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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프로젝트 열풍을 진단한다 ⑩] 시민참여 없는 메가 프로젝트의 한계: 정부 지지율과 3대 메가 프로젝트



이일영


정부 지지율에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수도권의 어느 기초 지자체의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지방선거를 치르고 임기 초여서 일을 치고 나가야 하는데, 정책에 탄력이 붙지 않는다고 한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 하락에 따른 불안감이 만연해서 벌써부터 다음 선거가 걱정이고 방어적 자세를 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 정부 지지율이 급락했을까. 국정운영의 큰 기둥은 정치구조·외교 및 남북관계·경제정책이라 할 수 있다. 경제정책으로 지지율을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지지율 하한선을 떠받치는 것은 경제·민생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정부의 자산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과 3대 메가 프로젝트의 준비 정도에 대한 의구심은 경제정책 리더십에 타격을 주었다.


비전과 담론 차원에서 보면, 이재명정부가 제시한 5개 국정목표는 정권 내외부에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지 않다. 집권 초 내건 경제·사회정책 담론의 두축은 경제성장과 기본사회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책담론, 핵심 프로젝트, 실행조직이 체계적인 정책 네트워크로 제시되지 않았다. 국무회의에서 중계되는 정책논의는 국민들에게는 산발적이고 산만한 형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전·담론이 산만하고 허약한 상태에서, 경제성장과 분배·복지 담론이 미처 체계적 정책 패키지를 갖추기 전에,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응조치가 부각되었다. 주식·부동산 시장 개혁 방향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해 여기에서 상세히 논의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들 이슈를 정부 정책의 브랜드로 앞세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분명히 짚어두자. 자산시장은 위험과 불확실성이 상존한 복잡계이다. 주식과 부동산이 급격히 출렁이는 속에서 정부 책임이 부각되면서, 피해자 집단과 정책실패 담론이 단단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중이다.


한편, 이재명정부는 출범 초 “국민이 주인인 나라, 함께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비전과 함께, 5대 국정목표로 국민통합 정치·혁신경제·균형성장·기본사회·국익중심 외교안보를 내세웠다. 그런데 이를 실현하는 핵심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실행하지 못한 채, 내란청산·검찰·사법개혁과 주식·부동산 이슈가 정책담론을 지배했다. 그런 와중에 발표한 메가 프로젝트는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담론의 맥락·네트워크가 약하고, 그 현실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중적 의구심 또한 강한 상황이다.


3대 메가 프로젝트는 2026년 6월 말 발표되었다.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를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자는 것으로, 정부와 민간이 10년간 150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용인과 호남에의 반도체 생산시설 조성, 평택과 청주 등 기존 생산거점 확충에 3200조원 투자계획을 밝혔다.


정부와 기업들은 2025년 3분기와 2026년 1분기 통계를 접하는 시간대에 AI·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실감했을 것이다. 2025년 3분기 명목GDP 성장률은 1.3%, 수출성장률은 5.5%로 상승했다. 2026년 1분기는 명목GDP 성장률 10.5%, 수출성장률 12.6%, 2026년 2분기는 명목GDP 성장률은 9.2%, 수출성장률 9.1%라는 놀라운 수치가 공표되었다.


정부 재정상황도 급변했다. 2025년 세수는 37.4조원 증가했는데, 2026년에는 다시 104.7조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2026년도 반도체부문 업황을 고려하면 2027년 세수 증가도 거의 확정적이다. 정부로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이러한 조건 속에서 등장했다.


그런데 3대 메가 프로젝트는 정책으로서의 구체성·현실성이 떨어진다. 정부에 의하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가동하는 데는 6.3GW, AI 데이터센터 가동에는 18.4GW의 발전용량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원전 24기 이상(1기당 약 1GW)의 발전용량으로 현재 국내 가동 중인 전체 원전(26기)과 맞먹는 규모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확충한다 해도 막대한 송배전망이 또 필요하다. 물문제는 전력보다 더 어렵다. 서부지역은 지형상 물을 가두어둘 계곡이 적다. 용인 클러스터에 물을 끌어오는 협의에만 1년 반이 소요되었다. 서남권 클러스터에 산업 용수를 확보하는 방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문제는 산업정책의 실행방식이 구태의연하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주체로 국가와 대기업만이 부각되었다.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의 성과는 기업과 국가에 귀속되어도, 발전시설·송전망·취수시설·전기요금·생태계 파괴의 부담은 해당 지역과 주민에게 집중되는 식이다. 지역주민과 시민사회의 협력과 참여에 대한 계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적절한 규모의 공동적 프로젝트의 틀을 만들지 못하면, 프로젝트의 길목마다 ‘전략적 버티기’(hold out)에 부딪힐 것이다. 


이제 대안을 말해보자. 일찍이 1991년 세계은행은 동아시아 발전모델의 요점이 ‘공유적 성장’(shared growth)이라고 짚은 바 있다. 필자는 한국형 경제성장에는 국가·시장의 역할과 함께 시민적 열정이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그래서 정책 리더십을 강화하려면, 국가주의나 국가주도를 추구하는 행태·담론에서 국가·시장·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공화적 비전·담론으로 전환해야 한다. 프로젝트 추진 중에 발생하는 비용과 부담을 반영하는 시민적 협의와 합의의 거버넌스를 제도화해야 한다. 


메가 프로젝트가 유야무야되지 않고 성과를 얻으려면, 프로젝트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면, 국민주권과 시민참여를 확대하는 데 진심을 보여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대선을 치르기 전 시민사회에 약속한 연합정치 협약을 다시 살펴보기 바란다. 정치가 국민을 더 잘 대표하여 신뢰를 받게 하는 정치개혁에 성의를 보이기 바란다.



이일영 /  한신대 교수, 경제학


2026.11.4 ⓒ창비주간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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