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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연재

33회

보통은 낮 한시에서 한시 반 사이가 피크 타임이었다. 이른 점심을 먹고 떠나는 사람들과, 이제야 점심을 먹으러 들어오는 사람들이 앞다퉈 주차요원을 찾았다. 한 테이블에 예약손님이 네명이면 웬만해선 네대의 차가 입고된다는 의미였다.

그날은 유난히 차가 많았다. 베이커리 까페 전체를 대여하여 한 수입화장품 브랜드의 VIP를 대상으로 하는 플라워레슨 클래스가 열린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한명도 빠짐없이 차를 가지고 온 것 같았다. 시작은 한시였다. 열두시 반부터 그는 주차타워까지 수십번은 차를 가지고 갔다가 집어넣고 뛰어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주차타워 안에 차를 집어넣고 시동을 막 끄는 순간, 바닥철판이 아래로 추락했다. 차와 함께, 그는 지상 1층에서 지하 3층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혼수상태 속에서 그가 대면한 것은 암흑뿐이었다. 온통 암흑뿐이었다는 것을 그는 깨어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빛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듯 의식이 확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감각, 몸 전체가 어딘가에 붙박여 있다는 감각만이 그가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눈은 천천히 깜빡일 수 있었다. 눈을 감았다 뜨면 희누르스름한 천장이 보였다. 중환자실이었다. 갈비뼈 다섯개가 부러졌고, 그 자리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있다 했다. 안전벨트를 풀었으면 사망했거나 더 큰 중상을 입었을 거라고들 했다.

더 큰 중상이란 어떤 것일까 그는 간호사에게 묻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인공호흡기를 단 채로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인공호흡기를 단 채, 종일 오로지 눈만을 깜빡이며 그는 3주 동안 거기 누워 있었다. 중환자실 간호사는 그와 같은 처지의 환자들을 위해, 라디오를 한 FM 방송채널에 고정해두었다. 어떤 익숙한 노래도 따라 부르지 못하고, 어떤 우스운 농담에도 따라 웃지 못하며 그렇게 시간을 견뎌나갔다. 아침 10시 대의 디제이는 문장마다 ‘굉장히’라는 부사를 굉장히 많이 썼고, 오후 6시 대의 디제이는 말끝마다 ‘그렇지 않나요오오?’ 하면서 어미를 길게 빼는 습관이 있었다. 디제이가, ‘그렇지’까지 발음을 하면 그는 머릿속으로 ‘않나요오오’라고 발음해보았다.

면회는 하루 두번이었다. 오전 면회와, 저녁 면회. 지연은 저녁 면회에 거의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왔다. 와서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손을 잡고 있다 돌아갔다. 지연을 볼 때마다 어쩌자고 그는 자꾸 눈물이 났다. 처음 중환자실에서 눈을 떴을 때, 떠올린 것이 그녀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 암흑이라는 것에 대해 마음 깊은 곳에서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오전 면회에는 형이 두어번 다녀갔고, 여동생도 몇번 다녀갔다. 형은 여전했다. 스마트폰을 민규의 눈앞에 들이밀고, 그의 사고에 대한 뉴스기사를 검색해 보여주었다. 눈앞이 가물가물해서 글자를 읽기 힘들었다. 굵고 큰 문장 만 읽을 수 있었다.

‘지하주차장 사고 급증, 안전불감증 경고’

“너 얘기 난 거야. 김모씨라고 되어 있다, 야. 그래도 실명은 안 깠네.”

뭐가 재미있는지 형이 다소 들뜬 음성으로 뒤떠들었다. 형의 아이는 그래서 태어났을까, 태어나지 않았을까. 인공호흡기를 끼지 않았어도 묻지 못할 질문이었다. 일하던 까페의 사장은 오지 않았고, 그를 거기 파견한 용역회사의 담당자가 두차례 왔다. 첫 방문에서는, 어쨌든 보험에 들어 있기 때문에 큰 걱정하지 말고 쾌차하는 데에만 주력하라고 말했다. 민규는 자신이 무엇을 걱정해야 한다는 것인지 정말로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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