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김효순 『나는 전쟁범죄자입니다』, 서해문집 2020

‘다른’ 이야기의 가능성, 가해자들의 말하기

 

 

심아정 沈雅亭

독립연구활동가, 정치학 박사 salajungbb020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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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김효순은 학문의 장에서조차 제대로 조명되어오지 못했던 사건들을 천착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사에 귀 기울이는 작업을 해왔다. 신작 『나는 전쟁범죄자입니다: 일본인 전범을 개조한 푸순의 기적』에서 저자는 패전 후 시베리아 억류를 거쳐 중국 푸순(撫順)전범관리소로 이송되었거나, 산시성에 남아 일본의 재건과 방공(防共)을 기치로 옌 시산(閻錫山)과 협력해 인민해방군과 싸우다 포로가 되어 타이위안(太原)전범관리소로 보내진 일본인 전범들, 그리고 그들이 귀국 후에 만든 중국귀환자연락회(이하 ‘중귀련’)의 활동에 주목한다. 낯선 서사인 만큼 이 주제에 관한 국내의 선행연구는 거의 전무한 상태다. 저자는 방대한 일본어 사료와 수기를 비롯한 면밀한 조사를 토대로 하면서도 간명하고 친절한 필치로 독자들 앞에 섰다.

중국은 다른 전승국에 비해 전범재판 시기가 늦었다. 1956년 특별군사법정에서 대부분의 전범은 불기소처분으로 풀려났고, 45명만이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사형수도 무기형도 없었다. 극형을 받아 처형된 사람이 없다는 것은 다른 전승국의 일본인 전범재판과 크게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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