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2013년체제 논의의 진전을 위하여
교육의 2013년체제를 만들자
이기정 李基政
서울 창동고 교사. 저서로 『교육을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 『국어공부 패러다임을 바꿔라』『내신을 바꿔야 학교가 산다』 『학교개조론』 등이 있음. gaedong11@naver.com
무엇을 얼마나 이룰 것인가
국민이 교육의 2013년체제1)에 요구하는 과업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바꾸는 것,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 붕괴되어가는 학교 교실을 되살리는 것. 이 세가지가 아닐까. 입시와 사교육, 그리고 학교 붕괴는 그동안 (초·중등)교육에 대한 논의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주제였다. 이것들은 분명 우리 교육의 가장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면 교육에서의 2013년체제는 그 해결을 떠나서는 성립될 수 없는 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의 2013년체제 또한 교육부문의 획기적 개선 없이는 그 성공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우리는 이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목표로 삼을 수는 없다. 그것은 불가능할뿐더러 과도한 목표 설정은 잘못된 정책, 잘못된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목표를 냉철하게 한정해야 한다.
입시교육의 문제
입시 위주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의 편협함이다.2) 주입식 교육, 암기식 교육, 창의력을 말살하는 교육 등으로 흔히 얘기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시교육의 편협함에서 벗어나는 것, 이 과제에서 우리의 전략적 목표는 어디까지여야 할까? 입시 문제로 골치를 앓는 우리에게 ‘입시의 폐지’는 매력적인 유혹일 수밖에 없다. 얼마나 깔끔하고 단순한가. 물론 입시 폐지를 분명하게 주장하는 사람은 적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 그것만이 입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다. 그들의 눈에는 이 글에서 제시하는 모든 정책이 시시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입시의 폐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니, 그 가능 여부를 떠나 바람직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모든 곳에 인재를 적절하게 배분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 돈과 권력과 인기가 몰린 곳에 가기를 원한다. 이러한 인간의 본성 때문에 인재의 배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필연적이다. 이 갈등을 최소화해 사회 통합을 유지하려면 사회구성원들이 승복할 수 있는 어떤 룰이 필요하다. 이때 시험이라는 수단이 그 룰로서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특히 대학진학 단계의 인재배분 과정에서는 시험이 가장 덜 나쁜 방법일 수 있다. 대학진학 단계에서 시험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인재를 배분하는 것은 더 큰 악을 부를 수 있다.
대학진학은 인재의 사회적 배분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사실상의 첫번째 과정이다. 고교평준화를 통해 고교입시는 폐지해야 하지만, 대학입시는 그 필요성을 어느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면이 있다. 물론 대학진학이라는 단 한번의 과정으로 인생의 너무 많은 것이 결정되는 것은 잘못이다. 이것은 분명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그것은 입시의 폐지가 아닌 다른 방법을 써서 해결해야 한다. ‘패자부활전’이 널리 존재하고 개인이 획득할 수 있는 돈과 권력과 명예의 격차가 합리적인 사회를 만드는 것을 통해 말이다.
대학입시는 일종의 필요악이다. 완전한 폐지는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그러하기에 우리의 교육정책은 대학입시의 폐지가 적어도 가까운 장래에는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세울 수밖에 없다. 즉 대학입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입시교육의 폐해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입시와의 타협은 불가피하다. 여기서 우리의 전략목표는 ‘절반의 해결’일 수밖에 없다. 물론 나머지 절반에 대한 토론과 부분적 성취도 함께 이루어가야 한다. 그런데 학교는 입시교육의 편협함을 상당부분 극복해낼 수 있는가? 절반의 해결은 가능한 것인가?
흔히 입시교육이라는 말로 뭉뚱그려 얘기하지만 그 안에도 다양한 차원의 교육이 존재할 수 있다. 설명의 편의를 위해 1차원, 2차원, 3차원, 4차원의 교육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4차원 이상의 고차원적 교육은 입시를 넘어서야 비로소 가능하고, 입시에 얽매이는 한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것은 3차원적 교육까지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대한민국 학교 교육은 과연 몇차원 교육일까. 3차원적 입시교육을 하고 있을까. 그래서 이제는 4차원적 교육으로 발전해야 하기에 입시의 폐지가 절실히 필요한 것일까. 혹시 우리는 3차원은커녕 2차원에도 도달하지 못하고 1차원적 교육에 멈춰 있는 것은 아닐까. (여기서 1~4차원이란 교육의 잘하고 못하고를 가르는 말이 아니다. 1차원 교육에도 잘하는 교육과 못하는 교육이, 4차원 교육에도 잘하는 교육과 못하는 교육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교육의 기본틀, 곧 패러다임이다.)
편의상 시험을 가지고 설명해보자. 대학입시에는 세가지 시험이 존재한다. 학교 시험(내신), 대학수학능력시험, 대학별고사(논술). 이중에서 원론적 측면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은 학교 시험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당위적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시험 자체만 보았을 때 셋 중 가장 차원 낮은 것이 학교 시험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가장 차원 높은 것이 대학별고사다. 즉 1차원-학교 시험, 2차원-대학수학능력시험, 3차원-대학별고사, 이런 도식화가 가능하다.3)
교육적
저자의 다른 글 더 읽기
-
2014년 겨울호 진보교육감 시대, 무엇을 해야 하나이기정
-
2012년 봄호 교육의 2013년체제를 만들자이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