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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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경 兪熙敬

1980년 서울 출생.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등이 있음. mortebleue@gmail.com

 

 

 

오래된 기억

 

 

창문을 열었다 개가 짖고 있었다 이른 봄이었다 나의 생일이었다 전화가 끊겼다 너는 다시 전화를 걸지 않았다 나도 기다리지 않았다 그저 개가 짖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개가 짖는 소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네가 살게 되었다는 도시를 생각했다 나는 그 도시에 가본 적이 있다 오래전 일이다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저 개는 왜 짖고 있는 것일까 나는 우화 속 탐욕스런 개를 생각했다 잃어버리게 되어 있다 무엇이든 물속으로 가라앉듯 네가 살고 있다는 도시는 낯설어지고 개가 짖는 소리는 들리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손등에 적어놓은 메모처럼 나는 창문을 닫았다

 

 

 

십년

 

 

저물녘이 되었다 온갖 한쪽이 붉다 당신이 묻은 것만 같다 나의 세계 나의 얼룩 당신이 묻었다니까 우리가 보낸 십년 같다 서로 모르는 돌멩이처럼

 

저물녘은 해석이 되고 본심은 그림자가 길다 창문에는 온통 그런 이야기뿐이다 기대어 있는 것들이 걸어간다 전부 적지 않은 문장같이 너무 많아서

 

우리는 자주 앓을 것 저물녘 창가에 서게 될 것 돌멩이를 굴려보듯 서로를 생각하게 될 것 세계와 얼룩의 이야기를 만들어갈 것 여전히 적지 못하는 문장처럼

 

그건 그것대로 당신 같아서 밤이 되었다

십년의 다음처럼 창밖은 깜깜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