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서적으로 한정해 본다면, 저명한 미국 철학자 스탠리 카벨(StanleyCavell)의 이 독특한 책은 무엇보다도 고전기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열렬한 예찬이다. 카벨은 고전기 할리우드야말로 영화라는 독자적인 예술매체의 본래적 가능성을 충실히 구현한 작품을 생산했다고 본다. 종종 각종 뉴웨이브 영화사조들에 대한 편견을 내비치기도 하지만, 그의 주장은 영화의 본질 자체에 대한 상당히 (도발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이론적 가설에 근거하고 있다.
그의 논점 중에서 각별히 흥미로우면서도 전체 논의의 출발점이 되는 생각은 영화의 발명이 서구 정신사의 근본적 위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전 시기 예술가들에 의해 예고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발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카벨은 시시때때로 여타 예술장르와 영화의 관계에 대한 정교한 사유를 제시하는데, 그의 논의는 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