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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문동만 文東萬
1969년 충남 보령 출생. 1994년 『삶 사회 그리고 문학』으로 등단. 시집 『그네』 등이 있음. maydapoe@hanmail.net
숭어
물의 표층을 헤엄치는 일은 위험하다. 숭어의 등짝을 후린 미늘은 숭어로부터 물을 떼어놓는다. 사내는 여섯마리의 대짜 숭어를 잡아놓고 바닷물에 배를 갈랐다, 팬티차림으로, 검게 탄 허벅지와 종아리가 종마처럼 빛났다. 핏기를 뺀 숭어의 살은 창백한 흰빛, 내장과 대가리는 무덤도 없이 둥둥 떠다닌다. 사내는 아이스박스 가득 숭어의 사체를 쟁여 넣는다. 비린 칼을 바닷물에 씻으며 입을 실룩거리며 묻는다. 한점 먹어보겠냐고. 나를 동족으로 생각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숭어의 편일 수는 없지만 어떤 가망 없는 중립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고양이처럼 입맛을 다시던 혀를 회의하고 있었다. 표층의 세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