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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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한반도 군사위기의 구조와 출로

 

 

이승환 李承煥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집행위원장,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집행위원장 등 역임. 공저 『포스트 통일, 민족적 연대를 꿈꾸다』 『변혁적 중도론』 등이 있음. sknkok@paran.com

 

* 이 글은 ‘제15회 역사인식과 동아시아평화포럼 제주대회’에서 발표한 「동북아 신냉전과 한반도 군사위기의 심화」(2016.10.21)를 전면 개고한 것이다.

 

 

2016년의 한국은 일종의 ‘전쟁 불감증 사회’인 듯하다. ‘핵 선제타격’을 비롯한 온갖 군사적 위협 언술이 횡행하는데도 정부는 물론이고 정치사회와 시민사회 전반에 이를 제어하는 메커니즘은 별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반면 북한의 4차, 5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한미 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등 한반도 군사위기의 심도는 점점 깊어지고 있다.

한반도 군사위기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구조화되어 있고, 동아시아 전반의 질서변동 과정과 밀착되어 한반도만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 이는 무엇보다 북한이 동아시아 질서의 현상 변경을 추구하는 주요 행위자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점점 비현실적 목표가 되어가고 있는 사정과 함께 미국이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이른바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를 본격화하고 있는 사정과도 연결된다.

 

 

군사위기를 심화시키는 아시아 재균형정책

 

2011년 오바마정부의 새로운 세계전략으로 야심차게 천명된 미국의 아시아 회귀 혹은 재균형 정책은 ‘미국의 안보능력에 의존하고 있는 세계경제에 안정성을 제공한다’는 명분 아래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부상 중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국의 군사력을 증강 배치하고 이를 토대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해나가려는 정책이다.

그러나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은 트럼프(D. Trump) 현상에서 보듯이 고립주의가 확대되는 미국 국내 정치 사정과 아시아에서의 군사력 증강을 뒷받침할 국방예산 문제, 그리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미 의회 비준 좌초 위기 등에 의해 정책의 지속성이 계속 논란이 되어왔다. 게다가 군사력 재배치의 명분인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평가 역시 유리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 추진 이후 중국은 도발적 군사행동을 자제하는 대신 미국은 물론 한국 등 주변국들과의 고위급 군사교류 강화에 나서고 있다. 만약 일본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거나 북핵 문제가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오바마정부의 재균형전략은 더이상 유지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이른바 ‘북한의 위협’은 중국의 군사적 위협 대신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에 정당성을 유지시키는 새로운 자산이었다. 미국은 재균형전략을 공식 선언한 2011년과 달리 북한의 제3차 핵실험 이후인 2013년부터 북핵 위협을 중대 문제로 제기하면서 이를 통해 ① 일본 및 한국과의 긴밀하고 확대된 협력 추진, ② 북한 위협에 대한 중국의 협력과 공조, ③ 미국 본토와 동맹국의 방위에 대한 확인(확장억지 제공) 등을 대북정책의 원칙으로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미일 및 한미일 간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북핵 문제를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정책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물론 그 전제는 북핵 위협이 레드라인을 넘어서지 않는 한 미국이 북핵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대신 ‘전략적 인내’를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북한제재를 중국 책임으로 떠넘기고 이를 재균형정책 추진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북핵 중국책임론’을 적극 내세우게 된다. 이러한 중국책임론은 미국이 북핵을 명분으로 동아시아에 군사력을 전진 배치할 뿐만 아니라 대북정책 실패 책임을 중국에 떠넘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낳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반도의 사드 배치 결정이다. 이것은 중국이 북한을 핵 포기로 이끌 수준의 결정적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사드 배치 등 중국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과 봉쇄를 감수하라는 의미이다.1) 이에 대해 중국은 북핵 문제는 근본적으로 미국의 책임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물론 북핵 문제를 재균형정책 추진의 전략적 자산으로 삼는 이러한 접근은 본질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북핵능력의 고도화를 방치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균형을 전적으로 미국의 핵확장 억지에 의존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편 일본 우익세력은 미국의 재균형전략이 일본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이를 일본 ‘보통국가화’(전쟁국가화)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재균형정책 추진에 필요한 국방예산을 충당할 대안으로 ‘일본을 동맹의 중심축(underpin)으로 규정하고 미일 양국 간의 군사력 재편성과 MD(미사일 방어)협력을 강화하는’ 이른바 ‘동맹의 역할 재조정’을 제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일 양국은 201310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보장에 합의하고, 2015년에는 ‘신()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미일 공동 무력대응의 지리적 범위를 ‘일본 주변’으로 제한한 기존 가이드라인 내용을 삭제하여 일본 자위대의 해외진출 제한을 완전히 폐지함으로써 아시아에서 미국이 군사력을 증강하는 데 일본을 중심축으로 끌어들이는 계획을 사실상 완성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일본 아베정권은 미일 공동 MD체제 구축과 오끼나와 미 군사기지의 신설 및 확장 등 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면서, 집단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하는 안보법 처리의 강행과 전후 동아시아 평화의 제도적 장치 중 하나였던 일본 평화헌법의 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미일 협력체제에 한국까지 편입해 동아시아판 군사동맹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도 본격화하고 있다. 편법으로 추진된 2014년 말의 ‘한미일 군사정보공유양해각서(MOU)’ 체결2)과 이미 일본과는 연결되어 있는 미군의 전술데이터연결체계(Link16)의 한국 도입, 미 핵항모 조지워싱턴호가 출동하는 사실상 합동군사훈련인 연례 한미일 해상구조훈련과, 림팩훈련(RIMPAC)의 일환으로 2016년부터 실시된 한미일의 미사일 합동 탐지·추적훈련 등은 미일 군사동맹에 한국을 편입하고 있다는 핵심 증좌들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미국의 재균형정책은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실패하고 일본 우익의 군사적 팽창 기회만 초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한반도의 경우 미국의 재균형전략은 한국전쟁 종식 등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는 아무런 이니셔티브도 행사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사드 배치를 비롯한 미국의 MD체제 하위편입 등 한미 동맹의 미일 군사동맹 편입과 대중국 해상(봉쇄)협력 강화 요구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21세기 들어 한국정부가 취해왔던 ‘경제는 중국, 정치·안보는 미국’이라는 그나마의 현상유지 외교노선조차 뒤흔들면서,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핵보유국으로서의 북한이라는 양대 위협의 최선두에 한반도를 노출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한국과 일본의 시민운동가들은 미국의 재균형정책이 아시아 평화를 파괴한다면서 “더이상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아시아의 민중이 희생되는 역사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3)라고 선언하는가 하면, 중국에서도 “(동아시아에서의) 위협은 북한으로부터 오지 않고 미국이나 일본으로부터 오고 있고, 이것이야말로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훨씬 더 반대하고 대응해야 하는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4)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통일대전’ 주장과 핵확전전략

 

한편 미국이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고 중국을 포함하는 국제적 대북제재를 강화하게 되면서 북한의 김정은정권 역시 대미 협상전략에서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북한은 ‘불멸의 핵강국 건설’을 내걸고 핵 억지력 확보에 총매진하면서, 중국까지 가세하는 비핵화 대화는 기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의제를 잘게 나누고 쟁점을 단계화하는 쌀라미(salami)식 단기협상 대신 ‘북한의 핵 보유를 전제로 하는 동아시아 질서’를 목표로 핵능력 강화에 기초한 미국과의 중장기 담판 추진으로 협상전략을 변경했다는 뜻이다.

북한의 협상전략이 이렇게 바뀐 것은, 핵 선제공격 대상에 북한을 포함한 부시정부의 2002년 핵태세보고서(NPR)에 이어 오바마정부에서 작성된 2010NPR에서도 북한을 핵무기 비사용 대상국에서 배제한 데서 온 깊은 대미 불신이 일차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말 이후 북한이 내놓은 일련의 대미 제안들이 오바마정부에 의해 묵살된 것은5) 북한의 협상태도를 더욱 경화시켰다. 게다가 핵·경제 병진노선 선포 이후 처음으로 ‘비핵화’를 공식 언급한 북한의 ‘7·6제안’6)에 대해 미국은 인권탄압과 관련한 김정은 제재조치 선포로 대답했다. 그로부터 두달 후 북한은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돌아보면, 북한은 앞으로도 ‘핵능력 강화 매진미국과 중장기 담판’이라는 전략을 더욱 고수할 것이다. 이는 케리( J. Kerry) 미 국무장관이 918일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비핵화대화와 핵동결을 언급한 것에 대해 북한이 “우리의 핵무력 강화조치에 대해 도발이니 무모한 행동이니 하고 비방하면서 다 거덜이 난 비핵화대화 타령을 또다시 늘어놓았다”고 반응한 데서 확인된다.7) 협상은 미국만이 아니라 북한에 의해서도 더욱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

협상전략의 변화와 함께 북한의 핵전략도 더욱 공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북한의 주장은 이른바 ‘통일대전’ 선언이다. 제7차 노동당대회 보고에서 ‘비평화적 방식의 통일’을 언급한 이후 김정은정권은 연이어 통일대전을 강조하고 있다. “적들이 우리 국가의 존엄과 권위를 해치려고 조금이라도 움쩍거린다면 단호하고도 강력한 핵선제타격이 가해질 것”이며, “조국통일대전에로 이어갈 천금 같은 기회는 우리가 먼저 선택할 것”8)이라거나,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이 ‘체제붕괴’와 ‘평양석권’을 노린 ‘참수작전’에 진입하려는 사소한 징후라도 보인다면 그로 인해 초래될 것은 무자비한 핵세례뿐”9)이라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이런 언급에서 확인되는 것은 북한이 주장하는 통일대전이 상대의 재래식 공격 위협에 핵으로 대응하는(선제타격을 포함하여) ‘비대칭 확전형’의 핵전략을 의미한다는 점이다.10) 물론 북한은 ‘제7차 당대회 결정서’에서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였으나, 북한이 주장하는 ‘핵 선제불사용’ 원칙은 한미의 선제 핵공격 연습을 핵으로 자주권을 침해하는 침략적인 적대행위로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한미 양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북한은 자신의 핵태세에 대해 “핵탄두를 만장약한〔가득 채운〕 전략로켓들과 우리의 위력한 전략잠수함들이 대기상태에 들어갔다”라며 핵무기 실전배치와 상시 발사대기 상태를 강조했는데, 설사 이를 사실로 인정하더라도 현재 북한의 핵능력 수준이 완벽한 2차 타격능력을 확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북한의 핵탄두 경량화 및 투발수단의 발전은 예상을 뛰어넘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824일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성공과 920일의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엔진 지상분출시험의 성공은 상당한 충격을 던졌다.

핵확전전략은 ‘재래식 전력의 약세’와 ‘완벽한 2차 핵 타격능력의 미비’라는 현실적 조건하에서 선택된다. 이는 한반도에서 북한은 핵 교리를 발전시키고, 한미는 선제공격과 참수공격을 포함한 재래식 교리를 발전시키는 작용반작용의 악순환이 지난 수년에 걸쳐 진행되어온 결과이며,11) 이런 상황에 대한 북한의 대답이 바로 핵 선제타격을 포함하는 비대칭확전형의 ‘통일대전’ 선언인 셈이다. 더구나 북한은 이라크전쟁과 리비아사태 등을 통해 핵 억지력 보유의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핵 확전전략은 매우 위험하고 비합리적이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소위 합리적 비합리성rational irrationality).12) 그리고 북한은 이 전략이 지닌 위험성 때문에 2차 핵 타격능력을 구비할 때까지 한미의 선제공격과 참수작전 위협으로부터 시간을 벌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북한이 통일대전을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이런 의미와 맥락 속에 있다.

이렇듯 북한은 미국의 재균형전략이 만들어낸 희생양이면서, 동시에 미중경쟁과 미국의 전략적 인내를 자양분으로 하여 ‘핵보유를 전제로 하는 동아시아 질서 재편’을 추구하는 이중적 지위를 지니고 있다. 즉 북한은 미국의 핵 위협 아래 있으면서, 동시에 미국의 재균형전략과 일본 재무장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나아가 한반도 군사위기를 심화하는 원인 제공자이기도 한 것이다.

 

 

전쟁위협 높이는 한반도 사드 배치

 

미국의 재균형전략과 북한의 핵확전전략이 교차하면서 심화 중인 한반도의 군사위기는 한미 양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는 한미가 북한의 핵 보유를 실질적으로 인정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본격화했다는 의미다. 사드 배치의 의미는 복합적이지만, 가장 주요한 것은 아시아 재균형을 위해 ‘전략적 인내’ 혹은 ‘대화와 도발의 악순환’ 단절을 명분으로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방치해온 데 따른 대북정책 실패의 후과를 한국 국민의 혈세와 자산을 투입하는 사드 배치로 감당하겠다는 뜻이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북한은 “‘싸드’가 공공연히 우리 공화국을 겨냥하고 있는 것만큼 우리 군대의 시야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라며 성주와 포항, 울산, 부산 등을 조준타격할 미사일 실험을 보란 듯이 강행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성주의 사드를 겨냥한 군사력 재배치를 공언하고 있다. 또 “‘싸드’는 우리의 자위적 권리행사를 더욱 정당화”13)할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대로, 북한은 사드배치 발표 이후 5차 핵실험 단행 등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에 거침없이 매진하고 있다.

문제는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핵 군비경쟁은 전쟁의 위험도와 비례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자신의 핵능력 강화와 비례하여 한반도 정전체제라는 현상을 변경하기 위한 재래식 군사위협을 점점 더 강화해나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미와 북한이 공공연하게 상대에 대한 핵 선제타격을 공언하고 있는 조건을 감안하면, 사드 배치는 국지적 분쟁을 핵 전면전으로 확전시키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14)

더욱 우려되는 것은 사드 배치가 북핵 문제와 관련하여 협상과 제재만이 아니라 군사옵션의 비중 증대라는 합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드는 기본적으로 선제타격 이후 상대의 2차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개념의 무기체계이다. 북한 전문가인 스티븐 해거드(Stephan Haggard)는 미국의 “다음 행정부에서는 군사적 대안에 대한 보다 개방된 토론이 행해질 것이다. 미국 군부는 이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사드 체계를 전개하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15) 한마디로 한반도 사드 배치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선제타격이라는 군사적 옵션을 좀더 적극적으로 고려하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사실 대북 선제타격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 선언 이후 한반도 문제에 대한 선택 옵션의 하나로 이미 2012년부터 실질적인 준비를 해오던 것이다. 한미는 2012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합동군사훈련부터 기존의 방어적 군사전략 대신 ‘선제적 자위권’이라는 명분 아래 공세적 ‘억지전략’을 적용한 대북 선제타격 훈련을 시작했다. “전면전의 징후가 명확한 경우라면 국제법적 논란이 있다고 하더라도” 선제타격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16)

2012년 이후 매년 봄과 여름에 전개되는 키리졸브(Key Resolve) 훈련과 UFG 훈련은 미국의 핵전략자산을 동원하는 선제타격훈련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미 특수부대의 내륙침투훈련(사실상의 ‘참수작전’)인 티크 나이프(Teak Knife) 훈련을 이례적으로 공개했고, 핵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가 동원된 ‘불굴의 의지’(Invincible Spirit)라는 이름의 항모강습훈련, 그리고 다국적 합동 공군훈련 레드플래그(Red Flag)에 한국 공군이 참여하여 사실상 한···영 합동의 대북 정밀 선제타격훈련도 실시되었다. 이에 더해 박근혜정부는 김정은 제거작전을 실시할 특수부대 운용계획과 함께, 미사일 정밀타격 및 특수작전부대 동원으로 ‘평양을 지도상에서 없애는’ 대량응징보복(KMPR) 계획의 추진을 밝혔다. 또 미국의 냉정한 거부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정부가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순환배치’는 기본적으로 상시적인 대북 핵 선제타격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이다. 결국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반도는 ‘선제타격과 상대의 2차 공격 방어’라는 형태의 선제타격 중심 군사력 태세를 점차 완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4일 주한미군사령관은 앞으로 8~10개월 안에 사드 배치를 완료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대해 중국은 다시 한번 ‘결연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2년 내에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주술적 예언에 사로잡혔던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영 동력 상실은 한편으로는 외교·국방 및 남북관계에서의 비정상과 폐해를 교정할 기회가 생긴 것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한미 군사협력 등 동맹 문제 처리에서 박근혜정부를 무시하는 미국의 일방통행이 강화될 것이다. 속전속결식 사드 배치 강행이나 느닷없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논의 재개 등은 바로 그런 사례들이다.17)

 

 

한반도 군사위기 해소를 위하여

 

재균형이라는 이름의 미 군사력 재배치와 김정은정권의 핵확전전략이 박근혜정부의 북한붕괴에 대한 ‘주술적 집착’과 맞물린 조건에서는 한반도 군사위기가 단시일 내에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남과 북, 미국의 현재 조건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반도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이 없지는 않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을 교착시키고 있는 핵심 문제, 즉 ‘상호 적대행위의 동결 문제’에 바로 접근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한미 양국에 가장 중대한 위협이라면, 북한으로서는 핵을 동원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이 가장 큰 위협이다. 북한은 한미 양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의 기본표현인 “대규모 합동군사연습 강행과 핵타격수단들의 남조선에로의 반입”이 근절되지 않는 한 단연코 “우리의 무한대한 핵 억제력이 점점 강화되어”18)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잠정적인 중단·축소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중단을 서로 주고받는 ‘최소한의’ 상호위협감소(Mutual Threat Reduction) 노력이 실현되는 것만이 현재로서는 시계불명의 한반도정세를 대화와 협상의 평화적 해결 국면으로 진입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19) 중국이 제안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동시 병행’ 의제도 최소한의 상호위협 감소 합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현재 북한의 태도로 보아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조차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고, 또한 남북 및 북미 관계 역시 일시적으로 대화국면이 조성된다 하더라도 결국은 대결과 제재의 악순환 속으로 다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포기에 상응하는 일정한 댓가를 치르길 거부하면서, ‘협상은 보상의 악순환만 부른다’는 식의 주장만 반복하는 것은 일종의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미국과 북한, 미국과 중국, 한국의 시민사회와 보수정부 사이의 오랜 논란의 핵심이다. 북한의 5차 핵실험과 차기 정부의 등장을 배경으로 미국 내부에서도 ‘전략적 인내 혹은 출구전략의 선택’을 놓고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 내 논쟁의 정점은 우드로윌슨센터 소장인 제인 하먼( Jane Harman)이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이다. 하먼은 “중요한 진전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는 향후 한미합동군사훈련 보류를 고려하고 북한이 오랫동안 원했던 불가침조약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단기적인 동결’이 “광기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20) 현직 미국 정보기관의 총수장인 제임스 클래퍼( James Clapper)는 한걸음 더 나아가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생각은 아마도 ‘가능성이 없는 것’(lost cause)”이고, “핵무기는 그들의 ‘생존 티켓’이며 우리(미국)가 희망을 걸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한) 일종의 제한(some sort of a cap)”일 것이라고 주장한다.21)

물론 미국 내에서는 훨씬 더 가혹한 대북제재를 부과해 중국의 대북지원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강경론이 주류고, 하먼 등의 주장은 소수다. 현재까지 오바마정부의 공식입장 역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입장표명 없이는 대화할 수 없다는 강경론이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미국)정부의 정책목표는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 그렇게 할 방법(a way)이 있다”는 입장이다.22) 현실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는 조건에서 ‘그렇게 할 방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쩌면 군사옵션까지도 고려하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향후 일정기간 동안은 대북제재 국면의 출구 모색보다는 북한의 반발과 더 강도 높은 추가제재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대결국면의 심화가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미 외교협회 보고서가 지적하듯이 차기 미국정부는 북핵 문제를 다룰 마지막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시기를 놓치면 한반도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는 북핵 문제와 한반도 군사위기가 임계점에 달하게 된다는 의미다. 차기 미국정부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수준의 대북압박을 지속하더라도, 결국은 협상과 선제타격 등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북한의 선택을 압박할 것이고, 또한 미국도 북한이 내놓은 ‘적대냐 평화냐’라는 오래된 선택지를 결정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23)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양국 모두 강경론이 주도하는 조건 속에서 한반도 군사위기의 평화적 출로를 열 ‘협상의 물꼬’를 트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관련국 모두가 다음의 여러 조건을 만족시키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① 우선은 핵·미사일 모라토리엄과 군사훈련 중단 등 상호적대행위 동결을 협상테이블에 올리는 것에 대한 관련국들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24) 한미 양국은 선 비핵화 주장 대신 북한의 핵 동결을 협상을 통해 달성해야 할 1차 목표로 인정하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단, ‘동결’과 ‘핵능력 제한’을 사실상 최종목표로 삼는 북핵동결론이 의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실적 목표로서의 북핵동결론’을 미국 힘의 한계와 북한 핵전략의 승리 임박처럼 이해하기도 하는데, 이는 섣부른 판단이다. 북핵을 축으로 한 한반도 위기구조는 미국의 재균형정책과 한반도 분단체체 유지의 자산이기 때문에 미국은 이것을 완전히 파괴하기보다는 일정 수준에서 한반도 군사위기의 구조를 유지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고, 그 지점에서 북핵동결론이 미국에는 북핵 위협의 수준을 낮추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북핵 문제는 그대로 활용하는 ‘변형된 전략적 인내’ 정책이 될 수도 있다.25) 즉 미국에 북핵 문제와 한반도 군사위기의 임계점을 관리하는 최선의 방안은 비핵화가 아니라 ‘동결’일 수 있다. 이는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북한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진다.

따라서 한반도 위기의 근본적 해소를 위해서는 상호적대행위의 동결과 함께 비핵화·평화체제 협상을 하나의 프로세스로 끌고 가려는 목적의식적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한 노력은 군사위기 해소와 비핵화·평화체제에 가장 절박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한국정부의 몫이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북한 붕괴에 집착하던 박근혜정부의 무력화로 인해 북핵 협상의 환경이 개선되고, 또 동맹국의 의견을 존중하는 미국정부의 대북정책 선택폭도 좀더 넓어지게 되었다.

② 북한은 비핵화협상을 기피하거나, ‘전세계의 비핵화’ 같은 비현실적 목표에 구애되지 말아야 하며, 각종 수준의 다양한 접촉을 활성화함으로써 자신들의 비핵화 ‘ 7·6제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두개의 한국』의 공저자인 로버트 칼린(Robert Carlin)은 북한 ‘ 7·6제안’의 한반도 비핵화 5개 조건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조건은 미국이 이미 충족시켰거나 한때 원칙적으로 동의했던 것들이며, 주한미군 철수 조건조차 ‘핵 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이라거나(핵사용권을 쥐고 있지 않은 미군은 문제가 없다?), ‘철수’ 대신 굳이 ‘철수를 선포’할 것을 요구한 면은 주목할 만하다고 주장한다.26)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입장은 냉온을 오가는 변덕을 보였지만,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를 비롯하여 주요한 대목마다 북한은 매우 유연한 입장을 보였다.27)

③ 북한은 최소한 미국의 정권이행기와 새정부 출범 초기에는 핵과 장거리로켓 실험 및 국지적 충돌과 도발을 자제해야 한다. 20094월 오바마 대통령의 ‘핵 없는 세계’ 선언을 빛바래게 만든 북한의 장거리로켓(은하2호) 실험과 그에 연이은 제2차 핵실험이 오바마정부 임기 내내 회복하기 어려운 북미간 불신의 원인이 되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미국의 새 정부 역시 2017년의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최대한 로우키( low-key)로 전개하고 공개적인 대북 핵 무력시위를 자제해야 한다. 무력시위는 북한의 반발과 추가 도발의 시발점이 될 뿐이다.

④ 남과 북 양 당국은 상대에 대한 군사적·비군사적 자극과 도발을 중단하고 대북 수해지원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북한이 조준타격을 공표한 대북심리전용 대형 전광판 건설은 중단되어야 하며, ‘자유의 터전으로 내려오라’거나 ‘역적패당’과 같이 상대를 자극하는 언동은 서로 삼가야 한다.

 

협상의 문으로 들어가기 위한 이상의 과정을 어느정도 통과해야 비로소 ‘칼날 위의’ 평화협상이 시작될 수 있다. ‘최소한의 상호적대행위 중단’은 이러한 지난한 협상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거의 유일한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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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전 CIA 국장 헤이든은 중국이 사드의 한국 배치에 반발하는 데 대해 “사드 배치를 싫어한다면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해) 지원을 중단하라고 중국에 반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헤이든 전 CIA 국장 “북한 3~5년 내 미국 도달 핵탑재 ICBM 배치”」, 뉴시스 2016.9.25.

2) 2012년 한일 간 군사정보 공유를 위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이 밀실 추진 논란으로 무산되자, 박근혜정부는 국회비준을 피하기 위해 ‘양해각서’ 형식으로 처리했다. 지난 10월 31일 박근혜정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와중에도 GSOMIA 체결 논의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3) ‘2015 동아시아 미군기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 공동선언문, 2015.9.4.

4) 추 수롱(楚樹龍) 중국 칭화대 국제전략발전연구소 소장의 발언(「“아시아의 위협, 아닌 ·로부터 온다」, 아주경제 2016.7.25).

5) 2014년 11월 한미합동군사훈련 잠정 중단과 핵실험 중지 교환 제안, 2015년 8월 평화협정 체결 요구 등 북한의 연이은 대화 제의에 대해 한미는 ‘비핵화의 진전’이 먼저라며 거부했다.

6) 북한의 7·6제안은 ‘조선(한)반도 비핵화 ’실현의 5대 조건으로 ①남조선에 반입한 미 핵무기 공개, ②남조선에서 모든 핵무기와 그 기지의 철폐, ③조선반도와 그 주변에 핵 타격수단 재반입 금지 담보, ④대조선 핵 불사용 확약, ⑤핵사용권을 쥐고 있는 주한미군 철수 선포 등을 제시한 것이다.

7) 「조선외무성 대변인 공화국의 자위적 핵억제력 강화조치를 걸고드는 놀음을 벌린 미국을 규탄」, 조선중앙통신 2016.9.20.

8) 「기회는 우리가 선택한다, 허망한 개꿈을 꾸지 말라」, 조선중앙통신 2016.9.14.

9)본토, 태평양기지 초토화 계획 최종 비준”」, 뉴시스 2016.9.21.

10) 미국의 핵전략연구자인 내랭 MIT 교수는 중소핵국의 핵전략을 촉매형(catalytic), 확증 보복형(assured retaliation), 비대칭 확전형(asymmetric escalation)의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촉매형은 생존위기 시 미국의 강력한 후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핵보유전략이고, 확증 보복형은 2차 타격력의 확보가 전제되며, 비대칭 확전형은 재래식 위협에 대응하여 신속한 핵선제공격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Vipin Narang, Nuclear Strategy in the Modern Era: Regional Powers and International Conflict,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14.

11) Jeffrey Lewis, “More Rockets in Kim Jong Uns Pockets: North Korea Tests A New Artillery System,” 38NORTH, 2016.3.7.

12) Max Fisher, “North Korea, Far From Crazy, Is All Too Rational,” The New York Times, 2016.9.10.

13)새로운 랭전을 불러오는 위험천만한 군사적 움직임」, 조선중앙통신 2016.7.16.

14) 졸고 「사드는 ‘치명적인 안보위협’이다」, 창비주간논평 2016.7.27.

15) 「차기 미 정부는 대북 군사행동까지 검토하게 될 것」, 중앙일보 2016.8.26.

16) 「첫 대북 선제 타격 훈련… 변화 예고」, MBC 2012.9.11.

17) 일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외교·안보 등의 외치만 전담하고 내치는 거국내각이나 책임내각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남북관계 파행과 군사위기 확대, 개성공단 폐쇄, 전작권 환수 무기 연기, 굴욕적인 위안부 문제 합의, 사드 배치 결정 등 외교·안보·통일 분야에서의 온갖 실정(失政)을 묵인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 미국은 사드와 GSOMIA처럼 민감한 사안들은 가능한 한 무력화된 박근혜정부 임기 안에 처리하려 할 것이다.

18)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성명’ 2015.10.17.

19) 이러한 주장은 졸고 「4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와 남북관계는?」(창비주간논평 2016.1.13); 이정철 「평화체제 입구론과 비핵화 팻말론」(창비주간논평 2016.3.9); 김영희 「핵 동결과 평화협정의 교환이 답이다」(중앙일보 2016.2.5) 등을 참조하라. 올해 9월에 발표된 미국외교협회(CFR)의 보고서도 ‘선 비핵화가 아니라 핵과 미사일 시험 동결에 초점을 맞춰 협상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Sam Nun & Mike Mullen (co-chair), “A Sharper Choice on North Korea,” CFR Independent Task Force Report No. 74, 2016.9.

20) Jane Harman and James Person, “The U.S. needs to negotiate with North Korea,” The Washington Post 2016.9.30.

21) 「미국 정보수장이 ‘비핵화’ 아닌 ‘핵 제한’을 들고 나온 이유는」, 중앙일보 2016.10.26.

22) 「클래퍼 DNI “북한의 핵포기 가망없어… 동결도 불가능”」, 뉴시스 2016.10.26.

23) 북한은 2010년 8월 31일 「외무성비망록」에서 미국에 두가지 길이 있다며, 하나는 “대조선적대시정책을 포기함으로써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 (…) 자국의 안전도 확보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적대시 정책을 계속 유지하고 (…) 우리의 핵무기고가 계속 확대 강화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24) 지난 10월 하순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북미 간의 ‘트랙 2’ 회동의 핵심의제는 바로 미국이 제시한 핵과 미사일 실험 동결 요구에 대한 북한의 반응 확인이었을 것이다. 로버트 갈루치는 이 접촉에서 일정한 진전이 있었지만 이의 실현은 전적으로 미 차기정부의 몫이라고 밝혔다. 「갈루치 전 특사 “미북 접촉 결과, 차기 미 정부에 전달할 것”」, VOA 2016.10.29.

25) 백낙청은 이 글의 초고에 대한 논평에서 ‘구조화된 군사위기’가 분단체제 재생산의 중요한 동력이고 그런 재생산체제를 군사적으로 파괴할 확률은 그만큼 낮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6) Robert Carlin, “North Korea Said it is Willing to Talk about DenuclearizationBut No One Noticed,” 38 NORTH 2016.7.12.

27)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주한미군은 공화국에 대한 적대적 군대가 아니라 조선반도의 평화를 유지하는 군대로서 주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언했다. 임동원 『피스메이커』, 창비 2015, 50면. 2007년 뉴욕을 방문한 김계관과 2012년 씨라큐스 세미나에 참석한 리용호 역시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주한미군 철수를 연계시키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의 발언을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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