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창작과비평

정기구독 회원 전용 콘텐츠

『창작과비평』을 정기구독하시면 모든 글의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구독 중이신 회원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시 | 신예시인특선

 

한인준 韓仁埈

1986년 서울 출생. 2013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등단. vinq@naver.com

 

 

 

연출연습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곳을

 

횡단하다가

 

무대 중앙까지 대각선으로 걸어가줄래?

 

대각선은 멈춰 서서 잠깐 울었다. 주룩주룩은 언제부터 직선입니까. 죽음에 꼭 들어맞을 때까지

 

죽은 척하기

 

나는 내가 벗어둔 구두 같아요. 구두는 무슨

 

쓰레빠를 내던지며

 

이런 식으로 연기해봐. 이런 식의 총구와 이런 식의 관자놀이로 너와 나의

 

이런 거리감으로

 

절망 좀 쉬었다 합시다. 대각선은 둥근 의자에 앉아 다시 울었다. 주룩주룩은 언제부터 곡선인가요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무대 바깥으로 보랏빛처럼 걸어가줄래?

 

보랏빛이라니

 

대각선은 대각선에게 건너가면서 조금 울었다. 나 당신에게 갈 수 있나요

 

잘하고 있는 거 맞아요

 

높낮이를 줄게

 

발목이 부러진 옥상처럼

 

보랏빛처럼

 

대각선은 걸어나간다. 사라진다는 것이 정확해질 때까지

 

 

 

묘사

 

 

빈 액자에서 없는 그림이 떨어지면

 

그대로 두세요

 

방문 뒤에서 구석은 웅크린다 공간이 순간으로 변할 때까지

 

빈방 위로는 자꾸 빈방만이 놓이고

 

나는 여러번 빈방을 버려둔다

 

붙잡은 손을 떨어뜨릴 때마다 손은 손의 위치로 되돌아가니까

 

이렇게 우리는 수북해질 거야 구석은 다시

 

방문 옆에 앉는다

 

가만히 두 팔을 벌린다 순간이 공간으로 바뀔 때까지

 

나를 안아주세요

 

빈 액자에서 없는 그림이 떨어지면

 

그대로 두세요

 

아직 사라지지 않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