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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좋은 놈과 이상한 놈의 기로에서

김종엽

김종엽 /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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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야권의 패배로 끝나자 민주당에서 몇명은 정계은퇴를 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정계은퇴는 엉뚱하게도 유시민 전 장관이 했다. 그후 유 전 장관을 김두식 교수가 인터뷰한 기사가 나왔다.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정치를 조명할 간결하고 멋진 도식을 제공했다. 다음과 같은 그의 표현을 읽고서 역시 그의 재능은 정치보다는 정치평론 쪽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게 힘센 나쁜 놈(the bad)이 있어요. (···) 그리고 가끔은 착하기도 못나기도 한 이상한 애(the weird, 원문에는 the ugly-인용자)가 있어요. 이상한 애는 힘이 좀 있어서 나쁜 놈이 나쁜 짓 하는 걸 막아주기도 하는데 자기도 가끔 나쁜 일을 해요. 서부영화로 치면 우리는 더 굿이 없는 정치예요. 여기서 착한 애(the good)가 좋은 일을 할 힘을 얻으려면 시간이 걸려요. (···) 그런데 착한 애가 나타나면 나쁜 놈과 이상한 애가 각각 총을 쏴요. 이상한 애는 총을 쏘면서도 착한 애한테 ‘내 말대로 해야 착한 사람이 된다’고 조언해요. 그 말을 따르면 절대로 착한 사람이 될 수 없어요. 하지만 시킨 대로 안 하면 ‘분열주의자’라고 낙인이 찍혀요.” (『한겨레』 2013.3.15)

 

하지만 이런저런 의문도 들었다. 무엇보다 유 전 장관이 말하는 “착한 애” 혹은 “좋은 놈”이 누구일까 싶었다. 지난해 통합진보당 사태를 보면, 힘은 없어도 “좋은 놈”으로 생각해온 정치인들도 사실은 “이상한 놈”이고, 그들이 그런 것이 딱히 다른 “이상한 놈” 때문도 아닌 듯싶어서다. 더불어 다음주에 있을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는 과연 “좋은 놈”일까 아니면 “이상한 놈”일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안철수에 대한 야권 지지자들의 복잡한 심경

 

안후보가 “이상한 놈”인지 “좋은 놈”인지는 확정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민주당 대선평가위가 실시한 〈국민의식조사 2013〉을 통해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안철수 현상’을 떠나 정치인으로서 안철수의 능력에 대해 선생님은 어느 정도 신뢰감을 가지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문재인 투표자의 50.8%가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전폭적인 지지는 아니지만 신뢰감의 수준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 엑스파일’ 폭로로 노회찬 전 의원이 억울하게 의원직을 상실했고, 노회찬 전 의원과 진보정의당에 대해 공감과 연민이 강한 것이 대중적 정서인데도, 안철수 전 후보가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한가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문재인 투표자의 52.7%가 출마에 찬성을 표했다. 좀 미묘한 질문인데, 그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 나온 것은 어떤 변화에 대한 욕망이 안후보 주변에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누군가 답답한 현재의 판을 좀 흔들었으면 하는 것이다.

 

관찰자 입장에서 판단을 요구하는 질문을 보면 안후보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상승한다.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지(안철수 현상)는 대선이 끝난 현재에도 매우 높다”라는 판단에 문재인 투표자 가운데 동의하는 이들은 59.3%에 이른다. 더 나아가 “‘안철수 신당’이 실제로 만들어지면 그 영향력이 막강할 것이다”라는 판단에도 같은 집단의 50.5%가 찬성한다. “막강할 것이다”라는 표현을 썼는데도 이 정도 수치가 나온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안후보는 적어도 야권 지지자 집단 안에선 “좋은 놈”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당 창당에 대한 관찰자 관점에서의 높은 수치는 참여자 관점에서는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안철수 전 후보가 신당을 만든다면 국민에게 야권분열로 비춰지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쪽이 야권지지자 가운데 32.7%인 데 반해 괜찮다고 판단하는 이들이 37.9%로 여느 설문과 달리 팽팽하다. 안후보가 취할 행보에 대해 야권 지지자들의 생각이 복잡함을 짐작게 한다.

 

대선 시기 안후보가 보인 여러 행동과 관련한 질문에 대한 답변들은 야권 지지자들이 보인 복잡한 심경의 원인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후보직을 사퇴하며 백의종군을 선언한 안철수 전 후보는 어느정도 열심히 문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력했다고 느끼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 문재인 투표자의 30.3%만이 그렇다고 답하며, 안철수 지지자 집단조차 34.8%만이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별로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보는 이들이 대다수인 것이다.

 

세간의 석연찮은 시선 불식시켜야

 

또 “안철수 전 후보는 아름다운 대선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것에 대하여 반성하고 과오를 고백한 후에 정치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문재인 투표자의 50.1%가 찬성하며, 안철수 지지자들도 51.2%가 찬성했다. 야권 지지자들이 분명하게 안후보의 반성을 요구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 질문은 하위 문항으로 “11월 14에서 18일까지 문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하다 중단한 것” “사퇴 이후 안철수 전 후보가 문후보의 유세를 지원한 방식” “안후보가 대선 투표를 마치고 같은 날 미국으로 출국한 것” 등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는지를 물었는데, 이런 문항에 대한 답변도 상위 문항과 마찬가지로 50~60%대의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대선후보 사퇴 후 안철수 전 후보가 외부와 접촉을 끊고 2주간 잠적한 것”에 대해서는 문재인 투표자 가운데 70.8%가 공감할 수 없다고 말하고, 안철수 지지자들조차 60.1%가 같은 태도를 보였다. 이런 판단과 같은 선상에서 야권 지지자들의 54.7%가 “문재인 후보의 대선 패배에 관하여 안철수 후보도 공동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야권지지자들의 경우 안후보가 “좋은 놈”이기를 바라고 있고 또 그렇게 판단할 만한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전폭적으로 신뢰하기엔 석연치 않은 면을 그에게서 발견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은 안후보마저 어쩌면 “이상한 놈”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품고 있는 것이다. 다음주 보궐선거에서 안후보는 그를 아직까지는 “좋은 놈”으로 여기는 믿음의 덕을 볼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작은 불신의 씨가 이미 여러 곳에 뿌려져 있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이 된다면 그는 자신이 “이상한 놈”이 아니라 단연코 “좋은 놈”임을 입증해야 한다. 더 나아가 “좋은 놈”을 “이상한 놈”으로 만들기 일쑤인 한국정치의 문법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좋은 놈”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 과정에는 특유의 추상적인 화법에서 벗어나 자신의 대선 과정에서의 과오에 대해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성찰하는 모습을 적절한 때에 보이는 것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2013.4.17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