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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경후 金慶厚
1971년 서울 출생.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열두 겹의 자정』 『오르간, 파이프, 선인장』 『어느 새벽, 나는 리어왕이었지』 등이 있음.
kyunghukim@daum.net
반지
망원경은 토성에 맞춰둔다
토요일엔 약속이 있다
반지를 뺀다
헤어질 약속보다 헤어진 반지가 오래 남는다
항상
행성 고리는 행성이 위성을 먹은 흔적이라지
뭘 먹나
우리가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음식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풍경 죽기 전에 꼭 헤어져야 할 것들
죽기 전에 잊어도
죽은 후에 살아남는 것들
토성은 잘 보이지 않는다
반지에서 날아올라 토성 고리를 통과하는 흑두루미를
꿈꾸는 밤
단풍
눈먼 핏빛 새들
열린다
날개 묶여
열린다
떨어진다 열린 채
얼어붙은 채
엄마, 떨어지면 날아가?
가을일수록 하늘은 멀고 높지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열리고
닫힌다
내가 스마트폰을 찾는 사이
열차 지나간다
날아갈 듯 핏빛 눈빛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