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심사평

 

처음 편집부로부터 올해는 응모자가 작년보다 상당히 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심 반가웠다. 이 엄혹한 시대에도 여전히 시는 읽히고 또 쓰이고 있었구나. 시의 존재감을 이런 식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어 기뻤다. 그런 만큼, 패기로 무장한 새 얼굴의 시인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컸다. 책상 위 수북이 쌓인 원고들을 읽는 일은 그러므로 고된 임무였다기보다 순수한 설렘에 가까운 것이었음을 밝힌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과정에서 마음을 무르녹게 할 만한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의미를 짐작하기 힘든 모호한 문장이나 의도적으로 꼬아 만든 비문과 오문을 도처에서 접했고, 그 속에 깃든 얕은 수법이 작품으로의 몰입을 방해했다. 번득이는 표현으로 미적 형상을 구현한 시편들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거나 그 자체가 지나치게 가벼워 허탈감을 안기곤 했다. 좋은 시란 으레 화려한 말로 치장한 것이라 오해하는 것은 아닌지, 경험이나 관찰 없이 책상 앞에 앉아 막연한 상상에 기대어 시를 써내리는 데 길들여진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었다. 요컨대 시를 쓴 이에 대한 믿음을 좀처럼 갖기 어려웠으며, 그럴수록 더욱 성실하고 듬직한 시인의 면모가 간절했다.

지난 6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4명의 심사자가 예심과 본심을 연이어 진행했다. 900여명의 작품을 약 한달간 나누어 읽은 뒤 각기 두세명의 작품을 뽑았다. 이후 최종심 자리에는 총 10명의 작품이 놓였다. 심사자 각각의 기준과 안목을 반영한 듯 하나같이 개성적인 작품으로, 저마다의 장점과 단점이 뚜렷했다. 얼마간의 논의를 거친 뒤 설하한, 박선주, 김솔, 강응민, 한연희 등 5명의 작품으로 폭을 좁혀 이야기를 이어갔다.

먼저 설하한의 작품은 공장에서 야광시계를 만드는 소녀나 혼자 고철을 주우러 다니는 소년과 같은 근래 우리 문학에서 보기 드문 주체들을 중심으로 도시 빈민의 삶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응모한 다수의 작품에서 드러난 과도한 언술이 긴장감을 잃게 만들었다. 일부 시편은 운문으로 보기 힘들 만큼 장황했는데, 설명과 진술로 일관된 산문적 전개가 읽기를 지치게 했다. 종교적 소재를 대입해 깊이를 획득하려는 시도 또한 조금은 억지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박선주의 작품은 특유의 분위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가 보내온 10편은 모두 산문시임에도 막힘없는 유창한 호흡을 지녔으며, 자유롭게 뛰노는 시어들의 생동 또한 흥미로웠다. 그런 반면 지나치게 거친 문장이 치기어린 느낌을 준다는 점이 단점으로 거론되었다.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 또한 어설픈 면이 없지 않아, 다소간의 정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김솔의 작품은 웅숭깊은 사유가 돋보였다. 특히 이주노동자의 고된 생활감정을 드러낸 작품에서 “공장장도, 그도 어느 생에선가/한번쯤은 내 어머니였을 것이다”와 같은 문장은 무심코 울림의 파동을 만들었다. 그러나 ‘강링’과 같은 제재를 좀더 긴밀하게 녹여내지 못한 점, 리얼리즘 계열의 시에서 흔히 발견되는 전형성을 탈피하지 못한 점 등이 지적되었다. 무엇보다 그가 보내온 11편의 시가 고른 수준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마지막까지 놓지 못한 작품은 강응민과 한연희의 것이었다. 최종적으로 두사람의 작품을 놓고 심사자들 사이 팽팽한 논의가 이어졌으며, 고심을 거듭한 끝에 한연희의 「수박이 아닌 것들에게」 외 4편을 당선작으로 정했다. 강응민의 작품은 세련된 수사를 바탕에 둔 시적 에너지로 시선을 압도했다. 표현 하나하나 공들여 세공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러나 빛나는 구절들 사이 과한 치장의 흔적, 이를테면 “당신은 영원히 구두를 신지 않고 추락하는 것들을 닮은 눈꺼풀은 끝내 어둠으로 닿아서”와 같은 문장은 위태롭게 느껴졌다. 더욱이 이같은 감각과 화법이 본연의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 힘들었다. 기성의 스타일과 많은 부분 닮아 있고, 일부 시편의 경우 특정 시인의 색과 결이 묻어나기도 했다. 행여 이것이 최근의 시류를 의식한 결과라면, 스스로 좀더 단단해질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당선자인 한연희의 작품 또한 이같은 충고에서 아주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말의 운용에 별다른 지나침이 없고, 대체로 유려하며, 시를 전개하는 방식이 능란했다. 자기기반이 탄탄하다는 증거로 보였다. 드세고 요란한 여러 응모작들 가운데 순하고 차분한 느낌을 지닌 것도 미덕으로 여겨졌다. “좋아하는 것들이 땀띠처럼 늘어난다”고, “쌓인 빨래더미 위에, 식은 밥그릇 위에 고요가 내려앉는다”고 쓴다는 것. 비상한 무언가를 가져다 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