인 시민의 처지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병역제도를 보면, 징병제하에서 한국의 ‘모든’ 남성은 성인이 된 이후 국가 앞에 불려가서 강제적으로 신체검사를 당한다. 이 과정에서 모든 남성은 신체적·정신적 질병 기준이나 기능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는 경험을 한다. 동성애는 더이상 의학적인 진단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등급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병사가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관계를 했다는 사실이 적발되면 군형법상 추행죄로 처벌을 받는다. 병사를 대상으로 한 처벌 조항이지만 징병제 국가에서 이러한 동성애 처벌법이 가진 효과는 작지 않다. 강제성이 없는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이유는 죄명 그대로 오로지 ‘추하다’는 이유 때문이다.13) 더불어 ‘부대관리훈령’의 사고예방과 관련된 조치 안에 동성애자 병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이 훈령에 따라 동성애자 병사는 차별로부터 보호받으면서도 ‘관심병사’로 지정되는 모순된 처지에 놓인다. 한편 자신을 여성으로 인식하는 트랜스젠더는 병역제도 앞에서 자신이 남성이 아니라는 점을 증명해내야 한다. 하지만 징병을 위한 신체검사가 이루어지는 이십대 초반은 많은 트랜스여성들이 금전적 이유 등으로 성전환을 위한 과정을 시작하기 전이기 때문에 의학적인 조치를 통한 신체의 변화를 가장 중요한 근거로 보는 현재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트랜스여성들이 병역기피 혐의를 받고 기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14) 트랜스남성의 경우는 성별변경이 완료되면 국방부로부터 신체검사 통지가 찾아드는데 최근에 신체검사 없이 서류를 통해서 트랜스젠더임을 증명하면 면제처리가 되도록 개선되었다.

이상의 세가지 제도는 성소수자를 배제할 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국가주의적, 군사주의적, 성차별적 권력 등을 공고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모든 국민을 포괄한다고 상상되는 국가의 근간이 되는 제도가 실은 이렇듯 편향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사실은 기존의 체제와 불화하는 성소수자의 존재를 통해서 명징하게 드러난다. 이 편향을 바로잡을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사회적 상황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관용적 태도는 근본적인 억압을 지속할 뿐이다.

이같은 억압적인 조건에도 성소수자들의 커뮤니티는 계속 성장하고 있고, 관련 인권운동은 20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SNS나 유튜브를 통해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해 직접 대중과 소통하는 수많은 성소수자가 있고, 더 많은 이들이 집과 학교와 직장에서 커밍아웃하고 있다. 특히 문화 영역에서 성소수자의 존재가 다양하게 그려지면서 대중에게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는데, 그만큼 이러한 영향력을 위험시하는 인식에 기반한 혐오표현이나 조직적인 차별선동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온전히 자생적이라기보다는 보수 개신교회가 ‘이명박 장로 대통령 만들기’ 등 정치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2007년부터 조직화된 면이 있다. 2007년 말 참여정부의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를 둘러싸고 성소수자는 혐오와 차별의 대상으로 확연히 부상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조직적인 차별선동의 선봉에 선 보수 개신교 세력은 교리에 따른 반대라고 주장하지만, 세속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15) 이렇게 혐오가 증대되는 상황은 ‘온라인 우익’의 성장에 따라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같은 온라인공간에서 모든 사안을 좌우의 이념으로 재배치하는 놀이이자 작업을 수행하는 현상과도 연결된다. 문화적 재현물을 통해서 대중에게 친숙해진 ‘동성애’ 문제는 이러한 놀이 안에서 성소수자 인권을 주장하면 좌익으로, ‘개인의 취향’으로 보는 입장은 중도, 동성애 특히 남성동성애에 혐오감을 표현하며 인권 담론에 대항하는 것은 우파적으로 보는 대략적인 구도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성소수자는 사회경제적 차별의 피해자라기보다 문화적·규범적 정상성에 의해 낙인과 차별을 경험한다고 인식되기 때문에 누구나 동성애를 찬반 수준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성소수자들이 겪는 사회경제적 차별과 억압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16) 차별의 토대로부터 뿌리 뽑힌 채 성적인 아이콘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그만큼 대중화는 될지언정 시민권의 논의를 이어가기 어려운 조건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의 수준을 설정하는 데 정치인과 정부 관료 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표적으로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정에 참여한 대다수의 시민위원들이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명시하자고 결의했으나 서울시가 이를 거부했던 사건을 들 수 있다. 게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로부터 며칠 뒤인 2014121일, 한국장로교연합회에 가서 “(동성애에 대해) 보편적 차별금지 원칙에 대해서는 지지하지만 사회여건상 (종교나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동성애를 명백하게 합법화하거나 지지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시민사회단체가 역할에 따라 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서울시장으로서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17)라고 했다. 이 발언은 성소수자운동계가 서울시청 로비를 점거하고 이 발언에 대한 사과와 철회, 서울시민인권헌장의 원안통과를 요구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6일간의 서울시청 로비 점거농성을 통해 성소수자운동은 박원순 시장으로 대표되는 민주개혁세력의 한계와 장벽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세력이 되었다. 또한 노동계, 시민사회계, 여성계, 장애계 등 다양한 시민사회운동계로부터 지지를 받고 운동사회 내에서 시민권을 획득하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혐오의 시대는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2016년 봄, 여성과 성소수자 혐오에 기반한 살해사건을 계기로 죽음을 둘러싼 애도와 연대를 통해서 어떻게 인권과 시민권을 확장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게 된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질문과 인식은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그것을 통해 행동했던 시공간의 경험과 이어져 있다. 한국사회에는 죽음의 진실을 규명하지 못해서 존엄성이 훼손되고 시민권을 박탈당하는, ‘소수자화’되는 이들이 너무 많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성소수자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정치화하는 노력 또한 이러한 조건 위에 있다.

 

 

3. 혐오와 억압에 정면으로 맞선다는 것

 

앞서 성소수자가 어떻게 기존의 국가체제와 불화하는지, 그리고 최근의 사회문화적 상황에서 어떻게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선동이 생산·강화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구조적 조건과 상황에서 성소수자가 시민권을 확보해나가는 방향을 어떻게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인가.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동성결혼 등의 가족구성권과, 교육, 고용, 병역 등 전사회적인 영역에서 차별철폐와 평등을 이루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18) 필자는 이러한 노력이 기존의 시민권이 가진, 성별이분법에 기반한 이성애 중심적인 토대를 바꾸기 위한 좀더 의식적인 도전을 지향해야 한다고 본다. 현재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의 최전선이자 성소수자와 국가의 관계를 매개하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이즈 이슈를 통해 그 필요성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서구의 성적 시민권 논의를 잠시 참고해보자. 데이비드 에반스(David Evans)는 처음으로 ‘성적 시민권’이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국민국가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적 시민권이 국가와 시장 사이를 중재한다고 주장했다.19)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될 무렵 영국정부가 복지 등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시장의 역할을 강화해나가는 기조를 펼치는 과정에서 그동안 국가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성소수자들은 시장을 경유해 영향력을 확대해나갔다. 그러면서도 국가가 ‘선량한 납세자’로서 시민성을 재조정함에 따라 성소수자의 ‘불온하고 위험한 특성’들은 다시금 범죄시되는 과정에 있었다. 이에 벨(D. Bell)과 비니( J. Binnie)는 소수자의 권리가 소비자로서만 제한될 위험을 인식하고 기존의 질서에 도전함으로써 정당한 권리를 확보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더욱 강조한다.20)

이러한 급진적인 성적 시민권, 혹은 퀴어 시민권에 대한 논의는 80년대 에이즈 위기 시대를 통과하면서 갖게 된 문제의식과 궤를 같이한다.21)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서 ‘도덕적인’ 성문화를 만들고, 납세 등 시민에게 부과되는 의무를 철저히 수행하는 선량한 게이 시민이 되는 것, 그리고 질병을 범죄시하면서 성에 대한 보수적 관념을 강화하려는 국가에 맞서는 활동을 강조하는 것, 이 두가지 흐름이 제시되었다. 급진적 성적 시민권은 바로 후자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기존의 성도덕이나 사회질서에 맞서지 않은 채 성소수자가 선량한 시민이 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성적인 차별과 배제를 드러내고 근대적 시민권의 한계를 폭로하는 작업이 시민권을 재구성하기 위해 더욱 필수적인 작업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다이앤 리처드슨(Diane Richardson)은 성적 시민권에 대한 재사유를 주장하면서, 그간 이루어진 서구중심적인 논의가 남반구 국가의 역사와 지정학적 특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인식하고, 각국이 처해 있는 구체적인 사회경제적 조건과 성적 전제들에 대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22)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는 소수자로 인식되는 집단 중에서 유일하게 인구학적으로 식별되지 않는다. 성소수자를 언급하는 몇가지 법제를 살펴보면 국가인권위원회법을 비롯해서 대부분 차별금지와 관련되어 있다.23) 그 외에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제도 및 예산이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에 통계를 비롯한 국가통치를 위한 지식 차원에서는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24) 국가는 한국사회에도 동성 간에 성관계를 하거나 함께 사는 사람, 성별을 바꾸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러한 특성을 어떻게 인정하고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는 무지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성소수자와 국가 차원의 정책을 이어주는 주요한 통로는 HIV/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지원체계이다. 물론 이 질병은 동성애라는 성적 지향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며, HIV바이러스가 전파되는 주요 경로 중 하나가 성적 접촉이기 때문에 특정한 방식의 성행위와 관련이 있을 따름이다. 세계적으로 HIV/에이즈 감염인의 인구학적 특성은 차이를 보이는데, 성별의 차원에서 남성 감염인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국을 포함한 북반구의 경우 MSM(Men who have sex with men, 남성과 성관계하는 남성)25)이 주된 취약그룹이다. 하지만 사실상 MSM과 남성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여성은 상당부분 겹칠 수밖에 없고, 성소수자 인권운동에서도 HIV/에이즈 예방이나 감염인 인권증진이 성소수자의 삶에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며 활동을 벌이고 있다.26) 감염인의 상당수가 성소수자이기도 하지만 HIV 감염인이 받는 성적 낙인과 억압은 성소수자들이 겪는 것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27)

 

2016년6월26일제8회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사장 주변의 혐오발언 피켓. ©김민수

 

한편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한국의 성소수자들은 스스로를 차별의 피해자로서 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그것을 주요한 전략으로 삼았다.28) 2007년 차별금지법에서 차별사유 중 성적지향이 여타 6가지의 사유와 함께 삭제된 채 법이 제정되려고 할 때 이를 막아서는 운동을 하면서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투쟁이 본격화되었다. 당시 보수 개신교의 정치적 진출계획과 맞물리면서 형성된 성소수자 대 보수 개신교단체의 구도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이명박·박근혜정부가 이어지면서 정부는 사실상 보수 개신교단체의 입장에 서 있다. 그런데 보수 개신교단체와 일부 언론은 성소수자를 차별의 피해자 위치에서 지우기 위해 성소수자들의 요구가 인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HIV/에이즈를 매개로 끊임없이 성소수자들을 성적 방종과 도착에 붙들린 존재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에게 지급되는 치료제 비용에 대한 정부의 지원 또한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성적 타락으로 에이즈에 걸린 이들에게 내 세금을 절대로 쓸 수 없다’는 논리를 펴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지원은 국가와 (일부) 성소수자를 연결하는 유일한 공식적 통로이기 때문에 성소수자 인권 전반을 공격하고자 할 때 HIV/에이즈 이슈를 타깃으로 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에서 어떻게 한발 더 나아갈 것인가. 앞으로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등의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제도에 기입될지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성소수자 인구를 새롭게 등록한다는 것은 시민권을 얻으려는 성소수자와 인식(등록)을 통해서 국가적 이해와의 통합을 추구하는 국가 간의 협상, 경쟁의 결과이다. 통계의 관료제와 우생학적 열망을 가진 국가 안에서 성소수자는 어떻게 주체화할 것인가”29)에 대한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동시에 HIV/에이즈 이슈를 매개로 드러났던 성적 낙인을 해체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이 작업이 시급한 이유는 당연하게도 삶과 죽음의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HIV/에이즈로 인한 죽음은 충분히 애도된 적이 없다. 가족들이 수치심에 빈소조차 차리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성소수자 커뮤니티 안에서도 소문으로만 떠도는 경우가 많았다. 죽음의 모습은 정확하게 삶의 모습을 반영한다. 감염인 모임과 성소수자 인권단체는 이에 맞서기 위해서 따로 위령제와 추모제를 열고 있다.

나아가 HIV/에이즈를 둘러싼 성적 억압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 및 차별선동의 핵심 내용을 구성하는 감정이자, 성별이분법과 이성애중심성이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또한 이 메커니즘은 신자유주의를 기조로 복지를 축소하고 치안을 강화하기 위해서 성적 보수주의를 사회안전과 공공질서 유지의 근간으로 활용하는, 한국사회를 비롯한 세계적인 경향과 조우하는 문제다. 지금 상황에서 성적 시민권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인권 담론 또한 성소수자를 차별의 피해자뿐 아니라 어떤 성적 주체인지,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의 차원에서 기존의 체제와 불화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성소수자로서 국가와 사회에 인정과 분배를 요구하고 대표성을 획득한다는 것의 내용이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는지 등으로 지평을 넓혀야 한다.

 

 

4. 애도와 연대를 통한 주체화를 향해

 

시민권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성소수자는 죽음과 애도를 통해 다른 성소수자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우리라는 범주를 확고하게 인식하게 된다. 여전히 이름 붙이지 못하는, 원한 대로 기억되지 못하는 죽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존재의 불인정을 방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나의 재산을 나와 함께 살아온 동성 파트너에게 남기겠다’ ‘나의 영정사진은 여섯빛깔 무지개를 배경으로 한 사진으로 써달라’ ‘나는 아들(딸)이 아니라 딸(아들)로 기억되고 싶다’ 같은 성소수자의 유언장 쓰기30)는 정치적인 행위가 된다. 그냥 ‘사람이 죽었다’라는 말은 소수자의 존재를 지우는 말이 된다.31) 올랜도 참사에 대한 추모제를 열었던 이유는, 애도의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그 존재의 위치를 전환시키려고 했기 때문이다.

한편 왜 미국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 한국인들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추모의 움직임을 보이는지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또한 미국, 프랑스 등에서 테러가 발생했을 때 전세계가 추모에 동참한 데 반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이스탄불 테러에는 다르게 반응한 데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분명 한국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어떤 국가에 동일시하고 감정이입하는가는 정치적인 문제다. 하지만 국가 간 관계에서 한미동맹이 한국의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했을 때, 올랜도 참사에 대한 성소수자들의 능동적인 추모는 국가적 차원에서 맺은 한미 동맹관계에 도전하는 측면이 있다. 한미동맹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역할과 더불어 한국이 유엔 차원에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도록 이끄는 모양새를 띠기도 하지만,32) 좀더 넓게는 강정해군기지나 사드 배치, 테러방지법 등 군사주의와 시민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데 더 많이 공조한다. 양국은 여전히 불평등한 관계이지만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동맹’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2015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동성결혼을 합헌이라고 결정했을 때 한국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았다. 또한 한편으로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선동에 앞장서고 있는 보수 개신교는 미국의 보수 교단, 특히 한인교회로부터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한인교회의 시대착오적인 소수자 혐오 정치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이주했지만 주류사회에 통합되지 못한 한인들이 미국 내에서 시민권을 획득하기 위해서 투쟁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보수 개신교는 반공주의를 기반으로 한미 군사적 동맹을 강력하게 지지하면서, 국내에서 성소수자를 희생양 삼아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복잡한 지형에서 한국의 성소수자운동은 이를테면 한미관계에서 군사적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국내 불평등 심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군사주의 강화가 성소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기에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가 시민권을 획득해나가는 방향은 더 확장된 동일시와 더 활발한 연대다. 90년대 후반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한국의 성소수자들이 LGBT로 주체화해나갔던 것처럼, 현재에도 미국이나 유엔을 비롯한 세계와 관계 맺는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민감하게 인식하면서,33) 인권 담론이 어떻게 영향력을 미치는지 면밀히 살피고, 사회경제적인 불평등이 어떻게 성소수자를 분할하는가에 대해서도 인식해나가야 한다.

앞으로 성적 시민권은 성적 차이를 드러내는 데 멈추지 않고, 성적 억압에 대항하는 것이 어떻게 사회정의를 추동하는지를 밝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론으로써 단지 포함전략에 한정되는 것을 거부하며 좀더 전복적인 의미를 강조하는 ‘퀴어한 시민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억압받는 소수자들에 대한 확장된 동일시와 연대의 방법밖에 없다.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존엄성이 부정당한 죽음(삶)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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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모제에 대한 팀 깃즌의 소감을 담은 페이스북 글 https://www.facebook.com/timothy.gitzen/posts/10101279918519847(2016.6.21) 참조.

2) 드랙퀸(drag queen)은 여장한 사람, 드랙킹(drag king)은 남장한 사람을 이르며 이들의 춤, 노래, 모창, 립싱크 등의 퍼포먼스를 드랙쇼(drag show)라고 한다. 성소수자 사회에서 드랙은 단순한 여장/남장이라기보다 과장된 남성성과 여성성을 표현함으로써, 생물학적 성정체성의 경계를 흐리는 정치적·사회적 의미를 포함시켜 적극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홈페이지 자료실 용어사전(https://chingusai.net/xe/term).

3)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가 가시화되기 시작할 때부터 상업공간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조성배는 이러한 공간에서 탈정치적인 소비를 중심으로 게이 문화가 형성되어오긴 했지만 지배문화와는 다른 섹슈얼리티 실천과 관계 들이 형성되어왔다고 분석한다(「게이 남성의 소비 공간과 몸의 정치학」, 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 석사논문 2003). 최근에는 성소수자들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일어나기도 한다. 터울 「이태원 게이클럽의 어제와 오늘: 클럽 Le Queen/Looking-Star 사장 임찬혁님 인터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2016년 7월 소식지(https://chingusai.net/xe/index.php?mid=newsletter&category=477847&document_srl=477856).

4) 퀴어(queer)라는 말은 서구에서 원래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말로 쓰였으나, 1990년대 들어 성소수자들이 선량한 시민의 개념에 동화되기를 거부하는 도전적인 소수자 집단으로서 스스로를 재현하면서 새롭게 쓰이기 시작했다. 한국사회에서는 성소수자 특유의 문화(공연, 영화, 축제 등)를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5) 주디스 버틀러 『불확실한 삶: 애도와 폭력의 권력들』, 양효실 옮김, 경성대출판부 2008, 46~47면.

6) 질 발렌타인 『사회지리학』, 박경환 옮김, 논형 2009, 388면.

7)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은 성소수자와 비성소수자의 구분을 해체하고 인간, 자아, 젠더, 섹슈얼리티, 정체성, 관계, 실천 등을 보편적으로 탐구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8) 「“종북 게이” 논란에 파묻힌 차별금지법 결국…」, 오마이뉴스 2013.4.18.

9) 근대 국민국가 체계에서 통치를 위한 인구의 생산과 성적 정상성의 추구 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는 미셸 푸코 『안전, 영토, 인구』, 오트르망 옮김, 난장 2011 참조.

10) 자세한 논의는 졸고 “The South Korean Gender System: LGBTI in the Contexts of Family, Legal Identity, and the Military”, The Journal of Korean Studies 19, no.2, Fall 2014 참조.

11) 트랜스젠더의 법적 요건은 ‘가족관계등록예규 제346호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신청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에 규정되어 있다.

12) 동성애는 탈병리화됐지만 한국에서 트랜스젠더는 여전히 정신질환의 하나인 ‘성별주체성장애’로 진단된다. 현재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을 더이상 정신질환으로 보지 않는 세계적인 관점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정신의학회는 이미 ‘성별에 대한 위화감을 가진 사람’으로 재정의했고, 세계보건기구(WHO) 차원에서도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13) 2016년 7월 28일 헌법재판소는 군형법 추행죄에 대한 세번째 합헌결정을 내렸다.

14) 2014년 병무청은 2005년에 성주체성 장애로 병역면제 처분을 받았던 트랜스여성에게 병역면제 취소처분을 내렸다. 9년간 비수술 성전환자로 살아왔다는 이유로 실제 삶의 모습이나 제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병역기피에 해당한다는 자의적인 해석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서 서울행정법원은 ‘수술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라고 해도 병역면제 처분을 취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15)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치며 정치권과 보수 개신교계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에 기반한 차별선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이번 20대 총선에 나온 기독자유당은 ‘동성애 OUT 이슬람 OUT’ 등의 슬로건을 내세우며 2.64%의 득표율을 올렸다. 자세한 논의는 나영 「정계재계보수 개신교계의 혐오선동 네트워크」, 경향신문 2016.5.17.

16) 예를 들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따른 노동시장 내 구직과정에서의 차별, 괴롭힘, 해고 등의 문제는 드러나기조차 어렵다. 성소수자들은 차별이 예상될 때 대부분 자발적으로 구직을 포기하거나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괴롭힘 문제를 드러낼 경우에 오히려 더 큰 비난을 받을 것을 우려해 스스로 감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서연 외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2014.

17) 「박원순 서울시장 “동성애 지지할 수 없다”」, 한겨레 2014.12.4.

18)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된 현안은 2013년부터 매년 발간되는 SOGI법정책연구회 연간보고서 「한국LGBTI 인권현황」(http://annual.sogilaw.org/)에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19)David T. Evans, Sexual Citizenship: The Material Construction of Sexualities, Routledge 1993.

20)David Bell&John Binnie, The Sexual Citizen: Queer Politics and Beyond, Polity Press 2000.

21) 발병 원인을 모르던 초기에 에이즈는 인류의 재앙이었던바, 발병 원인이 남성 동성애자라고 지목되면서 동성애 자체가 인류의 위협으로 호도되었다. 그러나 에이즈의 원인이 성정체성이 아니라 HIV라는 바이러스임이 밝혀지고, 치료제가 개발되어 HIV 바이러스 감염 이후 에이즈 발병률이 급격히 낮아지고 생존율은 높아지게 되면서 사회적 인식과 이 질병에 대한 대응방법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22)Diane Richardson, “Rethinking Sexual Citizenship,” Sociology 2015.11.11.

23)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에 대한 법제현황은 SOGI법정책연구회, 앞의 보고서.

24)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국가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차별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한편 성적 소수자를 위한 비온뒤무지개재단은 법무부에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했지만 법무부는 5개월이 지나 “귀 단체는 사회적 소수자 인권 증진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단체로서 법무부의 법인설립허가 대상 단체와 성격이 상이하여 법인설립을 허가하지 아니한다”라고 하며 불허가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2016년 6월 28일 서울행정법원은 법무부에 ‘사단법인 설립 불허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 법무부는 항소한 상태이다.

25)MSM은 성정체성의 차원이 아니라 성행동의 차원에서 HIV/AIDS 이슈를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26) 따라서 HIV/에이즈 감염인에 대한 국가의 관리와 통제, 혹은 적절한 지원에 대해서 성소수자운동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왔다. 1999년에 만들어진 러브포원과 2011년에 만들어진 한국HIV/에이즈감염인연합회 등 감염인단체와 인권단체인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도 성소수자인권운동과 긴밀하게 연대하고 있고,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서는 2003년부터 동성애자에이즈예방센터(아이샵)를 운영하고 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에도 HIV/에이즈인권팀이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는 최근 PL(People Living with HIV/AIDS) 모임인 ‘가진사람들’이 만들어졌다.

27) 특히 HIV/에이즈 감염인이 받는 성적 낙인은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의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이 감염인의 성생활을 불법화함으로써 매우 강화된다. 자세한 내용은 정욜 「왜 내 사랑은 안 되는 거죠?」, 『비마이너』 2016.7.30(http://beminor.com/detail.php?number=9971&thread=03r02r08).

28) 자세한 논의는 토리 「한국사회 LGBT 성적 시민권: 비판과 전망」, 『여/성이론』 제23호(2010) 참조.

29) 나영정·정현희 「성소수자 인구, 커뮤니티를 그리는 작업에서 마주치는 문제들: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를 중심으로」, 『여/성이론』 제32호(2015) 106면.

30) ‘다양한 가족형태에 따른 차별해소와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연구모임’에서 2009년부터 시작한 유언장 쓰기 캠페인은 성소수자를 비롯해 이른바 ‘정상가족’이 아니라서 겪는 가족차별을 드러내고 죽음을 둘러싼 소수자들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31) “약자와 소수자는 위험 앞에서만 보편적 사람이 된다. 그것이 차별이다. ‘모든 생명의 문제’, 이런 표현은 사회에서 약자와 소수자가 처한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를 ‘정의롭게’ 제압하는 방식이다. (…) 바로 이렇게 ‘설명할 수 없게’ 만들어서 그들의 삶을 ‘원래’ 그런 것으로 고착시킨다. 성별을 떠나, 인종을 떠나, 그냥 인간의 문제라고 해버리면 약자와 소수자는 발언권을 가질 기회를 잃어버리며 사람의 범주에서 또다시 탈락당한다.” 이라영 「조심할 필요 없는 권력」, 한겨레 2016.7.20.

32) 2016년 6월 30일 유엔 인권이사회는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근거한 폭력과 차별로부터의 보호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성소수자 인권을 보호하는 유엔 독립 전문가 지위를 신설했는데 한국정부도 이에 찬성했다. 하지만 한국정부가 국내에서 이 결의안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33) 한주희는 「퀴어 정치와 퀴어 지정학」(『문화과학』 2015년 가을호)에서 미국 한인 디아스포라에 대한 경험을 소개하면서 퀴어, 인종, 페미니스트 정치에 기반한 정치적 활동을 통해 한국의 안티-퀴어 정치에 어떻게 대항해나갈 것인가를 제안한다.

나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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