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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장철문 張喆文
1966년 전북 장수 출생. 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바람의 서쪽』이 있음. usumana2001@hotmail.com
사람이 사는 숲
다섯달 동안 저 숲을 바라보았다
사원 건너편, 내 숙소의 창으로 보이는
저 숲이 늘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 우 쿠살라와 함께 저 숲에 가보았다
거기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냥 아름다운 숲이거니 생각했다
바람이 숭숭 드나들고 비가 새는 집을
고치지도 않고
짐승처럼 살았지만,
그들은 숲에 깃들여 숲과 함께 살았다
그들이 사는 것을 보는 것이 나는 슬펐고,
기분 나쁘지 않았다
우 쿠살라가 다가가서 길을 물을 때,
그들이 뭐라고 뭐라고 대답하는 소리를 듣는 게 좋았다
전혀 알아들을 수 없지만,
다정한 사람들의 말인 걸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옷과 잇새는 너무나 더러웠지만,
그들과 함께 서 있는 것이 참 편안했다
숲은 아름답다
거기 사람들이 산다
✽ 우 쿠살라(U Kusala)는 저의 도반이었습니다. 올해 서른여덟인 그는 네번째 안거를 나고 있었습니다. 첫번째 안거는 아버지를 위해, 두번째 안거는 어머니를 위해, 세번째 안거는 자신을 위해 난다는 미얀마의 전통에 따라 그는 3년 동안 승려생활을 했지만, 자신에게는 부족하다고 느껴 4년째 승려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 복통에 문병 가다
그가 통증을 알려왔네
그의 문병을 갔지
그는 아프고,
그의 곁에 앉아 있었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친구가
그의 이마를 짚으며 혀를 찼네
그 친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지
친구는 조용히 일어나 돌아갔네
그는 앓고 있었네
아무 걱정도 없이 앓고 있었네
그를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그의 친구들이었네
그와 그의 친구들을 바라보았네
통증은 그의 몫이고
불안과 걱정은 그의 몫이 아니었네
친구들은 모두 돌아갔네
그는 아프고, 이쪽에서 바라보았네
그 또한 통증을 두고
돌아갔네
통증도 또한 돌아갔네
집
낡은 카드보드 그림자로 지어지네, 내 집은
못도 없이 홈도 없이 얹혀지네
골마루에 오동나무 그림자가 자라고, 풀무치가 날고, 뱀이 깃들이고, 하늘이 열리고, 들이 보이고, 긴 강물에 물비늘이 반짝이네, 낡은 카드보드 그림자 사이로
꽃씨 하나 날아와 얹혀도 지붕이 기울고
거미줄에 걸려 퍼덕이는 파리 날갯짓에도 벽이 헐려
모기 소리가 와서 새로 짓고 가네
바람에 날려서
끝없이 새로 지어지는 집
축대도 방풍림도 없이
흘러내리는 집
어제는 희고 빛나는 하늘기둥이 하나 내려와
한 두어 천년쯤 버틸 들보 하나 얹히나 했더니,
오늘 한번 눈짓에 삭정이처럼 내려앉네
바람이 와서 짓고 가는 집
이웃의 망치소리와 톱날 돌아가는 소리로 지어지는 집
먼 들의 황소 울음소리가 마구간을 채우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