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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영광 李永光
1965년 경북 의성 출생. 1998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아픈 천국』 『나무는 간다』 『끝없는 사람』 등이 있음.
leeglor@hanmail.net
자연처럼
매일 하는 코로나19 브리핑 뉴스에서, 정은경 청장이나 무슨 본부장 어느 반장이 아픈 사람들처럼 현황, 주의, 당부 말씀 전할 때 옆에서,
노란 점퍼도 안 입고 마스크도 없이 수어사가, 위험천만의 표상처럼 아픈 자연처럼, 표정과 손짓과 몸짓으로, 그러니까 온몸으로 연기가 날 듯 온몸을
전달한다 그 침묵에 아- 하고 탄식, 탄식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말문이 콱 막히면 몸이 비상이 나서 통째로 출동하는구나 싶다가도 자꾸,
놓쳐요 그이는 눈앞에서 연기처럼 사라진다 못 들어요 정청장은 방역 교과서고 수어사는 불타는 방역 교과서인데도, 불이 눈앞에서
픽, 픽, 꺼지는 거, 이게 내 상태다 너무 급한 건 더뎌 나는 본래 귀머거리, 나는 드디어 눈 뜬 장님, 청장 브리핑 마치고 내려올 때 수어사들도,
교대합니다 교대하는 그 모습 힐끗, 안 보고선 채널 돌리는 내 눈곱 낀 눈에 딴 노란 점퍼 등장하고, 수어사 조용하고 폭발적인 몸부림 준비하느라 잔뜩
긴장한 얼굴, 그이는 말을 알아요 그러나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처럼 말 모르러, 진저리치며 떠나간다 온통 출동합니다, 신음 한점 없는 자연처럼
금일식당
어렸을 때는 식당에 혼자 가면 미안해하는 종류의 인간이었습니다 젊어서는, 식당에 혼자 가면 받는 홀대에 분개하는 사람으로 바뀌었고요 얼마나 옳았는지 몰라요 쉰이 넘자 다시, 식당에 혼자 오면 미안해지는 것으로 돌아왔습니다 벌레처럼요 얼마나 옳은지, 몰라요 얼마나 미안한지……
기뻐하지 않기 위해 기뻐할 것
자랑하지 않기 위해 자랑할 것
옳지 않기 위해 옳을 것
옳음의 불구처럼 옳을 것
구가하지 않을 것
가난하지 않기 위해 가난할 것
참지 않기 위해 참을 것
미안하지 않기 위해 미안할 것
미안의 불구처럼 미안할 것
구가를 구가하지 않을 것
슬퍼하지 않기 위해 슬퍼할 것
살지 않기 위해 살아갈 것
죽지 않기 위해 죽을 것
죽음의 불구처럼 죽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