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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주간논평

[메가 프로젝트 열풍을 진단한다 ⑧] 지역의 저항에서 AI 산업의 민주적·공공적 통제로:
데이터센터 반대운동의 흐름



김선철


AI 산업 폭주의 한가운데 우리는 서 있다. 세계 곳곳에서 천문학적 액수의 투자와 개발 경쟁이 이어지고, 한국정부도 ‘속도전’과 ‘전격전’이란 구호 아래 3대 메가 프로젝트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초기 정부와 주류 언론이 쏟아냈던 AI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삼전닉스’가 끌어올린 코스피 지수와 결합하며 적지 않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의 상승이 꺾이고,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AI가 가져올 위험에 대한 우려가 퍼지면서 이 변화가 무엇을 위한 것이며 우리의 삶을 어디로 이끌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런 인식전환의 배경에는 AI 산업과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해외의 대안담론과 반대운동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반대 흐름은 잘 알려진 사례다. 실제 미국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데이터센터 전력공급을 위한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을 시작으로 AI 붐이 본격화된 2020년부터는 우후죽순으로 건설되는 데이터센터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과 물 부족, 소음과 환경 훼손 등이 사회문제로 부각되며 지역사회의 조직된 저항을 낳았다. 세계 최대의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인 버지니아주에서는 과거 데이터센터 유치에 찬성했던 지방 의원들이 선거에서 교체되는 일이 벌어지면서, 정치인들도 데이터센터에 찬성하기 힘든 조건까지 만들어졌다.


초기 개별 지역사회에서 고립된 채 전개되던 데이터센터 반대운동은 점차 환경정의·사회정의 운동과 결합하며 전국적인 연대로 발전했고, 요구 역시 개별 사업에 대한 반대에서 전국적인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와 기업의 책임 문제까지 포괄하게 되었다. 2026년 3월, 버니 샌더스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보호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신규 건설과 기존 시설의 확장을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6월에는 520여개 단체가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움을 요구하는 서한을 의회에 전달한 후 ‘데이터센터 저지 연합’(Stop Datacenters Coalition)을 창립했다. 이 연합체는 전기요금 인상과 물 부족, 소음뿐 아니라 일자리 위협·화석연료와 핵발전 확대·폐기물 증가·개인정보 유용과 AI 산업의 수익성 위기까지 문제삼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떠안는 피해에서 출발한 데이터센터 반대운동이 AI 산업의 확대로 인한 사회적 비용과 위험의 문제를 묻는 데까지 확장된 것이다.


저항의 확대와 함께 점점 더 많은 미국의 주들은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와 기업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오레곤과 버지니아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망 비용의 주민 전가 최소화를 위해 기업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고, 뉴욕은 규제안 만들 시간을 벌기 위해 50MW 이상 데이터센터의 신규 건설 및 확장을 최대 1년간 유예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미국 내 많은 데이터센터들의 건설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반대운동을 추적하는 데이터센터워치(Data Center Watch)에 따르면 작년 48건이었던 데이터센터 중단·지연 사례는 올 상반기에만 최소 120건으로 증가했는데, 이로 인해 영향받은 투자액은 약 1980억 달러(한화 약 266조원)에 이른다.


이러한 저항은 데이터센터의 급속한 확장에 제동을 걸고 있을 뿐만 아니라, AI 산업의 수익성 전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시에 지역사회에 어떤 혜택이 돌아오고 기업은 어떤 비용과 책임을 부담하는가가 새로운 투자 판단의 기준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기업 투자가 곧 지역 발전이라는 믿음마저 바꾸고 있다. 이런 점에서 데이터센터 반대운동은 개별 사업의 저지를 넘어, 지역사회가 투자의 조건을 따지고 결정하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저항은 미국을 넘어 전세계적인 현상인데, 특히 미국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남반구의 저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3년, 74년 만의 가뭄으로 심각한 물부족 사태를 겪던 우루과이 카넬로네스에서는 구글 데이터센터 건설이 계획되었다. 주민들은 마실 물도 없는 상황에서 북반구 빅테크 기업에 대량의 물을 제공하는 것을 ‘약탈’이라 규탄하며 데이터센터 반대운동을 벌였고, 그 결과 시설의 규모 축소를 이끌었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지역 공동체들은 미국 기업 에퀴닉스의 데이터센터 건설 계획에 맞서 주민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땅과 물, 전기가 정작 북반구 테크 기업에게 우선 제공되는 것은 부정의라며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우루과이와 남아공의 사례는 남반구의 데이터센터 반대운동이 북반구 기업의 자원 수탈에 맞서는 반식민주의 문제의식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AI 산업은 미국 중심의 빅테크와 금융자본이 개발과 투자를 주도하고, 남반구는 데이터 라벨링과 검수 등의 저임금 노동과 화석연료를 포함해 AI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과 에너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남반구의 자원과 노동을 값싸게 동원해 북반구에 부를 집중시키는 AI 산업의 불평등한 국제분업 구조인 셈이다.


반도체 생산을 통해 AI 산업의 국제분업에 참여하는 한국과 대만은 또다른 위치성을 가진다. 막대한 수익을 얻는 한국의 반도체기업들은 남반구의 자원 추출에 의존하는 국제분업의 수혜자이지만, 동시에 미국 빅테크의 기술과 투자에 크게 의존한다. 반도체산업은 아직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를 누리고 있지만, 데이터센터는 사정이 다르다. 울산과 동해 등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경우 아직 수요도 확정되지 못한 상황인데, 정부는 ‘3대 메가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전력과 물, 부지 제공부터 인허가 신속처리, 재정·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까지 온갖 특례를 앞세워 개발을 독촉한다. 사회적 필요와 수요를 따져 공유재 사용과 공공재원 배분을 결정해야 할 정부의 역할에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마저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에서 설비 투자가 감소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대비책도 없어 보인다. 이는 데이터센터 유치의 경제적 타당성을 넘어, 공유재와 공공재원 사용과 관련된 정부의 역할과 관련된 질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문제의식은 한국에서도 불붙고 있는 데이터센터 반대운동에서 확인될 수 있다. 금천구 독산동에서는 주민 동의 없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년 넘는 주민들의 저항행동이 전개되고 있고, 무안에서는 물·전력·토지를 기업에 우선 내주는 개발정책에 맞서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요구를 기후·환경 의제와 결합한 데이터센터 반대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더 나아가 데이터센터에 반대하는 싸움은 그 확장을 추동하는 AI 산업 전체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환경단체와 노동조합, 농민들은 기후위기 악화·공공성 훼손·노동권 후퇴·송전탑 건설과 반농업 정책에 맞서고 있고, 이들의 요구는 “지구를 불태우는 폭주를 멈춰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 ‘919 기후정의행진’의 근간이 되었다. 9월 22일에는 12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메가특구법 저지와 3대 메가프로젝트 규탄을 위한 공동행동’이 출범하기도 했다.


국내외 흐름은 데이터센터에 대한 저항이 생태적 지향 속에서 AI 산업을 시민의 민주적이고 공공적인 통제 아래 두기 위한 싸움과 떨어질 수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준다.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폭주를 멈추는 일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김선철 /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위원


2026.10.7 ⓒ창비주간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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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주간논평에서는 기획연재 ‘메가 프로젝트 열풍을 진단한다’를 통해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메가 프로젝트 열풍의 배경과 실태를 짚어보고자 합니다. 기획연재는 약 두달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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