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고교등급제’ 논란의 재음미

 

 

강태중 姜泰重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과 시민사회’공동대표. tjgahng@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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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고교등급제’ 논란은 교육에 관련된 우리 사회의 구조적 속성을 배경에 두고 있다. 단순히 대학입학 전형에서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의 정당성을 두고 편이 갈려 갑론을박하는 현상이 아니다. 고교등급제 논란은 우리 사회의 계층이 분화하고 고착되는 과정을 반영하고 있고, 우리의 역사·사회적 경험이 낳은 편집적(偏執的) 교육관을 반영하고 있다. 이 점을 놓치고 보면 고교등급제는 일회적인 논란거리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요인에 닿아 있다. 이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고교등급제는, 같은 이름이나 외양으로 거론되거나 나타나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우리 사회의 교육 논의에 꾸준히 오르내릴 사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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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보면 ‘고교등급제’란, 각 고등학교가 특정한 준거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고 그 등급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게 되는 제도이다. 이때 등급을 매기는 준거는 해당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과거에 대학입학 경쟁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었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 단위 과거 성적이 해당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학(修學) 잠재력을 평가하는 근거가 된다. 이를테면 선배들이 대학 진학에 성공적이었던 소위 ‘좋은’ 고등학교를 다닌 입학 지원자들에게는 평범한 고등학교를 다닌 지원자들은 받을 수 없는 부가 점수가 대입 전형과정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널리 보도된 것과 같이, 이러한 제도를 두고 이루어진 공방은 팽팽했다. 제도를 시행했다는 혐의를 받은 대학들에서는 그 제도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고 자신을 정당화했다. 대학에 제공되는 자료(내신기록)만으로는 입학 지원자들의 우열을 가리기에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학교에 따라 학생들의 수준 차이가 분명한 현실에서 그 차이를 무시하고 모든 학교의 수준이 똑같은 것처럼 내신성적을 고려하라는 제도적(교육부의) 주문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말한다. 학교별 차이를 감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이른바 ‘성적 부풀리기’가 일반화된 상황에서(그래서 고등학교마다 한결같이 학생들에게 ‘성적 우수자’의 라벨을 붙여 입학원서를 제출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학교 차이를 반영해야 했다고 항변한다. 요컨대 고교등급제는 엄정한 평가를 해내지 못하는 고등학교와 학교간 격차가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는 교육부의 구속이 빚어낸 제도라는 것이 대학측의 주장이다.

반면, 고교등급제를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그것을 ‘현대판 연좌제’라는 말로 비난한다.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개인의 독특한 특성이나 성취에 관계없이 같은 수준으로 취급하는 것이 용납될 수 있느냐는 비난이다. 예컨대 선배들이 대학에 진학한 성적이 누적되지 않은 고등학교에 재학했다면, 개인적으로 아무리 탁월하더라도 대학에 입학할 기회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인데 과연 그것이 정당한지 묻는 것이다. 더욱이 서울과 같이 지역별로 거주자들의 계층화가 일어나고 있는 대도시들에서는, 고교등급제가 곧 지역간 차별이 된다는 점에서 비판이 더욱 가열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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