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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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 崔勝子

1952년 충남 연기 출생. 1979년 『문학과지성』으로 등단. 시집 『이 시대의 사랑』 『즐거운 일기』 『기억의 집』 『내 무덤, 푸르고』 『연인들』 『쓸쓸해서 머나먼』 등이 있음.

 

 

 

또 빠집니다

 

 

(쓸쓸한 밤

비어 있는 자리들마다의 황량함

누우런 먼지들)

 

(20세기의 드라마는 무궁무진 쓸쓸하였다

앞서간 네 발자욱 잘 자라고 있다고)

 

(빠집니다 빠집니다

또 빠집니다

달아난 老子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나는 詩人이올시다)

 

 

 

포항 뭉게구름에게

 

 

풍요로운 5월의 짐을 싣고

하늘 저편으로 떠나가는 커다란 뭉게구름

그는 육체성 없는 공간이다

강의 하류, 바다의 첫 어귀에서

만선의 돛을 펼쳤어도

하염없이 두둥실한 육체성 없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의 슬픔 그의 아름다움은

아주 만만치가 않아서

눈 내리는 山寺에도 출입하고

송가가 울려퍼지는 성당에도 출입한다

늘 아름다움으로 슬프다

그것이 그의 빼어난 아름다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