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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신예시인특선
안미린 安美鱗
1980년 서울 출생, 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moonbow909@gmail.com
분명 너의 이론
오늘은 신의 성별을 정하기로 할까
비밀스러운 목록을 완성했으니
우산과 양산으로 듣는 빗소리의 차이
새 양말의 켜켜한 아름다움
접이식 의자에 눈이 쌓인 것
미끄럼틀 끝에 눕는 것
미러볼을 흘린 일
물결 표시들
사탕을 굴려낸 입속 상처들
반사광
이따금 미래가 해결하는 것
분명 너의 이론이었던
형광 개구리가 전부였던 생물 시간
동물의 몸을 갈라 붉은 뼈를 읽는
남자애 기분,
동물의 몸속은 웃는 표정이구나
그래서 내 얼굴은 내장이 아니었구나
내 꿈속은 내장이 아니었구나
양말 깊이 개구리의 심장을 밀어넣었던
여자애 기분,
신은 두 명처럼 흔들리면서
하트 모양이 된 것 같았지
하트 모양 종이를 절반으로 접어 나누면
겉과 곁이 포개지는 깨끗하고 다정한 확률
게릴라 가드닝(Guerrilla Gardening)
앞니가 맑구나
앞니의 맑음이 나인 것같이
내일은 앞니가 빠질 것 같아
온몸이 열릴 것 같아
오래된 방문이 떨어질 때마다
가까운 광장이 흔들렸는데
앞니가 자라는 감각은 무엇이었나
문이 쾅 닫히는 걸까
끝끝내 시작되는 걸까
우리는 벽면을 통과하고 싶었지만
벽면에 낙서하지 않았지
미로에 낙서하고 싶었으니까
미로의 마디마다 도착하면서
텅 빈 무기들로 음악하면서
가볍게 꽃을 심는 밤이었으니
헤맬수록 완벽해지는 미로 속에서
미로 위로 올라서듯 사라지면서
먼 미래를 흔들었으니
미로 밖으로, 미로 밖에서, 미로를 곁에 둔다면
세계는 겹겹의 장미처럼 여름에 곁에 두는 미로일 텐데
내일이 미래였지만
가까운 미래에도 세계가 흔들렸지만
우리가 골목에 꽃을 심고 달아났을 때
유령의 것처럼 낙서를 완성했을 때
저것 봐,
무서운 사람이 유령의 것을 무서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