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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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2013년체제 논의의 진전을 위하여

 

2013년 이후의 ‘한반도경제’

네트워크 모델의 제안

 

 

이일영 李日榮

한신대 교수, 경제학. 저서로 『새로운 진보의 대안, 한반도경제』 『중국 농업, 동아시아로의 압축』 『한반도경제론』(공저) 등이 있음. ilee@hs.ac.kr

 

*이 글의 초고는 한반도평화포럼·세교연구소가 개최한 심포지엄 ‘2013체제를 향하여’(2011.11.25)에서 발표한 바 있다.

 

 

1. 들어가며

 

2012년은 중요한 해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 ‘김정일 이후’의 북한은 정권수립 이후 최대의 역사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한국에서는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파도가 정치권을 휩쓸고 있다.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어가는 국민 대중의 지혜가 놀랍지만, 열망과 실망의 싸이클이 반복될 수도 있다. 이제 새로운 씨스템과 경제정책을 준비하는 작업이 참으로 절박해졌다.

이와 관련하여 ‘2013년체제’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먼저 백낙청()2013년체제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그간의 복지담론을 평화·공정 등 중요 의제와 결합할 필요성을 제시한 바 있다.1) 이에 대하여 김종엽(金鍾曄)은 평화·복지·공정을 가능케 하는 정치, 규범, 사회적 연대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2013년체제의 주요 의제를 관통하는 원리를 논의한 점에서 일보 전진했다고 하겠다. 그러나 씨스템 전체의 ‘큰 그림’까지 내놓지는 않았다. 김대호(金大鎬)2013년체제가 87년체제와 김대중 개혁의 합리적 핵심을 계승·발전 또는 부정하는 것으로 파악함으로써 정책적 체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세계체제·분단체제의 변동이라는 조건과 새로운 질서의 작동원리까지 논하지는 않았다.2)

한편 진보적 경제학계에서는 반신자유주의 연합으로서의 대안을 내놓는 경향이 뚜렷하다.3) 그러나 신자유주의라는 프레임으로는 현실에 존재하는 세계체제와 분단체제의 제약조건을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다. 또한 글로벌화와 국민국가의 약화에 따라 사회민주주의 대안은 점점 더 현실에서 작동 가능한 대안이 되기 어려워지고 있다.4)

한국의 경우에는 고령화, 성장한계, 남북한 통합이 만들어내는 수량적 제약을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복지를 추구하되 ‘국가주의’를 넘어서는 경제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5) 필자는 이와 관련하여 새로운 대안적 경제질서를 ‘한반도경제’, 즉 “남북한 각각을 개혁하고 남북한을 통합하며 세계와 공존하는 새로운 체제”라고 정의한 바 있다.6) 이 글에서는 이러한 ‘한반도경제’의 구성요소와 조직원리를 좀더 구체적이고 명료한 형태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즉 환경변화를 고려하여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전략과 제도·조직형태를 논의해보려 한다.

 

 

2. 평화질서와 국가·초국가 네트워크

 

새로운 경제모델을 구성하려면 세계 차원, 동아시아-한반도 차원, 한국 내부 차원에서의 환경조건을 검토해야 한다. 먼저 세계 차원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미국의 일극체제 속에서 진행된 금융자본주의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세계체제가 모색되고 있다. 그간 미국이 강화하는가 쇠퇴하는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2007~8년 경제위기를 경험하면서 몇가지 변화의 방향성은 분명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간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던 금융적 팽창에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금융세계화는 주식시장, 부동산시장, 파생상품시장의 확대와 그에 따른 사회구조의 재편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2007~8년에는 무모한 증권화의 위험이 드러났다. 미국과 유럽의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고 이는 금융체계 전반의 신용위기로 번졌으며, 이 위기는 세계적인 불황과 겹쳐 주변 신흥국들에 전파되었다.7)

미국은 금융씨스템의 불건전성이 드러난 가운데 문제해결 능력이 제약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가 심각하며 정부재정도 적자 상태인데, 정치권에서는 국가부채 한도 증액과 재정적자 감축에 대한 의견이 분열되어 있다. 재정확충을 반대하는 풀뿌리운동과 금융권력에 저항하는 풀뿌리운동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유럽의 위기도 계속되고 있다. 유럽은 많은 나라들이 통화는 통합되어 있으나 재정은 각국이 독립되어 있는 모순 속에서 유로존(Eurozone)을 지키는 것조차 힘든 상황에 봉착했다. 일본은 장기침체와 대지진의 재난 속에서 이를 극복할 국내적 리더십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영향력은 증대되고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30년 이상 급속한 실물적 성장을 계속했다. 이는 달러체제에 편승한 수출 중상주의의 성과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시장의 침체, 중국 국내의 인플레와 격차 확대, 막대한 지방정부 부채, 급속한 고령화 추세 같은 문제가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중국의 성장세는 둔화될 것이다.8) 성장이 둔화되고 사회적 위기가 심화되면 시장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중국은 오랜 영토주의 제국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남중국해 등에서도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중국의 과두제자본주의는 상대적으로 덜 자본주의적인 특성 때문에 지역적 영토주의 국가의 길을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전세계 차원에서는 미국 헤게모니에 도전하지 않을 수 있지만 동아시아 차원에서는 발언권을 적극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경제적 차원은 물론 자국의 영토적 안정성이라는 관점을 중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국내 문제를 해결하기에도 벅찬 상황이고 중국도 자신의 국가이익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세계 차원에서는 전에 비해 ‘카오스’(chaos) 요소가 강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9)

‘카오스’ 아래서는 갈등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질서’는 안정과 균형을 특징으로 한다. 현실은 카오스와 질서의 중간 어디에 존재한다. 세계체제 차원에서 카오스 상태로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조건에서는 평화적 질서의 형성을 우선적인 과제로 삼아야 한다. 과거의 질서가 이완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력의 확대를 경계하면서 다층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10)

미국의 세계적 헤게모니가 약화되고 국민국가를 넘어 다양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는 조건에서 국가 단위의 전략만 유효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은 발전주의모델을 따라왔다. 국가가 주요 행위자가 되어 개방과 경제발전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결합해온 경우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조건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전면적인 경제공동체 형성을 시도하는 것이 카오스로의 경향을 강화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한미FTA나 한중FTA는 국가간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국가 행위자를 주요 노드(node, 마디)로 삼는 ‘노드간 정치’(inter-nodal politics)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거대 국가와의 FTA를 통해 국가간 분업이나 산업간 분업의 변경을 가져오는 것은 자연적으로 형성된 균형상태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거래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향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는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11)

동아시아에서의 무역과 투자 확대는 이미 자율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시급히 논의할 문제는 아니다. 시장의 위험이 높고 국가간 조정이 필요한 부문은 금융과 자원 분야다.

향후에는 금융위기가 빈발할 가능성이 높다. 실물적 성장을 위해서는 발전된 금융시장이 필수적이지만 모든 증권화에는 편익과 함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위기를 피할 수 없다면 국가간 협력을 통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씨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12) 또 한국, 중국, 일본은 모두 자원위기의 가능성을 지닌 국가다. 에너지와 식량 같은 자원은 소수의 메이저 공급자에 의한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또 파생상품으로의 거래 등 금융화가 진행되어 가격변동이 심하다. 이들 자원시장에서 한·중·일은 비중있는 수요자다. 이들 세 나라가 협력하면 시장 위험을 줄이면서 시장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초국가 네트워크에 대해 살펴보자. 현재의 세계체제가 카오스 쪽으로 변화하는 것은 미국의 우위가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또다른 이유도 있다. 국가라는 행위자 이외의 네트워크형 행위자의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도 중요하게 작용하기에 그러하다. 초국적기업, 지구적 시민사회단체, 국제기구 등은 태생적으로 네트워크의 형태를 띠는 존재다. 이러한 비()국가 행위자들이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13)

동아시아에서의 평화질서는 국가간 관계뿐 아니라 다층의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치·군사 분야는 국가 차원의 협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금융 및 자원 부문, 그리고 개발협력의 의제에서는 정부간 네트워크는 물론 비정부간 네트워크를 활성화함으로써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국가들 사이에서의 정책적 수렴과 협력체계 형성을 도모할 수 있다.14)

 

 

3. 남북 연계와 ‘지중해경제 네트워크’

 

2차대전 후 형성된 미국 중심의 세계체제는, 동북아에서는 동서냉전을 연장한 동북아 냉전체제로, 한반도에서는 분단체제로 구체화된 바 있다. 분단체제는 하나의 체제이면서 그 하위에 남북한 각각의 체제를 가지고 있다. 분단체제는 약화와 강화의 두 경향을 함께 지닌다. 상위의 세계체제 변화, 남한 민주화, 북한의 축적 위기와 부분적 시장화 등은 분단체제의 기반을 흔드는 요인이다. 남한의 이명박정부 출범과 대북정책 변경, 북한의 후계체제 구축과 핵무장화 추진, 남북간 대립의 격화 등은 분단체제를 일시적으로나마 다시 강화시키기도 했다.

북한은 분단체제하에서 국가에 권력을 집중했으나 이는 경제위기를 구조화했다. 중앙집권적 계획씨스템, 고()축적·강()축적, 중공업 우선 정책은 인센티브와 정보의 차단, 투자효율 하락, 산업구조 왜곡을 가져왔다. 1970년대 후반부터 진행된 생산위기는 90년대 이후 전반적인 경제위기로 확대되었다. 산업기반과 계획경제 씨스템이 거의 붕괴되었고, 내부의 자원은 고갈된 상태다.

북한의 경제위기는 중공업과 군사부문에 편중된 산업구조와 이를 뒷받침한 국가계획체제, 즉 ‘분단체제와 결합한 국가사회주의 경제’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방안은 대외개방, 경제개혁, 남북한 경제통합을 연계하여 추진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15) 역사·지리적 조건이나 참고할 모델은 중국에 가까운 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사회주의국가의 체제이행과정에 포함되었던 프로그램이 생략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초기의 개혁·개방이 지연될수록 이후의 이행과정은 급진적인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김정일 시대’에는 부분적 개혁·개방과 군부를 앞세운 지배체제 강화를 동시에 추구했다. 1998년의 금강산관광 허용, 2000년의 6·15선언, 2002년의 7·1경제관리개선조치와 개성공업지구법 제정 등은 체제개혁의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200610월의 1차 핵실험은 체제유지를 위한 역행적 조치였다.

‘김정일 이후’는 김정일이 뇌졸중에서 회복된 2008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16) 이때부터 북한은 체제유지와 후계체제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고 할 수 있다. 2009년 이후 북한의 정책기조는 군부 강경파를 앞장세우는 선군정치와 경제와 사회에 대한 국가의 통제 강화로 나타났다. 20095월에는 2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11월말에는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화폐개혁은 그간 부분적 시장화를 통해 축적된 인민의 부를 하루아침에 몰수하고 집권적 계획체제를 다시 강화하려는 시도였다.

‘김정일 이후’의 북한체제는 당분간은 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은 그간의 ‘북한 붕괴론’과는 거리가 있다. 북한은 김정일 유고상황에 대해 3년 이상 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또 천안함사건과 김정일의 네차례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중 협조관계는 한층 긴밀해졌다. 김정일 사망 후 주변국들은 모두 북한의 조기붕괴를 원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북한체제의 안정성이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배체제 유지를 위한 통제씨스템 강화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체제개혁의 방향과 구조적으로 어긋나기 때문이다. ‘김정일 이후’는 카오스적 요소가 더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단체제의 해소에는 남북한 경제통합과 경제체제의 개선·개혁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특히 북한의 경우 국가사회주의체제의 변경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국가적 차원에서 체제개혁을 단행할 수 있는 여력은 많지 않다. 북중관계의 강화는 물론이고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의 개선도 기존 지배체제 유지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허용하려 할 것이다. 북한의 개혁·개방과 남북통합이 맞물려 전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나 그렇게 되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의 연합·통합 이전에 네트워크에 의한 연계를 누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간 협조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분단체제가 카오스화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도시를 단위로 한 월경적(越境的)·지역적 네트워크 관계를 누적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동북아 국가들은 영토와 인구에 대한 통제에 관심이 많고 국가형성과 전쟁능력에 치중하는 속성이 있다. 남북간 갈등과 미중·중일간 갈등도 영토주의적인 국가의 속성에서 비롯하여 구조화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영토주의적 경향이 더 약한 도시가 주체가 되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전략적으로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가령 동북아의 바다를 연결하는 ‘동북아 지중해경제’를 상상하고 목표로 삼아 나아갈 수 있다.17)

‘동북아 지중해경제’는 다양한 층위의 도시네트워크 프로젝트에 의해 구성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남한에 국한된 사례지만) 인천-개성-해주, 부산-광양-제주의 ‘소삼각’ 네트워크, 인천-칭다오(靑島)-다롄(大連), 부산-후꾸오까(福岡)-오오사까(大阪)의 ‘중삼각’ 네트워크, 서울-베이징-토오꾜오의 ‘대삼각’ 네트워크를 구상해볼 수 있다. 경제적·문화적 교류와 이동을 중심으로 활성화된 도시네트워크는 좀더 제도적인 형식을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해갈 수도 있다. 이는 ‘질서있는 아나키’를 지향한다. 중심적 통치의 부재 속에서도 그 자체에 고유한 묵시적·명시적인 원칙·규범·절차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동북아 지중해경제’에서는 인천과 부산의 역할이 새롭게 인식된다. 인천은 제조업 기반과 항만·공항시설을 함께 보유하고 있어 국제 비즈니스·물류기지로 발전할 기본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개성과 해주는 인천과 연계될 경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제조업과 물류벨트로 발전할 수 있다.18) 한편 부산은 남해를 내해화(內海化)하는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 부산-광양-제주의 소삼각 지대는 제조업벨트, 물류벨트, 관광·문화·스포츠산업벨트로 발전할 수 있다.19)

중삼각 네트워크는 한중·한일간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고 중일간 갈등을 완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삼각 네트워크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네트워크를 자기조직하는 동력을 지닌다고 본다.

첫째, 중삼각을 구성하는 도시들은 각국의 수도와 일정하게 경쟁하는 위치에 있다. 이들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려는 유인이 있다. 중국 내에서 경제나 정치 중심지와는 거리가 있는 칭다오나 다롄은 스스로의 발전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다. 이들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우면서 역사적으로 중국과 외부세계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한 곳이다. 큐우슈우(九州)의 중심 도시인 후꾸오까의 경우 전통적으로 부산권과 활발한 교류협력을 해왔다. 토오호꾸(東北) 대지진과 방콕 대홍수로 일본의 부품소재업체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에 투자를 늘리려는 의향도 있다.

둘째로 이들 도시에서는 코리안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칭다오 지역에는 현재 조선족 20만명과 한국인 상주인구 10만명이 있으며 한국 기업은 8000여개가 들어서 있다.20) 미국 씰리콘밸리 기업의 부상은 기업과 기업 외부의 관련성, 상호작용에 의한 학습을 중시하게 한 사례다. 이처럼 코리안 네트워크도 도시와 기업의 역동적 성장에 기여할 여지가 많다.

중삼각 네트워크는 한·중·일간의 협력 강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탈민족 환경에서의 남북한 통합에도 긍정적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북중간 경제협력의 핵심 프로젝트는 창·지·투(창춘·지린·투먼) 지역과 라·선(나진·선봉) 지역의 연계 개발사업과 신의주 압록강변의 황금평 산업단지 개발사업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현재 중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지만, 중삼각 도시네트워크를 통해 한국과 일본 자본의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서울-베이징-토오꾜오의 대삼각 네트워크는 쉽게 조직되기 어렵다. 각국의 수도는 국가 차원의 경쟁과 갈등 구도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거대도시들은 각국의 경제·문화 능력의 집적지이면서 전쟁형성 능력과 영토주의 성향으로부터는 일정하게 분리되어 있다. 따라서 대삼각 도시네트워크는 국가간 협력체나 공동체보다는 실현 가능성이 높고 시민의 인권과 행복을 보장해주는 공화주의를 실천하기에도 더 용이하다고 할 수 있다.21) 대삼각 네트워크가 작동하면 ‘지중해경제’가 더욱 활성화되고 각국이 ‘시민국가’(civic state) 쪽으로 변화할 수 있는 동력을 갖게 된다.

 

 

4. 혁신국가와 네트워크형 경제조직

 

현단계 선진 각국 경제의 최대 문제는 정체 속에서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도 도농간·지역간 격차가 심각하다. 북한은 격차 문제를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산기반이 무너져 있다. 동아시아 경제에서 형성된 국가주도의 발전주의모델은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한국경제도 성장의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경제는 외환위기 전 1990~96년의 시기에 약 8%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4%대 성장도 쉽지 않게 되었다. 한국경제가 장기적인 침체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단언할 수 없더라도 과거의 고도성장세를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문제로 흔히 거론되는 것은 내부의 격차 확대다. 이는 소득과 고용의 위기로 나타난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주로 자영업자의 평균소득이 근로자보다 높았는데, 1997년 이후로 상황이 역전되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영업 종사자가 증가하면서 소득격차가 확대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근로자 내부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다.

격차 확대, 소득·고용위기의 배후에는 고용능력 저하 문제가 있다. 고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발전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은 대기업-중소기업간 생산력 격차가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은 대기업, 특히 재벌그룹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22) 한국과 일본의 산업 형성에서는 국가의 보호주의가 강력하게 작용했는데,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력 격차를 가져왔다.

대기업-중소기업간 생산력 격차는 지역간 생산력 격차와 상당부분 겹쳐 있다. 지역간 격차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계속 확대되었는데,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이 지역간 생산력 격차를 확대한 것이다.23) 한국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은 전기전자,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등 기초소재와 가공조립 산업이 이끌었다. 그런데 이들은 일부 지역에 집중해 있다. 또한 서울(수도권) 이외의 지역에는 연구와 마케팅 능력이 결여되어 지식축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국경제에 병목이 되고 있는 생산력 격차는 그간 펼쳐온 발전전략의 결과고 한계다. 한국에서는 경제발전 과정에서 국가의 후원에 기초해 재벌 같은 ‘내셔널 챔피언’을 만들었다. 국가에 의한 보호주의의 울타리에서 성장한 재벌과 거대 산업지역은 독점적 지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처럼 국가-재벌 관계로 위계화된 ‘발전주의’모델은 이제 잘 작동하기 어렵게 되었다.24)

발전주의국가의 능력은 국가에의 권력집중, 억압적 정치체제 구축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전세계적으로 냉전체제가 해체되면서 발전주의모델과 민주주의적 질서는 점점 더 양립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글로벌화와 산업 및 기술 구조의 변화도 발전주의모델의 지속성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후기산업사회, 즉 다품종 소량생산과 유연생산에 기반한 체제로의 변화는 국가와 산업·기업의 연계보다는 글로벌 자본주의와 지역의 연계에 더 어울리는 측면이 있다.

현단계에서 한국경제의 성장과 번영을 제약하는 생산력 격차는 기업간·지역간에 형성된 위계적·수직적 관계로부터 나온다.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지식기반경제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국가와 재벌을 중핵으로 하는 경제씨스템은 혁신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워졌다. 이제 중앙정부와 대기업에 힘이 집중된 위계적 씨스템을 분권화하고 경제조직에서 네트워크형 또는 혼합형 조직형태의 요소를 더욱 증대할 필요가 있다. 즉 네트워크형 혁신국가로 이행해야 한다.

발전주의모델 속에서 형성된 위계적 구조를 네트워크 형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재벌정책, 중소기업정책, 지역정책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일관된 재벌정책이 필요하다. 재벌 문제의 핵심은 부당 내부거래에 의한 기업 경계의 부적절한 확대다. 기업이 지나친 조직화 비용을 쓰지 않고 혁신을 통한 성장에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칙의 제정과 집행이 중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능력과 절차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전제하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스스로 불공정거래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정비와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25)

둘째,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업간·조직간 네트워크 관계를 활성화하고 네트워크형 조직형태를 발전시켜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간에는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하청거래에 대해서는 공정성 관리를 엄격히 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혁신지향적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자체적인 설계 능력과 글로벌 마케팅 능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는 협력 네트워크 형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26)

셋째, 지역정책이 중요하다. 분권적 광역지역경제권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때 지역경제권의 규모는 글로벌 차원에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16개 광역시도체제보다는 넓은 범위로 구성되어야 한다. 국가는 더이상 경쟁력의 단위로 기능하기 어렵다. 따라서 광역지역경제권이 글로벌 분업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지역산업의 기획·투자·무역진흥의 기능을 수행하게 해야 한다.27)

 

 

5. 나가며

 

필자는 세계체제·분단체제·국내체제를 혁신하는 프로젝트로서 ‘한반도경제’를 제안해보았다. 지금까지 논의한 것처럼 경제모델을 구성하는 요소로는 환경, 과제, 전략·제도·조직 등이 있다. ‘한반도경제’ 모델에서는 세계체제·분단체제·국내체제라는 삼중의 환경변화 조건을 고려하여 평화질서·남북연계·혁신국가라는 삼중의 과제를 설정해보았다. 이들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전략·제도·조직의 원리는 ‘네트워크’다. 따라서 ‘한반도경제’는 ‘네트워크 경제’의 모델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한반도경제 네트워크’는 다시 삼중의 과제에 대응하여 국가·초국가 네트워크, 지중해경제 네트워크, 혁신적 네트워크 경제조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국가·초국가 네트워크는 국가 내부와 국가간에 존재하는 제도와 정책결정 과정에서 공유된 연결망이다. 지중해경제 네트워크는 한국·북한·중국·일본 등의 여러 도시들 사이에 존재하는 반복적·지속적인 연결망이다. 혁신적 네트워크 경제조직은 대기업·중소기업간, 지역간 생산력 격차에 대응하는 조직간·지역간 연결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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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낙청 「‘2013년체제’를 준비하자」, 『실천문학』 2011년 여름호. 여기에서 강조된 것은 의제 자체보다는 2013년체제의 내용을 채우는 여러 의제들간의 ‘지혜로운 결합’이다. 이 대목의 단행본 수록지면은 백낙청 『2013년체제 만들기』, 창비 2012, 82면.

2) 김종엽 「더 나은 체제를 향해」, 『창작과비평』 2011년 가을호; 김대호 「2013년체제는 새로운 코리아 만들기」, 『창작과비평』 2011년 가을호.

3) 안현효·류동민은 진보진영의 분열을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사회민주주의 대안으로의 수렴 현상을 이야기한 바 있다. 안현효·류동민 「한국에서 신자유주의의 전개와 이론적 대안에 관한 검토」, 『사회경제평론』 35호, 한국사회경제학회 2010.

4) 사회민주주의는 국가 차원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원을 다수 대중에게 재분배한다는 이상과 운동을 대변하는데, 이매뉴얼 월러스틴은 이러한 사회민주주의 대안은 이제 ‘환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사회민주주의의 성공을 지탱했던 조건은 세계경제의 확장과 세계체제에서의 미국 헤게모니인데, 세계경제는 장기침체로 접어들었으며 미국의 헤게모니 권력은 길고 완만한 쇠퇴의 과정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Immanuel Wallerstein, “The Social-Democratic Illusion,” Commentary, No. 313, September 15, 2011, http://www.iwallerstein.com/socialdemocratic-illusion/. 국역본 「복지국가 모델은 지속 불가능… 대안은?」 『프레시안』 2011.9.16 참조.

5) 이태수・김연명・안병진・이일영 대화 「복지국가론은 진보의 대안인가」, 『창작과비평』 2010년 가을호; 이일영 「복지 논의가 헤쳐가야 할 삼각파도」, 『창비주간논평』 2011.2.16.

6) 졸저 『새로운 진보의 대안, 한반도경제』, 창비 2009, 6면.

7) 2008년말 아이슬란드・헝가리・파키스탄・우끄라이나, 2009년초 벨라루스・루마니아 등이 차례로 IMF의 자금지원에 의존하게 되었다. 특히 외화표시 단기부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던 아이슬란드는 통화가치가 폭락하고 3대 은행을 국유화해야 하는 최악의 위기를 맞
았다.

8)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된 이면에는 중국이 글로벌 생산네트워크에 편입되어 미국·유럽·일본 기업들에 의해 생산량을 통제받는 현실이 존재한다. 중국은 이미 서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9) 조반니 아리기는 20세기 이후 세계체제의 씨나리오를 서구 중심의 전지구적 제국, 동아시아 중심의 세계시장사회, 세계적 수준의 카오스로 제시한 바 있다(『장기 20세기: 화폐, 권력, 그리고 우리 시대의 기원』, 백승욱 옮김, 그린비 2008). 현실에 가장 근접한 씨나리오는 카오스인 것으로 보인다. 세계체제론과는 다른 맥락이지만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등은 글로벌 거버넌스의 부재 상황을 ‘G-제로’라고 표현한 바 있다.

10) 미시적 차원에서 정의된 네트워크는 둘 이상의 행위자 집합으로서 상호간에 반복적・지속적 교환관계를 추구하면서 교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중재・조정하는 법적 권위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조직형태라고 할 수 있다. 네트워크 형태에 참여하는 행위자는 새로운 기능과 지식의 학습, 합법적 지위의 획득, 경제적 성과의 개선, 자원 의존의 관리, 사회복지 개선이라는 이익을 가져다준다. Podolny, Joel M. and Karen L. Page, “Network Forms of Organization,” Annu. Rev. Sociol., No. 24, 1998, 59~66면.

11) 한미FTA의 추진은 국내적 갈등비용을 유발하는 한편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정책이 충돌하는 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한미FTA는 물론 한중FTA나 한일FTA의 경우에도 통상 문제의 차원을 넘어 카오스화하는 세계체제 속에서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FTA의 방아쇠가 당겨진 만큼 협상기간을 길게 가져가고 ‘낮은 수준’으로 조정되도록 노력하면서 네트워크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

12) 금융세계화에 따라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지만, 그렇다고 금융기능을 폐지할 수는 없다. 위기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어렵다면 위기에 대비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13) 김상배 「네트워크 세계정치이론의 모색: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세가지 가정을 넘어서」, 『국제정치논총』 48집 4호, 한국국제정치학회 2008.

14) 네트워크적 요소를 강화하는 방안으로는 유럽연합에서 시도되고 있는 개방형 정책조정방식을 참고할 수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경제・통화・고용・빈곤구제・사회통합・환경 등 분야에서 초국가기구・회원국 정부・국가 하부의 행위자들 사이에 수직·수평의 정책네트워크가 복잡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앙집중형 규제 메커니즘을 탈피하여 협상과 숙의, 경쟁과 조정을 통한 분산형 메커니즘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민병원 「네트워크국가의 거버넌스 실험: 유럽연합의 개방형 조정방식(OMC)을 중심으로」, 『국가전략』 14권 3호, 세종연구소 2008.

15) 이는 일종의 ‘체제이행’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러한 체제이행 프로그램의 첫째 요소는 대외개방 조치다. 이는 특구의 확대 발전, 대외무역과 외국인투자의 확대 등을 핵심 정책으로 한다. 특구에 유치한 외자기업에 대한 자유로운 기업활동 보장, 외국인기업과 경쟁할 국내의 기존 기업에 대한 분권화와 인센티브 개혁 추진 등 제도적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둘째 요소는 심화된 제도개혁이다. 사적 소유권을 허용하는 재산권 개혁, 시장원리에 입각한 임금・고용제도, 기업제도에 포함되어 있던 사회보장제도의 독립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요소는 남북간에 시장과 제도를 통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한 정부 차원에서 대표성을 위임한 경제공동체를 구성하고 이의 권능을 보장하는 국내법을 각각 제정해야 한다. 앞의 졸저, 9장.

16) 2011년 12월에 김정일이 사망했지만, 김정일-김정은 체제는 2008년말~2009년초부터 시작되었다. 필자는 이 시기부터 사실상 ‘김정일 이후’가 개시되었다고 본다. 졸고 「‘김정일 이후’와 ‘한반도경제’」, 『창비주간논평』 2012.1.4.

17) 네트워크에 의한 ‘지중해경제’의 아이디어는 김석철, 백영서에게서도 자극을 받은 것이다. 김석철은 황해공동체와 황해도시연합, 한반도·랴오닝성·산둥성 경제공동체, 한반도 서해안 도시연합 등을 거론하는데, ‘공동체’나 ‘연합’은 ‘동북아 지중해경제’에 적절한 조직형태를 나타내는 개념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백영서는 진먼, 오끼나와 그리고 인천 앞 서해 5도를 연결하는 동아시아 평화의 ‘핵심현장’ 네트워크를 제안하고 있다. 이는 국가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주변부적 위치의 도시를 ‘네트워킹’한다는 발상인데, 하나의 의미있는 요소가 될 수 있음은 분명하지만 ‘지중해경제’에서는 경제적 비중이 큰 도시들의 네트워크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김석철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 창비 2005; 백영서 「동아시아 평화의 ‘핵심현장’ 네트워크: 진먼·오끼나와·서해 5도」, 『한반도 평화체제와 서해평화의 섬』, 10・4남북정상선언 4주년 국제학술회의 2011.

18)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남북간 교통 및 물류연계 기반시설 건설이다. 인천과 개성의 연결도로, 해주항만 확충이 시급하다. 전력・통신은 별도 인프라를 구축하기보다는 남측에서 지원하는 방식(전력은 송전방식, 통신은 중계선방식)으로 설치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된다. 한반도평화포럼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축 실행방안 연구: 서해 평화번영과 인천 이니셔티브」, 2011, 186면.

19) ‘지중해경제’ 형성의 비전을 세우고 나면 신공항의 필요성도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부산-광양 벨트는 세계적인 복합물류단지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 한려수도와 제주까지 연결된 남해 바다는 독특하고도 세계적인 매력을 가진 명소로 부각될 수 있고, 동북아의 MICE, 즉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전시(Events & Exhibition) 중심지가 될 수 있다.

20) ‘디아스포라’(diaspora)는 ‘이주’(migration)와 쌍개념인데, 세계화・지역화・정보화의 흐름은 19세기 이래 한인들의 고통에 찬 이주를 전세계적인 방향으로의 ‘디아스포라’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인식하게 하였다.

21) 공화주의의 어원은 ‘res publica’인데, 이 말은 정치공동체 구성원의 공적인 일을 뜻한다. 공화주의의 구성요소로는 다수가 참여하는 공적 결정, 갈등과 균형, 논쟁적·토의적 민주주의, 시민적 덕성 등이 강조된다.

22) 한국과 일본에서 국가는 산업에 대해 보조금을 제공하고 성과에 연계된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또한 금융자본-산업자본-국가간의 강력한 연계와 보호주의 전략을 통해 공업생산성을 개선했으며 ‘학습에 의한 산업화’를 이룩했다.

23) 생산 측면의 지역간 격차를 나타내는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의 인구가중 변동계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줄곧 가파른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준호 「지역문제의 담론지형에 대한 비판적 검토」, 『동향과전망』 2010년 봄호.

24) 발전주의란 보통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을 용인하는 경제씨스템을 의미한다. 그 특징으로는 국가와 민족 이해의 최우선화, 공업화를 통한 경제성장으로의 국력 강화, 자원의 집중적 동원과 관리 등을 지적할 수 있다.

25) 이와 관련하여 노무현 대통령의 다음과 같은 술회를 참고할 만하다. “그 뭐 부당 내부거래를 사전에 원천봉쇄하기 위해서 순환출자, 출자총액 막아라 그랬는데 그게 뭐 효과가 별로 없을 거라고 본 거죠. 그 대신 공정거래위원회를 강화해줘라, 사후 관리를 강화할 수 있게. 공정거래위원회 경제경찰을 아주 강하게 하자, 그쪽으로 간 건데요.” 노무현 『진보의 미래: 다음 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교과서』, 동녘 2009, 232면.

26) 국가의 직접 개입 대신 네트워크를 통해 대기업-중소기업간 격차를 줄이고 전체 경제에서 중소기업이 더 큰 역할을 맡도록 하는 것은 남북한 경제통합 과정에서 함께 지향해야 할 상호변화의 방향이기도 하다. 또 빈곤과 환경 문제에 투자자소유 기업과 국가가 영향을 미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네트워크형 조직형태의 실험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앞의 졸저, 6장.

27) 광역경제권과 일치하는 행정단위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는 현재의 국가체제를 연방제국가로 재구성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 새로운 광역행정단위를 형성하기 어렵다면 광역경제권에 포함되는 행정단위들 사이의 조정, 광역경제권과 중앙정부나 국회 사이의 조정을 행할 수 있는 기제를 마련해야 한다. 전병유 외 『지방정부 주도의 분권정책 실행 방안: 분권자치형 국가발전모델 연구』, 한신대 산학협력단 2011.

이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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