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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선우 金宣佑
1970년 강원 강릉 출생. 1996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녹턴』 등이 있음. lyraksw@hanmail.net
내 따스한 유령들
(비 비린내 냠냠……) 오늘 내게 말 붙인 유령입니다…… 아 그렇지 이거 비 냄새…… (응응 비 냄새 냠냠냠……) 미래에서 온 비를 맞으며 너랑 같이 걸을 수 있어서 참 좋은 날이야 (응응 당신을 사랑했어요) 모르는 나를 어떻게? (미래에서 온 키스를 나눠 가졌잖아요)
방금 일어난 침대의 흐트러진 시트 거기 아직 누워 있는 온기…… 꽃 진 가지 끝에 여전히 꽃처럼 떠 있는…… 막 개봉한 편지에서 제일 먼저 느껴지는 편지를 봉하기 직전의 숨결…… 휴대폰 액정에 살짝 떠오른 따스함, 발송 버튼을 막 누른 너의 손끝……
아주 많은 찰나에 살고 있는 내 따스한 유령들을 지금부터 하나하나 말해보려 합니다 차고 습한 유령만 기억하면 다른 유령들이 외로울 테니까요 몸으로부터 왔으니 몸이 아니랄 수도 딱히 몸이라고 할 수도 없는………………………………………………………………………… 어쩌지 이토록 예민한 몸 아닌 몸으로 이 자욱한 지는 꽃의 거리를 너는 어떻게 건너가지?
(염려 말아요 오늘은 비…… 비 냄새 냠냠냠……) 비 묻은 몸을 터는 강아지들의 코끝에서 따스한 유령들이 강아지 따라 통통통 몸을 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