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조명

 

시원(詩原), 하다

 

 

박민규 朴玟奎

소설가. 장편소설 『지구영웅전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핑퐁』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소설집 『카스테라』 『더블』이 있음. kazuyajun@hanmail.net

 

김사인 金思寅

시인. 1956년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대전고와 서울대 국문과에서 공부했다. 1981년 『시와 경제』 동인 결성에 참여하면서 시를 발표했으며, 1982년부터는 평론도 쓰기 시작했다. 시집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 『어린 당나귀 곁에서』가 있고, 편저서 『박상륭 깊이 읽기』 『시를 어루만지다』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이십년째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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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암은 이제 어머니를 보내야 했다. 장례식, 노새 같은 찬양, 힝힝 소리, 돛폭 같은 귀지의 헛바람 진동*… 관이 내려지고 웨일즈의 흐린 하늘이 관과 함께 구덩이로 스민 그 순간 리암은 기도를 올렸다. 어머니를 위한 마지막 기도였다. 리암의 어머니는 9년이나 침대에 누워 있었다.무슨 병인지 모르겠다고 이곳 세인트 아이브스의 의사는 말했다. 런던의 큰 병원에 가보란 얘기도 들었으나 리암으로선 엄두를 못 낼 일이었다. 그는 가난했다. 가세는 이미 오래전에 기울었다. 그의 부친 라이언은 솔 전투(1차대전의 한 전장)에서 청력과 두 다리를 잃었는데 그리고 돌아와 19년을 더 살았다(살아야 했다). 오래전 죽은 아버지를… 또 지금 막 땅에 묻은 어머니를 리암은 추억했다. 과거의 망령에서 한시 바삐 벗어나고도 싶었고 그들을 와락 껴안고도 싶었다. 절로 많은 일들이 떠올랐는데 어머니의 조상 타령도 그중 한가지였다. 어머니의 할아버지, 또 그 할아버지는 웨일즈의 유명한 음유시인이었다고 했다. 창고에 분명 그분이 쓰시던 하프가 있을 게다, 잘 찾아보라고 그녀는 말했으나 하프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시를 좋아하는 어머니를 위해 리암은 이따금 그녀의 머리맡에서 시를 읽어주곤 했다. 모르는 단어가 태반이었으나 그에겐 어물쩍, 즉흥으로 말을 지어내는 17세기 웨일즈인의 재간이 남아 있었다. 분명 어머니의 할아버지, 또 그 할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재주였으나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삶은 끔찍했다. 특히 지난 9년의 시간이 그러했다. 리암은 종종 누워 있는 어머니를 향해 악담을 퍼부었다. 진심은 아니었다. 물론 진심인 적도 있었으나 그런 건 이제 하나 중요하지 않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위로의 말을 건네고 그를 스쳐 지나갔다. 진심어린 말에도, 그냥 가기가 그래서 하는 말에도 리암은 고개를 끄덕였다(끄덕여야 했다). 다시 한번 애도를 표하네. 마지막으로 먼 친척이자 이웃 마을에 사는 빌리 보가 다가와 말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음, 음 하는 버릇은 여전했다. 음, 정말 좋은 분이셨는데… 먼 친척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말을 고르느라 빌리는 신중을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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