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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신미나 申美奈
1978년 충남 청양 출생.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싱고,라고 불렀다』 등이 있음.
shinminari@naver.com
첫눈은 내 혀에 내려앉아라
오늘은 날이 좋다 좋은 날이야 손을 꼭 잡고 베개를 사러 가자 원앙이나 壽 자를 색실로 수놓은 것을 살 수 있겠지
이것은 흐뭇한 꿈의 모양, 어쩐지 슬프고 다정한 미래
양쪽 옆구리에 베개를 끼고 걸으면, 나는 열두폭의 치마를 환하게 펼쳐서 밤을 줍는 꿈을 꾸겠네
목화꽃 송이, 송이 세송이 콧등을 스치며 높은 곳에서 하나씩 떨어지는 모양을 바라봐도 좋겠네
너와 나, 꿈길의 먼 이부자리까지 솜을 틀자 이불이 짧아 드러난 발목을 다 덮지 못해도
꿈속에서는 미래의 지붕까지 덮고도 남겠지
오늘은 날이 좋다 좋은 날이야 철 지난 이불은 개켜두고
일단 종로로 가자
종로에 가서 베개를 사자
콩비지가 끓는 동안
당신은 비위가 약해
지금껏 편육 한점 입에 대지 않는다고 했다
서랍장 위에
모과 세개
어릴 때 출가했다가
처음으로 터를 잡은 곳이
이곳, 무주라 했다
나는 속인이란 말도
환속이란 말도 멀어서
손으로 호두알만 굴린다
기도가 오래되면
병이 되고
헛것을 애처로워하면
몸에 허주가 든다는데
당신은 이제
묘목에 붉은 천을 묶지 않는다
생쌀에 숟가락을 꽂지 않는다
대전에
딸처럼 키운 아이가 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