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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송찬호 宋燦鎬
1959년 충북 보은 출생. 1987년 『우리 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 동안의 빈 의자』 『붉은 눈, 동백』 등이 있음. sch2087@hanmail.net
고래의 꿈
나는 늘 고래의 꿈을 꾼다
언젠가 고래를 만나면 그에게 줄
물을 내뿜는 작은 화분 하나도 키우고 있다
깊은 밤 나는 심해의 고래방송국에 주파수를 맞추고
그들이 동료를 부르거나 먹이를 찾을 때 노래하는
길고 아름다운 허밍에 귀 기울이곤 한다
맑은 날이면 아득히 망원경 코끝까지 걸어가
수평선 너머 고래의 항로를 지켜보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한다 고래는 사라져버렸어
그런 커다란 꿈은 이미 존재하지도 않아
하지만 나는 바다의 목로에 앉아 여전히 고래의 이야기를 한다
해마들이 진주의 계곡을 발견했대
농게 가족이 새 펄집으로 이사를 한다더군
봐, 화분에서 분수가 벌써 이만큼 자랐는걸……
내게는 아직 많은 날들이 남아 있다 내일은 5마력의 동력을
배에 더 얹어야겠다 깨진 파도의 유리창을 갈아 끼워야겠다
저 아래 물밑을 쏜살같이 흐르는 어뢰의 아이들 손을 잡고 해협을
달려봐야겠다
누구나 그러하듯 내게도 오랜 꿈이 있다
하얗게 물을 뿜어올리는 화분 하나 등에 얹고
어린 고래로 돌아오는 꿈
민들레역
민들레역은 황간역 다음에 있다
고삐가 매여 있지 않은 기관차 한 대
고개를 주억거리며 여기저기
철로변 꽃을 따먹고 있다
에구, 이 철없는 쇳덩어리야,
오목눈이 울리는 뻐꾹새야
쪼르르 달려나온 장닭 한 마리 기관차 머릴 쪼아댄다
민들레 여러분, 병아리양말 무릎까지
끌어올렸어요? 이름표 달았어요?
네, 네, 네네네 자 그럼 출발!
민들레는 달린다 종알종알 달린다
민들레역은 황간역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