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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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 姜恩喬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허무집』 『풀잎』 『빈자일기』 『벽 속의 편지』 『초록 거미의 사랑』 『바리연가집』 『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 등이 있음.

pilgrimk1412@hanmail.net

 

 

 

멀리 있는 연인에게—아홉째 가락

 

꽃잎이 시들어 떨어지고서야 꽃을 보았습니다

꽃잎이 시들어 떨어지고서야 꽃을 창가로 끌고 왔습니다

꽃잎이 시들어 떨어지고서야 꽃을 마음 끝에 매달았습니다

 

꽃잎 한장 창가에 여직 남아 있는 것은 내가 저 꽃을 마음 따라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신이 창가에 여직 남아 있는 것은 당신이 나를 마음 따라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흰 구름이 여직 창틀에 남아 흩날리는 것은 우리 서로 마음의 심연에 심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람 몹시 부는 날에도

 

꽃잎 한장

 

 

 

 

당고마기 고모가 요가원 앞 언덕길을 걸어간다. 지저분한 골목길, 후진 빵집이 있고 구식의 양장점이 있으며 꼬치구이집이 있고 김밥이 유치하게 그려져 있는 분식집, 그 골목 어귀에는 최신 핸드폰을 선전하는 show라는 글자가 검게 저녁 하늘을 기어간다, 그 옆은 간판이 집보다 큰 약국, 무수한 먼지들이 사람들의 어깨에 묻어 함께 걸어간다

 

늘 빼꼭히 차들이 서 있는 좁은 골목길, 우리들의 수로(水路), 우리들의 누추한 아름다움

 

고모의 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