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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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金敃廷

1976년 인천 출생.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쓸모없기를』 『너의 거기는 작고 나의 여기는 커서 우리들은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이 있음.

blackinana@hanmail.net

 

 

 

반투명

 

 

스스로가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눈으로

그가 벽시계를 보고 있다.

오래 보느라 노려보는 거

그렇다,

한쪽은 어느 하나의 기면이라

신은 아침을 믿고 아침은 그를 믿어

그는 아직 신을 믿는다.

다만 아침은 아름다우니

그는 혼잣말을 내뱉는데

침대 아래로 손에 쥔 둥근 붕대가 미끄러진다.

스스로가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팔로

휘적거리면서 그가 잡으려는데

집까지 굴러가는 테니스공이라 하고

십자로 칼집을 내었다 하니

식탁 의자는 여섯

다리는 넷씩이니까

도합 스물네개의 테니스공

하루 스물네시간 의자 발에다가

신겼다 벗겼다 하는 아홉살 자폐의 소년이 있어

저녁이면 그의 턱에 흰 수염이 새로 자란다.

스스로가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발로

차는데 그의 이불은 흘러내리지 않고

걸쳐진다,

헤이 거기 모자 바이 여기 모자

허공중의 모자는 아직 제 얼굴을 못 찾아

쀼루퉁한 입을 부풀려가며 기다리는 함박

눈.

그게 뭐나 되는 것처럼 밤새

눈이 내린다.

유리창에 달라붙는 눈에

눈이 추위로 점점 커진다.

흰 침대보를 사물함에서 꺼내 터는 새벽

누구일까,

들었는데 팔이 긴 가면만이

저 눈을 감길 수 있다 한 이였는데.

 

 

유머레스크(Humoresque)

 

 

여자는 기도하지 않는다 두 손을 모았다가 두 손이 묶인 적 있었으므로 손 이런 두 손으로 어떻게 서로가 서로를 어루만진단 말인가 팔짱과는 다른 낌과 새 절로 벌어지는 부리가 순리라 할 때 헹구려고 3500원짜리 250밀리리터 과산화수소를 적어도 네통은 들고 만나야 하는 너무 좁은 간격의 연인들 붓기 전에 자기를 말하려는 여자에게 앞서 자기 자지를 까 보이는 남자 부었는가 하면 자기를 떠나려는 여자에게 일단 자기 자지를 흔들어 보이는 남자 좆같지 거 좆나 좆같지도 않은 것이 좆나 좆같아서 여자는 정육식당에 갈 적마다 스테인리스 고기집게를 훔쳐 온다 소설 『주홍글자』 속 Adultery의 A가 집게를 꼭 닮았다는 생각입니다만, 열여섯 겨울방학 숙제로 제출한 독후감의 마지막 한줄 그 줄에서 떨어지는 순간 줄광대의 두 다리가 절로 벌어짐에 있어서의 각도 갸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수치가 염치라 할 때 옥상 한편에 세워둔 접이식 철제 사다리를 펴는 여유가 여자에게도 도래한다 철제 사다리를 딛고 올라가니 하늘에는 별이 없고 내려오니 돌확에 고인 물속에 괴어 있는 별 그 별 여남은개 집게로 집으려 할 적에 별은 볼 일이 없고 뭉개져 볼 수가 없는 여자의 얼굴만이, 그러니까 울지 마라 지워진다 슬픔은 분탕이려나 허탕이라는데 제가 제게 겨눈 총구로부터 여자는 언제쯤 표적임을 포기하려나 실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지 몰라 경찰놀이에서 수갑을 찬 범인이 주인공인지 수갑을 채운 경찰이 주인공인지 아직 새 대본은 쓰이지 않았으니까 여직이 여자는 기도하지 않는다 두 손을 모았다가 땀이 난 두 손에서 때가 밀린 적 있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