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한반도 통일에 얽힌 4강의 이해

 

 

지영선 池永善

『한겨레』 논설위원. ys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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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통일에 얽힌 4강의 이해’,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여름까지 내가 붙잡고 씨름했던 화두다. 하바드대학 국제문제연구소(Weatherhead Center for International Affairs, CFIA)에 펠로우(방문연구원)로 1년 동안 연수하며 써내야 했던 작은 논문의 제목이 이것이다.

CFIA의 펠로우즈 프로그램은 경력이 20년 정도 되는 각국 국제문제 실무자들로 하여금 1년 동안 하바드에 머물며 이들의 실무경험과 하바드의 학문적 지식을 교류하도록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방문연구원 대부분이 외교관이지만, 정치인과 군인, 시민운동가, 성직자, 그리고 나 같은 언론인도 섞여들곤 한다. 역대 연구원 중엔 알 만한 인물들도 꽤 있다. 암살된 필리핀의 정치인 베니뇨 아끼노(Benigno Aquino), 그리스의 외무장관 게오르게 빠빤드레우(George Papandreou), 그리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도 이 연구소를 거쳐갔다. 미국에서는 특이하게 이 프로그램에 꼬박꼬박 군인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도 육·해·공군 대령이 한 명씩 왔다. 사무실을 함께 쓰게 된 공군조종사 제프에게, 왜 미국에선 군인만 세 명이나 왔느냐고 언젠가 물었더니, “군의 목소리가 시민사회에 들리도록 하려는 노력 아니겠느냐”는 대답이 돌아왔다. 미 군부의 그런 노력은 다른 기회에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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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의 열기가 아직도 뜨겁던 지난해 8월 미국에 도착한 나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앞에서 말한 제목으로 논문주제를 정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4강, 그중에서도 미국이 우리의 통일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아볼 기회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를 잘했던 것 같다. 나 자신 간략하게나마 4강의 이해를 들여다보았을 뿐 아니라, 내가 알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남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기회도 되었으니 말이다.

지난 3월 16〜18일 웨스트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연례 동북아시아안보회의가 바로 그런 자리였다. 그곳 사회과학부가 주최한 ‘한반도 화해가 동북아시아 안보에 갖는 의미’를 주제로 한 이 회의에 생각지도 않게 내가 패널리스트로 초청된 것이다. 영화에서 가끔 본 허드슨 계곡의 그 수려한 캠퍼스 안에 자리잡은 사회과학부장 러쎌 하워드(Russell Howard) 대령의 집에서 회의 전날 밤 참석자들을 위한 리쎕션이 열렸다. 그 자리에서 CFIA의 연구원이었던 하워드 대령이 나를 초청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CFIA 웹싸이트에 뜬 내 이력과 연구제목을 보고 내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는 것이다. 회의에는 나 외에 중국·일본·러시아·타이완의 학자들과 이들 지역을 연구하는 미국 학자들, 그리고 해당지역 주둔 미군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작년말 처음 회의 참석 요청을 받았을 때는 회의주제가 ‘한반도 통일이 동북아시아 안보에 갖는 의미’였는데, 정작 회의 때는 ‘통일’이 ‘화해’로 바뀐 것이다. 부시행정부 출범 이전과 이후의 차이를 반영한 것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참석자들은 모두 ‘한반도 통일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한국에 통일은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분단이라는 왜곡으로부터의 ‘정상화’이며, 전쟁과 불안으로부터 ‘평화와 안정’으로의 이행이며,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에 기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더니, 하워드 대령은 날보고 “미스 지는 웅변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참석자들이 바라보는 한반도 현실은 참으로 냉엄하고도 복잡한 것이었다.

뻬이징 칭화(淸華)대학 국제학연구소의 옌 쉬에퉁(閻學通) 교수는 한반도 통일의 의미가 세 가지 요인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첫째, 평화통일인가 무력통일인가. 둘째, 흡수통일인가 협상통일인가. 셋째, 통일 한반도의 정치체제는 무엇이 될 것인가. 이 중 어느 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겠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가 평화적으로, 당사자들의 협상에 의해 통일되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통일되는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자주적인 중립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북이 협상을 통해 통일한다면 북쪽의 입장이 무시될 수 없을 것이며, 그렇게 되면 미국과 통일 한반도의 관계가 현재의 미국과 남한의 관계처럼 밀착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터프츠(Tufts)대학의 앨런 웨크먼(Alan Wachman) 교수는 중국이 한반도 자주통일을 지지한다는 데 의문을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