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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박성우 朴城佑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거미』 『가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등이 있음. ppp337@hanmail.net
아름다운 무단침입
별일은 아니었으나 별일이기도 했다
허리 삐끗해 입원했던 노모를
한달여 만에 모시고 시골집 간다
동네 엄니들은 그간,
시골집 마당 텃밭에 콩을 심어 키워두었다
아무나 무단으로 대문 밀고 들어와
누구는 콩을 심고 가고 누구는 풀을 매고 갔다
누구는 형과 내가 대충 뽑아
텃밭 옆 비닐하우스에 대강 넣어둔
육쪽마늘과 벌마늘을 엮어두고 갔다
어느 엄니는 노모가 애지중지하는
길 건너 참깨밭, 풀을 줄줄이 잡아
하얀 참깨꽃이 주렁주렁 매달리게 했다
하이고 얼매나 욕봤디야,
누가 더 욕봤는지는 알 수 없으나
노모도 웃고 동네 엄니들도 웃는다
콩잎맹키로 흔들림서 깨꽃맹키로 피어난다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동네 엄니들의 아름다운 무단침입이나
소상히 파악하여 오는 추석에는 꼭
어린것과 아내 앞세우고 가 대문 밀치리라,
마늘쪽 같은 다짐을 해보는 것인데
노모와 동네 엄니들은
도란도란 반갑게 얘기하다가도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나를 보면서 한결같이
여간 바쁠 턴디, 어여 가봐야 할 턴디,
그리도 밥은 묵고 가야 할 턴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