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더 많은 보도 프로그램을 원한다

김경환

김경환 / 상지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유사보도 프로그램의 규제 문제가 최근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된 배경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 2011년 12월 야심차게 개국한 종편은 드라마와 예능 등 다양한 프로그램 편성으로 지상파방송과 경쟁을 시도했지만 낮은 인지도와 상대적로 적은 제작비 탓에 지금은 비교적 제작이 손쉬운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을 늘린 상태다. TV조선의 경우 무려 49.6%, 채널A 역시 46.3%까지 급증했다.

 

이 두 채널은 보도·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자극적이고 편향적인 내용을 무분별하게 내보내면서 보수적인 시청자층을 붙들어두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보도·시사 프로그램이 종편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떠오르자 이들이 여타 유료방송채널의 유사보도 프로그램 편성을 견제하려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유사보도 규제 논란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보수층 끌어안은 종편, 케이블 견제하나

 

미국이나 일본 등지에는 우리나라처럼 드라마 전문채널, 스포츠 전문채널, 어린이 전문채널을 정부가 지정하는 제도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유료방송채널 사업자 스스로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특화전략에 따라 보도 전문채널 CNN이나 스포츠 전문채널 ESPN 등을 설립하는 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방송법에 따라 유료방송채널 사업자가 채널을 설립할 때 반드시 해당 전문편성 장르를 주편성 프로그램으로 마련해서 전체 편성시간의 80% 이상을 방송해야 한다. 예를 들면 스포츠 채널인 경우 전체 방송시간의 80%는 스포츠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나머지 20% 이내에서만 그외 장르의 프로그램을 채우도록 허용된다. 이때 법적으로 부편성 시간대에는 주편성 장르 이외의 프로그램을 방송채널사업자가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지만 이마저도 보도 프로그램의 편성은 금지된다.

 

따라서 비보도 방송채널사용 사업자(유료방송채널)가 보도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그럼에도 유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것은 방송 프로그램의 유형이 방송사의 제작방식과 방송시장의 환경, 시청자의 취향 등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갈수록 늘어나는 신규매체와 유료방송채널로 인해 보도 프로그램을 정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 ‘보도 프로그램’인가

 

방송 프로그램은 크게 보도·교양·오락 세가지로 분류 가능하다. 방송법 제2조 24항에서는 보도를 “국내외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의 전반에 관하여 시사적인 취재보도·논평·해설 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도 프로그램은 종합뉴스, 스트레이트뉴스, 지역뉴스, 북한뉴스, 국제뉴스, 경제뉴스, 기상뉴스, 스포츠뉴스, 비정규편성 보도(특별행사중계, 기자회견, 재난방송) 등이 거론된다. 이러한 정의와 분류에 따르면 대략 정해진 시간대에 사건·사고를 취재해서 방송하는 형태의 프로그램을 보도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세부분류로 들어가면 회색지대에 놓인 프로그램들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보도 프로그램을 정의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정보성 프로그램이다. 현행법대로라면 공공채널인 한국정책방송(KTV), 국회방송 같은 공공채널이 내보내는 공공정보전달 프로그램부터 패션이나 연예 정보를 전하는 프로그램, 프로야구 경기결과를 매일밤 알려주는 스포츠채널의 프로그램, 심지어는 건강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일련의 정보성 프로그램까지 모두 보도 프로그램으로 분류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반면 외국방송의 재전송 채널, 즉 CNN, BBC, CCTV, NHK 등의 경우 엄연히 보도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음에도 외국방송 사업자의 국내 재송신이라는 이유로 보도 프로그램 규제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서 보도 프로그램의 구체적 정의와 세부분류 기준을 마련하고자 노력했지만 아직 대다수가 동의할 만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을 보면 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개념 정의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규제에서 다양성 확대로 발상 전환 필요

 

현재 합법적으로 보도·시사 프로그램을 방송할 수 있도록 허가된 유료방송채널은 종편과 보도전문채널(YTN, 뉴스Y)뿐이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유료방송채널이 부편성 시간대에 유사보도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이 자신의 고유 영역에 대한 침범처럼 여길지 모른다. 하지만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이 도입되어 방송매체의 보도채널이 급증함에 따라 소수의 한정된 채널만 뉴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시청자가 원하는 뉴스의 범위도 패션부터 게임, 요리, 주식 등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넓어졌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업자에게만 보도 프로그램을 허용하는 규제 정책에서 벗어나 유료방송채널의 부편성에 국한해 보도 프로그램의 편성을 허용함으로써 표현의 자유와 여론다양성의 확대를 꾀하는 정책으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3.6.5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