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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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동 金奎東

1925년 함경북도 종성 출생. 1948년 『예술조선』에 시 「강」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나비와 광장』 『현대의 신화』 『죽음 속의 영웅』 『깨끗한 희망』 『오늘밤 기러기떼는』 『느릅나무에게』 등이 있음.

 

 

 

편지

 

 

이북에서 편지가 온다면

받아볼 수 있을 텐데

 

아직

살아 있으니

 

누님은 편지 못 쓴다

쓰지 못하게 하는 거다

 

나 또한 편지 써도 부칠 데가 없다

이북에도 이남에도 가지 못하는 하늘 아래의 편지들.

 

 

 

경고

 

 

노인은 곧

어린아이가 된다

떼쓰고 잘 넘어지는

 

숨이 차 꼼짝 못하다가

복도로 나가려다 현관에서 쓰러졌다

 

이마를 벽돌바닥에 찧었다

눈썹에서 출혈,

바른쪽 눈 보이지 않는다

깜깜하다

 

의사가 말했다

눈에는 상처가 없는데 실명이니

그 원인을 모르겠다고

안타까운 의사다

 

휴업중이라 했는데도

청탁서는 온다

한쪽 눈 앗아가며

그 누군가 단단히 경고하는가 보다

그 돼먹지 못한 시 이제 그만 쓰라고

 

인정사정없는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