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정치의 진화는 가능한가

이남주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

사진: 이남주 최근 연합정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2010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연합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정파를 초월해 폭넓은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 없이 올해를 보내게 되어 아쉽다. 지난 10월 재보선에서 단일화 협상이 무산되었고, 그후 ‘희망과 대안’ 등 연합정치를 화두로 삼은 조직들이 기대를 모으며 출범했으나 아직 실질적인 성과는 없다. 새해에는 이 논의와 실천에서 한발 나아갈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정치세력이 ‘量力而行'(자신의 힘을 헤아려 일을 행함)의 자세로 연합정치에 임해야 한다. 최근 연합정치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상황이 잘 보여주는 바다.

올해 재보선 결과들에서 드러나듯 유권자들이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대안에 표를 몰아주는 현상이 강하다. 이는 그 자체로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야권내 기득권세력의 연합정치에 대한 적극성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현재의 정치지형이 큰 변화 없이 내년 지방선거까지 유지된다면 기득권 구조도 계속 강화될 것이다. 그렇지만 민주당이 이러한 추세를 즐기려고만 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반 한나라당 표심의 이면에 존재하는 민의를 잘 헤아려야 한다. 더욱이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들은 주요 선거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승리하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기득권 구조와 당리당략을 넘어라

또한 진보개혁진영 내의 연합정치 논의는 예전처럼 특정 정당의 입지 굳히기로만 흐르지는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연합정치가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특히 그 성과가 참여주체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전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전에는 ‘나눠먹기’라는 비판을 받기 마련이던 정치적 성과 분배가 지금은 정치발전의 한 요소로 여겨지는 것이다. 점점 다원화되는 사회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연합정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처럼 긍정적인 변화도 반드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각 정치세력들 모두 자신의 역량에 맞지 않는 과도한 요구를 내세운다면 협상이 어려워지고 연합정치의 진전도 난망해질 것이다. 소수진영들조차 갈가리 분열되어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25명 구청장 전원, 서울시의원 116명 중 102명이 한나라당 소속이었을 정도로 참패했던 진보개혁세력이 내년 선거에서 어느 정도로든 성과를 얻어 윈-윈(win-win)하는 것은 가능하다. 문제는 기득권세력이 자신의 한계를 직시하며 한층 적극적인 태도로 연합정치 논의에 임하고, 다른 세력들은 정세와 주체적 역량에 따라 적절한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나설 수 있는가에 있다.

대안적 정치세력으로 인정받는 길

우선 민주당은 기득권을 활용해 조기에 선거구도를 결정하는 식으로 선거를 준비해서는 안된다. 매 단계마다 다른 정치․사회세력과 연합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두면서 진행해야 한다. 당내에서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런 방식에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다가올 선거에서 성과를 키우고 수권가능성을 높이면서 이같은 내부 불만을 해결해가야 최대 야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 것이다. 민주당 이외의 정치세력들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반 MB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정치세력이라는 점을 깨닫고, 이 전선에서 더욱 능동적인 자세와 자기희생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이 민주당에만 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단견이다. 많이 지적되었듯이 최근의 선거결과들은 민주주의 진영과 진보진영이 동반성장과 동반하락을 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비례대표제의 비중이 적은 조건에서 연합정치는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실험이다. 이에 따라 최근 연합정치와 정치제도 개혁을 연관하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는 현행 선거제도에 따라 치러질 것이기에 선거국면을 앞두고는 현재 조건에서 가능한 연합에 대해 더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적어도 단계별·선거별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복합적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선거 준비와 과정에서 협력을 극대화하려면

첫째, 본격적인 공천이 있기 전에 주요 정치세력들은 큰 틀에서의 협력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여기서 적절한 타협이 이루어진다면 정치세력 모두가 윈-윈할 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소수정당들의 경우 이러한 조기협의를 통한 연합의 실현이 정치적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가장 유리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자신의 잠재력을 검증받지 않고 미리 한계를 짓는다는 점에서 소수 정치세력들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특히 전체 정치지형의 변화가 없더라도 특정 지역에서는 인물을 통한 돌파가 가능할 텐데 그 기회를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선거에 돌입하기 전 어느정도까지는 다양한 정치세력들 사이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소수 정치세력의 선택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둘째, 조기협의가 없는 상태에서 선거국면에 돌입하게 되더라도 연합정치의 공간은 계속 존재한다. 특히 단일화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지역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며 그 가능성을 최후까지 포기해서는 안된다. 이때도 가능한 수준에서 연합의 성과가 골고루 분배될 수 있는 협의도 함께 진행되겠지만 그 수준은 조기협의보다는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연합의 성과를 각 정치세력들이 확보하는 방식은 여러가지다. 지방선거에서는 광역단체장, 광역지방의원(지역구 및 비례), 기초단체장, 기초지방의원(지역구 및 비례), 교육감 등을 선출하게 된다. 따라서 한 지역에서 양보한 정치세력은 다른 수준의 투표에서 보상받을 공산이 크다. 물론 이는 포괄적인 연대와 연합의 정신이 유지될 경우에 가능하지 분열상황이라면 교차투표보다는 특정 정당에 대한 쏠림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새해가 되면 생활의 지침으로 삼을 한자 성어를 하나씩 정하곤 한다. 중요한 선거를 앞둔 진보개혁세력이 화두로 세울 옛말은 ‘量力而行’이다.

2009.12.16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