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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유병록 庾炳鹿
1982년 충북 옥천 출생.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목숨이 두근거릴 때마다』 등이 있음.
qudfhrdb@naver.com
우리, 모여서 만두 빚을까요?
만두피에 소를 올린다
포개서 가장자리를 꾹꾹 누르고 끝을 이어 붙인다
만두 한알이 완성된다
능숙한 손에 몸을 맡기면
이렇게 그럴듯한 만두가 태어나는 법
사람 일도 마찬가지
차근차근 배우고 조심조심 따라 해서 나쁠 것 없는데
실패하지 않으면 더 좋은데
세상 제멋대로인 사람들 많다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다
귀 모양을 닮은 만두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만두야, 그렇지 않니?
너도 나도 기왕이면 속 안 터지는 게 좋지 않겠니?
내가 나 좋으라고 이야기하니?
만두를 빚으면
국 끓여 먹고 튀겨서 먹고 쪄서 먹을 수 있지
남의 말 안 듣는 인간들은 어디 써먹을 데가 없지
도대체 왜 그렇게 막무가내일까
그들은 이미 틀려먹었다
빚고 또 빚어도
마음이 딴 데 가 있으니 만두 모양이 제멋대로다
자꾸 속이 터진다
오만 생각 다 그만두고
그래, 만두 빚을 때는 만두를 빚자
빚을 수 있는 것은 만두뿐이다
미지의 세계
자주 가는 그 까페는 이층집이다
나는 이층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보거나 밀린 일을 하거나 글을 쓴다
이따금 잘못 알고 위층으로 올라가려다
옥상 출입금지라는 붉은 글씨와 마주친다
나는 그 까페의 단골이지만
한번도 옥상에 올라간 적이 없으므로
놀랄 것 없다
그곳에 죽은 구름들의 무덤이 즐비하거나
더이상 고통을 참을 수 없는 새들이 날아와 안락사당하는 병원이 있다고 해도
까페 주인은 친절하고 미소를 잃지 않지만
반정부 단체의 우두머리일지도 모른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직원 외 출입금지이므로
놀랄 일 없다
그곳에서 도시 하나쯤 가뿐하게 날릴 수 있는 폭탄을 제조한다고 해도
장물아비들의 소굴이라 해도
나는 주말마다 까페 이층에 앉아 있고
주인은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묻지 않는다
우리의 궁금증은 서로 묵음이다
이층에서 내려와 문을 나설 때
우리는 가볍게 웃으며 헤어진다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