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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연재

1회

처음에 그 일은 빗길 교통사고로 알려졌다. 경기도 전역에 호우주의보가 발효 중이었다. 중부고속도로 안성(安城) 부근에는 시간당 40mm 안팎의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은색 아반떼가 하행선 일죽 IC로 진입한 시간은 오전 1시 45분이었다.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고은리 하행선 310km 지점, 1차선을 달리던 아반떼가 갑자기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뒤따라오던 0.5톤 트럭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아반떼의 후미를 추돌했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견인차였다. 잠시 후 119 구급대와 경찰차가 왔다. 어두운데다 빗줄기가 거세 사고현장을 수습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트럭기사는 스스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 아반떼는 중앙분리대를 관통하다시피 곤두박여 있었다. 전면부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히 우그러졌고 후면부도 크게 파손되었다. 운전석 도어를 제거하고 운전자를 꺼내야 했다. 동승자는 없는 것 같았다. 구급대원들이 유압전개기와 절단기를 이용해 차문을 잘라냈다. 운전자는 남성이었다. 사지의 뼈가 으스러진 상태였으며 의식은 없었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지던 중 구급차 안에서 숨을 거두었다. 직접 사인은 두부 충격으로 인한 뇌출혈과 목뼈 골절이었다.

트럭기사의 부상은 상대적으로 가벼웠다. 관할 경찰서 교통조사계의 담당자가 응급실로 찾아왔다.

“사고나기 몇분 전인가 내 앞을 확 치고 나갔어요.”

밤, 빗길, 과속운전. 대형사고를 유발하는 흔한 패턴이었다. 음주운전 같지는 않았다는 것이 기사의 진술이었다. 술 먹고 모는 차는 뒤에서 보면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출렁출렁, 차가 왼쪽으로 쏠렸다가 또 오른쪽으로 쏠렸다가 그렇게 부드럽게 왔다 갔다 하는 법인데…….”

그렇다고 졸음운전 같지도 않았다. 졸면서 운전하는 차는, 차선을 반쯤 걸치고 기우뚱하게 가다가 핸들을 휙 반대로 꺾곤 했다.

“그냥 멀쩡하게 가던 차가 별안간 처박혔다는 겁니까?”

경찰관의 질문에 트럭 기사는 아주 잠깐의 틈을 둔 후 대답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죠.”

그때 그는 자신에게 아주 잠깐의 틈이 왜 필요했는지 알지 못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하나의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경찰이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하나의 단어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것은 ‘돌진’이었다.

그 차는 길의 바깥, 허공을 향해 돌진했다.

사망한 운전자는 지갑과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지 않았다. 그밖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어떤 소지품도 발견되지 않았다. 차적 조회 결과, 자동차 등록원부상 소유자는 ‘김은미’로 되어 있었다. 서울시 도봉구에 주소를 둔 만 39세의 여성이었다. 차주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무보험이었고, 최근 3년 이내 세금과 범칙금 납부 기록이 전무했다. 운전자의 사체는 신원 미상으로 등록되었다.

새벽 내내 내리던 비는 해가 뜰 무렵 잦아들었다. 사고차가 견인된 정비 공장 직원들의 출근시간은 아침 9시였다. 공장장 김은 간밤 입고된 아반떼의 상태를 보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완파라고 해도 좋았다. 차가 이 정도로 망가졌다면 타고 있던 이들은 모두 죽었거나 거의 죽었을 것이다. 살아남았더라도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탑승자가 몇이었는지, 사망자와 부상자가 각각 몇인지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그건 김의 업무범위 밖의 일이었다. 그의 임무는 파손된 차를 수리하는 것뿐이었다. 김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자동차를 복원하는 일에 대해 특별한 의욕을 가지고 있었다. 한번 크게 망가진 차는 새것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새로운 어떤 존재로 만들 수는 있었다.

“어디, 타겠습니까.”

곁에 다가온 직원 박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폐차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이 정도의 손상이라면 폐차장으로 보내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김은 쩝 입맛을 다셨다.

“한번 보자.”

얼마나 다친 자동차든, 살린다는 전제를 가지고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공장장의 오랜 습관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단순교통사고가 강력사건으로 전환되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다. 후에, 김과 박은 일생에서 가장 놀랐던 순간으로 그때를 꼽았다.

짜부라진 트렁크 안에 사람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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