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전남 구례 출생.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은빛 호각』 『바다 호수』 『아르갈의 향기』 『우리의 죽은 자들을 위해』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호야네 말』 등이 있음. roadwalker1@hanmail.net
형제를 위하여
“성님 계신가요?” 우멍한 목소리가 마당에 들어서면 벌써 당숙이었다. “종제인가?” 하고 놋재털이에 담뱃재 탕탕 털고 반갑게 사랑문 여는 소리가 들리면 아버지였다. 둘은 이렇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안인사를 함께 나누는 형제보다 더 친한 사촌이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난 후 어느 여름밤 평상에 앉아 내 손을 잡고 “느그 아버지, 아니 내 성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여순 때 산사람 살 때 나 살리려고 탄원서 내다 순천형무소까지 가셨다” 하면서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끼던 당숙도 얼마 뒤 저세상으로 훌쩍 건너가 아버지와 골짜기 하나를 사이로 묻혔다. 그러나 마을사람들 말에 의하면 요즘도 어둑새벽이면 뒷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