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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 2년, 어디까지 왔니?”

장윤선
장윤선

장윤선

딱 요맘때였다.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했지만 대낮엔 뜨거웠다. 방풍점퍼를 걸치면 땅바닥에 앉아도 그리 춥지 않은 딱 좋은 가을 날씨. 두해 전인 2016년 11월 5일 광화문광장에선 고 백남기 농민 장례식과 영결식이 엄수됐다. 노란 점퍼로 색깔을 맞춘 세월호 엄마아빠들은 눈물로 그를 배웅했다. 그러곤 외마디를 떨어뜨렸다. “아, 우리는 언제 영결식을 해보나.”

 

촛불혁명의 진원지, 세월호

 

늦가을 광화문은 은행잎이 한창 노랗게 물들고 있었고, 한숨 실은 외마디는 바람을 타고 훠이훠이 날아갔다. 촛불혁명의 진원지는 세월호다. 2014년 4월 16일, 476명을 실은 배가 무슨 이유로 진도 앞바다에서 그런 일을 당했는지 여전히 미궁이다. 오는 11월 말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으로 진실이 드러나리라 기대하지만, 유가족 입장에서 생각하면 참으로 멀고도 먼 길을 돌아 여기까지 왔다. 영결식조차도 참사 후 무려 4년이 흘러 대통령이 바뀌고 나서야 열 수 있었다. 2014년 세월호참사 당시 많은 국민은 괴로워했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해했다. 그런데도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은 반인격적 힐난으로 진상규명운동을 누더기로 만들려 호시탐탐 애썼다. 인간으로서 가장 참기 힘든 능욕을 버텨냈던 사람들이 세월호 유가족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자애로운 방법으로 진실규명운동을 이어갔고 국민은 감동했다.

 

2014년 세월호, 2015년 백남기 어르신……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시절에나 당했던 국가폭력에 국민들의 분노는 켜켜이 쌓여갔고, 최순실이라는 이름 석자가 헤드라인 뉴스에 등장했을 때 활화산처럼 터져 나왔다. 1700만. 대한민국 역사에서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광장에 쏟아져 나와 민주주의를 목 놓아 외친 적이 없다. 세계도 이 현장을 주목하며 노벨평화상감이라고 했다. 박근혜, 최순실, 이명박, 김기춘, 조윤선, 안종범…… 적폐세력을 줄줄이 법정에 세웠고 정권도 바꿨다. 나라는 빠르게 정상화되는 듯 보였다. 촛불이 낳은 2차 혁명은 미투운동이었다. 현직 검사 서지현에 의해 촉발된 미투운동은 할리우드와 또 전 세계와 어깨를 걸고 견결하게 나아가는 중이다. 이러저러한 논란은 있지만 혜화역시위도 우리 사회 절반을 차지함에도 여전히 차별받는 소수인 여성문제에 새로 불을 댕긴 매우 소중한 사회운동이라 생각한다. 촛불혁명 이후 미투와 위드유, 대한항공 갑질에 대한 승무원 광화문 규탄시위 등 수많은 운동과 함께 2년이 흘렀다.

 

법원과 재벌, 아직 남은 수많은 적폐들

 

그러나 세상의 변화는 생각만큼 빠르게 진전되지 않고 있고 여전히 사회 곳곳에 적폐더미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우두머리만 감옥에 가둔다고 적폐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과 짬짜미해오던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적폐가 드러났지만, 여전히 현직 고위 법관들은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영장, 구속영장이 날아들 때마다 온갖 논리를 내세워 기각에 앞장선다. 지금 스스로 써내려가는 이 황당한 기각 사유가 먼 훗날 후대에게 얼마나 조롱거리가 될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양승태의 홍위병 노릇을 하는 것이 지금 자신들이 살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참으로 부끄럽고 또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니, 국민은 또다시 혀를 내두르게 된다. 참으로 민망한 이 법관들에게 판관의 자격이 있기나 한 것일까.

 

촛불혁명 당시 가장 많이 나왔던 구호가 “재벌도 공범이다”였다. 그런데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줄줄이 풀려났다. 대법원 판결은 기약이 없다. 그래서 정치적 사면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은 인도에서 대통령을 만나더니 백두산까지 따라갔다. 그는 천지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재용 부회장도 신동빈 부회장도 돈으로 국민을 현혹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만나 100조원대 투자계획을 발표하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무위로 돌렸지만, 인도에서부터 일자리 10만개를 노래했다. 신동빈 회장은 감옥에서 풀려나자마자 5년간 50조원의 투자와 일자리 7만개를 약속했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신동빈 회장은 재벌 3세, 2세다. 역시 유전무죄 무전유죄인가. 촛불을 들어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자고 했건만 역시 돈 앞에 장사 없는 건가. 다시 허탈해지는 이유다.

 

촛불로 바꾼 나라, 바꿔야 할 나라

 

우리 국민은 촛불로 나라를 바꿨다고 자부한다. 정권까지 바꾼 위대한 운동이었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남부럽지 않은 민주주의 국가가 됐다. 독일의 한 언론인은 “이제 민주주의를 배우려면 한국으로 가야 한다”고 했단다. 이제 남북이 힘을 합치면 8천만 민족은 국제사회 일원으로 못할 일이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와 분단, 전쟁 그리고 군사독재로 얼룩진 어두운 과거가 있다. 그로 인해 뒤틀리고 왜곡된 현실이 지금도 우릴 힘들게 한다. 전두환·이순자가 1980년대 무작정 설립인가를 내주었던 사립유치원이 그 단적인 예다. 유아교육과 보육을 국가가 공공의 이름으로 책임지지 않고 민간에 떠넘겼던 과거의 잘못이 오늘날 우리를 괴롭히는 격이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이 현실을 어쩌면 좋은가.

 

그러니 우리는 도무지 촛불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일상의 민주주의가 모두 회복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며,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떳떳하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되려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의병들처럼 싸우고 또 싸울 수밖에 없다. 나라를 빼앗겼던 그 시절엔 목숨 내놓고 총까지 들어야 했지만 지금은 주권국가의 국민으로서 촛불을 들어 세상을 평화롭게 밝힐 수 있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 아닐까. 그래서 촛불혁명 2주년은 더욱 값지다.

 

장윤선 / tbs <장윤선의 이슈파이터> 진행자

2018.10.24. ⓒ 창비주간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