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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신예시인특선
박세미 朴世美
1987년 서울 출생.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smp0615@naver.com
인간 세명
인간 하나가 누워 있었다
인간 하나가 앉아 있었다
악수
인사하려면 일어나야지, 서 있는 인간이 말했고
진심이 통하는 자세란 뭘까? 누워 있는 인간이 말했다
나라고 해야 할지, 너라고 해야 할지
인간 세명이 이웃하여 서는 경우의 수는?
혼잣말
미운오리에게는 미운오리 자리가 있어
거기에 앉아 귀를 막고 스스로 목소리를 들을 때
말하는 동안은 말하는 것을 믿을 수 있지
도미노처럼 정확하게 엎어질래
그러다가 우리 중 누군가 외로워지면
폭로
이건 비밀인데, 하면서 도미노 한 조각을 넘어뜨리는 인간 하나
넘어뜨린 인간과 넘어뜨리지 않은 인간의 눈이 마주칠 때
그래도 끝까지 무너지던 그림은 어떻게 완성됐을까
인간 세명이 이웃하지 않고 서는 경우의 수는?
3인칭으로서
다시 만난다
하나의 손가락에서 하나의 손바닥으로
자국이 전달되면
남겨진 온기만 기억할 것
게니우스 로키(Genius Loci)*
처음 오므린 손은 꿈이라고 불렸다
도시에 물이 범람하여 그림자 드리워지니, 나무를 찾는 사람들의 눈동자 떨린다 둥치가 잔뜩 부푼 나무가 있었고, 거기에 그네를 처음 걸었던 사람이 있었고, 잇달아 잇달아 그네들이 매달리고 있었다 그 땅에 빈 그네들의 가득 찬 그림자 흔들리고, 누구의 이름을 부를까
고유한 이름들이 꿈에서 깨어나기 직전의 동작이었더라면, 그것이 밧줄을 쥔 두 손이었더라면, 땅이든 바다든 눈동자가 있다면
우리가 눈동자 그리는 법을 몰라도
아이가 두 손을 등 뒤로 감추고 노래를 불러도
눈빛만으로 모든 것을 알아챘더라면
마지막 오므린 손이
하나의 악몽일 뿐이어서
참혹이 단지,
기분을 부르는 이름이었더라면
--
*(라틴어) 그 장소에 깃든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