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미국이라는 우리의 난제

 

 

미국 금융패권의 동요와 신보수주의적 군사화

 

 

전창환 全驤煥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주요 저서로 『미국식 자본주의와 사회민주적 대안』(공저) 『위기 이후의 한국자본주의』(공저) 등이 있다. jch6577@hanshin.ac.kr

 

 

1. 들어가며

 

2000년대 초반 미국은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두 가지 위기를 겪었다. 하나는 90년대 고성장—고주가—저실업—고임금—고생산성을 구가했던 미국의‘신경제’가 2000년 3월 IT·주식 거품붕괴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는 사실이다. 90년대 주식열풍은 1920년대말 대공황 직전의 주식붐을 능가하는 것이었던만큼 주가하락에 따른 충격도 그만큼 컸다. 다른 하나는 소련 붕괴 이후‘고독한 패권국’이 된 미국이 다른 강대국이 아닌 일개 테러집단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는 점이다. 미국을 상징하는 두 고층건물이 비행기테러로 무너진 9·11사건에서 미국인들이 받은 충격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이 두 위기가 각각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와 신보수주의적 군사화에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IT·주식 거품붕괴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지상목표로 하는 금융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의 내적 모순이 극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9·11테러는 80년대부터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해왔던 신보수주의자들이 군사화를 중심으로 미국의 대외정책 결정에서 핵심세력으로 등장하게 만들었다. 더 중요한 것은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와 신보수주의적 군사화 경향이 당분간 더 강화되리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 두 경향은 향후 미국경제의 변화와 미국의 대외정책을 이해하는 데 매우 긴요하다.

이 글에서는 지난 6, 7년 동안 미국경제가 IT·주식 거품붕괴에 따른 충격에 어떤 방식으로 대처해왔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떤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이와 함께 9·11 이후 크게 주목받고 있는 신보수주의자들이 어떤 생각과 논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중시하는 군사화가 대내외적으로 어떤 위험을 야기할지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2. 거품붕괴 이후의 미국경제

 

IT·주식 거품붕괴와 구조조정

90년대 미국의‘신경제’는 IT부문에서의 투자붐과 투자수익에 대한 과도한 낙관주의, 그리고 IT 관련 주식에 대한 맹목적 투자열풍으로 특징지어진다. 1995~2000년 동안 IT투자가 실질기준으로 23.8%로 폭증한 데는 정보통신시장에서의 광범한 자유화조치들과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이 크게 작용했지만, 이와 함께 IT부문의 기술혁신과 가격하락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정보통신 관련기업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기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가상승을 결정적으로 가속화한 것은 금융화된 경영엘리뜨들의 주주가치 극대화경영과 자본(주식)시장 특유의 내적 논리였다.1 즉 기업경영자들의 보수에서 현금기반 대신 주식기반 보수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경영자들은 수익 및 자산은 최대한 부풀리고 부채와 손실을 최소한으로 축소하려는 회계조작의 유혹에 자주 노출되었다.2 그 결과 경영자들은 혁신을 통해 기업의 장기적 내재가치를 높이는 것보다는 단기적인 재무실적의 개선을 통해 주가를 관리하는 데 더 집착했다. 개인투자자들뿐 아니라 기관투자가들조차 대체로 장세를 주도하는 투자가들의 투자방식에 따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IT과잉투자로 기업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했음에도 기업경영자의 단기주의와 펀드매니저들의 투자열풍이 맞물려 정보통신 관련기업의 실적과 이에 대한 자본시장의 평가 간 괴리가 급속히 확대되어갔다. 결국 IT부문의 과잉투자로 기업실적이 악화되기 시작한 상태에서 엔론, 월드컴 등 일련의 회계부정사건이 겹치면서 IT투자가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IT투자가 실질기준으로는 11%, 명목기준으로는 17% 감소했다. 이런 추세는 2002년에도 이어져 IT투자 증가율이 한자리수를 넘지 못했다. 2004년에야 비로소 실질 IT투자 증가율이 상당히 회복되어 두자리 수(15.6%)를 넘어설 수 있었다.

나스닥 주가지수의 변화추이를 보면, 90년대 정보통신기업의 주가에 얼마나 많은 거품이 형성되었는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1995년 1025.1이었던 주가지수가 1998년에 두배(2192.7)로 상승했으며, 2000년 3월 10일 5048.6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거품이 붕괴하면서 지수는 1335.5로 폭락했는데 이는 최고치의 1/4도 안되는 수준이다. 최근 나스닥 주가지수(2006년 8월 2일 2061)가 많이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역시 최고치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처럼 IT·주식 거품붕괴 이후 미국경제는 급격한 투자감소 등으로 2001년 3월부터 불황에 빠져들었다. 2001년 미국은 1992년 이후 최저성장률을 기록했으며 2001~03년 동안 심각한 경기침체와 고용감소를 겪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미국은 주택·주식 거품붕괴로 10여년간 장기침체에 시달렸던 일본과 달리 비교적 신속하게 IT부문과 주식의 거품을 걷어내면서 2004년 이후부터 다시 성장세를 회복하기 시작했다. 실제 2004년에는 실질GDP증가율이 무려 4.2%에 달했다.

‘역동적인’자본시장과‘유연한’노동시장이 신속한 거품조정과 경제회복에 일정하게 기여한 점을 애써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두 미국 특유의 자본·노동시장의 공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거품붕괴 이후 기업부문, 특히 IT부문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되었다. 이 여파로 성장률이 일정하게 회복되었음에도 고용침체가 심각했다. 2004년 3월 이후 IT산업에서의 고용회복이 희미하게나마 가시화되기 시작했지만 그 내용을 보면 비정규노동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인도 등 영어권 제3세계국가로의 역외외주(offshore outsourcing)가 급증했는데 이는 미국내 IT부문의 노동시장에 아주 불리한 영향을 미쳤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쏘프트웨어 개발자의 시간당 급여가 60달러인 데 비해 인도에서는 6달러에 불과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역외외주 비용이 미국 내에 비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정책과 주택시장의 과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하 연준)는 IT·주식 거품붕괴로 인한 급격한 경기침체를 우려하여 2001년 l월부터 2003년 6월까지 금리인하를 13차례 단행했다. 이로써 연방기금금리는 사상 최저수준인 1%포인트 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당시 차입을 해가며 주식매입에 뛰어들었던 기업들이 주식 거품붕괴로 엄청난 손실을 입자 연준은 금리인하를 통해 기업의 손실부담을 덜어주고자 했다.3 그것은 극단적 저금리를 통해 기업의 손실부담을 가계로 전가한 것에 다름아니었다.

2000년대초 연준의 저금리정책은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저금리 기조는 가계차입과 가계적자를 크게 늘렸을 뿐만 아니라 주택 붐과 거품 조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먼저 2001년 금리인하 이후 주택구입을 위한 가계차입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주택수요의 증가로 가계의 주택자산가치가 크게 상승하자, 다양한 형태의 주택융자가 덩달아 늘기 시작했다. 2000년의 주택가격지수를 100으로 하여 산출된 미국의 주택가격 추이를 보면, 1970년 약 80 수준에서 시작해 30년에 걸쳐 약 25%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2005년말 미국의 주택가격이 30년 평균에 비해 약 1.5배 높은 수준으로 EU지역과 함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6년 1/4분기 미국 전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전년동기 대비)도 12.5%에 이르고 있으며 지역별로는 애리조나주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32.81%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4

연준의 저금리정책이 초래할 두번째 위험은 저금리로 인해 미국으로의 자본유입 유인이 약해지면, 재정수지적자와 경상수지적자를 원활하게 보전(補塡)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결국 연준은 2004년 6월부터 연방기금금리를 인상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이후 2006년 6월 말까지 총 17회, 누계 폭으로는 4.25%포인트 금리를 인상했다. 연준의 연이은 금리인상에는 유가상승에 따른 인플레 압력과 기대인플레 심리의 조기진화도 크게 작용했다.

연준의 금리인상조치에도 불구하고 장기금리가 별다른 상승세를 보이지 않은 채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자, 높은 증가세를 보였던 가계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은 좀처럼 수그러들 조짐이 없었다. 하지만 추가적 금리상승 압력은 저금리시대에 차입을 대폭 늘린 미국의 가계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저축률이 2005년 5월 이후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기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택가격마저 하락하기 시작해 가계의 상환부담이 더 가중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미국에서 개인소비와 성장률이 둔화하리라 예상하는 것이 큰 무리는 아닐 것이다.

 

세계 최대의 채무국인 금융패권국가—경상수지적자와 재정적자

흔히 미국을 금융패권(financial hegemony)국가라고 하는데 이는 미국이 세계에서 금융이 가장 발달한 나라임을 의미한다. 미국의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의 거래규모는 세계 최대일 뿐만 아니라 첨단 금융기법과 금융공학을 구사하는 대형 투자은행이 광범하게 존재한다. 게다가 기관투자가들도 자본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이 금융패권국가의 지위를 갖게 된 데에는 앞서 지적한 여러가지 금융·외환시장의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국제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달러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미국이 이렇듯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금융 헤게모니를 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미국의 금융적 지위는 대외적으로 볼 때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다. 도대체 이런 모순은 왜 생기는 것인가? 그리고 세계 최대의 채무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달리 채무상환 제약이나 통화위기에 직면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2005년 미국의 경상수지적자가 연간 8000억 달러를 넘어서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저축률이 극단적으로 낮은 데 비해 투자율이 높기 때문이다. 바로 이 국내 저축—투자의 불균형이 대외적으로는 경상수지적자로 나타난다. 경상수지적자의 또다른 이유로 90년대 중반 이후 클린턴정부가 고수해왔던 강한 달러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뜩이나 미국의 소비성향이 높아 수입이 많은 상태에서 월가 주변의 금융자본들을 위해 강한 달러정책이 오래 지속됨에 따라, 재화·써비스의 수출은 억제되고 수입은 그만큼 더 늘어났다. 하지만 미국이 저축률을 높이고 투자율을 낮추기는 어렵다. 투자율을 낮추면 그만큼 경기둔화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심각한 투자부진을 보이고 있는 한국과는 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자료 Bureau of Economic Analysis

자료 Bureau of Economic Analysis

 

이렇게 형성된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미국과 정반대로 낮은 투자율과 높은 저축률을 보이는 일본, 독일, 그리고 중국, 대만,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의 풍부한 저축과 막대한 경상수지흑자, 대미 자본투자(유출)로 보전된다. 이 가운데서도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의 대미 경상수지흑자와 대미 자본투자(유출)가 압도적으로 많으며, 특히 동아시아의 대미 경상수지흑자 중 절반은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적자 보전 메커니즘을 좀더 자세히 보면 중요한 몇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국제수지표상에 계상되어 있는 이들 흑자국의 대미 자본투자(유출)가 주로 흑자국의 공적 기관(중앙은행, 재무부 등)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 흑자국 공적 기관의 대미 자본투자가 흑자국으로 유입되는 민간포트폴리오자본과 경상수지흑자를 합친 금액보다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셋째로 더 중요한 것은 흑자국 공적 기관의 대미 자본투자(유출)가 바로 흑자국의 달러표시 외환보유액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흑자국 공적 기관의 대미 자본투자, 즉 흑자국의 달러표시 외환보유액이 미국의 국채나 정부기관 채권의 매입과 보유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요컨대 미국의 저축부족과 경상수지적자는 흑자국에서 형성된 과잉저축이 공적 기관의 대미 자본투자(유출)를 통해 과소저축국가인 미국으로 흡수됨으로써 메워진다고 하겠다.5

일각에서는 미국의 경상수지적자 문제를 다음의 두 가지 이유에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도 한다. 첫째,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미국의 산업구조가 경쟁력이 높은 금융·써비스업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경공업이나 전통적 중화학공업, 그리고 IT하드웨어 부문의 국제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서 기인하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둘째, 미국의 수입이 세계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 경상수지적자의 순기능이 더 크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 및 써비스시장 개방이 제조업부문에 비해 미진한 점, 그리고 써비스업부문의 다자간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당분간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를 큰 폭으로 줄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천문학적 수치로 늘어나는 경상수지적자를 무한정 방치할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경상수지적자의 보전을 위해 미국이 더 많은 해외자본을 끌어들이려면 그만큼 금리를 추가 인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으로 가뜩이나 가계의 차입상환 부담이 무거운 마당에 금리상승 압력이 계속 가해지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 결정적인 타격은 금리인상 압력이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부시정부는 2002년 2월부터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해 환율조정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즉 클린턴정부부터 거의 10년 동안 기대어왔던 강한 달러정책을 포기하고 약한 달러정책을 채택했다. 초기에는 약한 달러정책을 온건하게 추진했지만 2004~05년에는 대단히 공세적으로 밀어붙였다. 부시정부의 약한 달러정책은 달러본위제로 연결되어 있는 주요 동아시아 흑자국들에 엄청난 통화절상 부담으로 작용했다. 중국, 한국 모두 가파른 통화절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무리한 재정·금융부담을 감수하며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및 달러화표시자산을 매입했다. 바로 이 결과가 최근 동아시아 흑자국의 막대한 외환보유액인 것이다.

현재 미국경제에서 경상수지적자 못지않게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 재정적자이다. 앞의 표에서 보듯이 클린턴정부에서 모처럼 달성되었던 재정흑자가 부시정부 이후 적자로 돌아섰다. 그 이유는 2001년과 2003년에 각각 단행된 부시정부의 대형 감세6로 세수가 줄어든 데 비해 9·11 이후 정부지출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5년에는 2001년 부시가 집권한 이후 처음으로 재정적자가 전년도에 비해 줄었지만 감소세가 2006년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이처럼 재정적자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데에는 무엇보다도 세출증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우선 2006년 이라크전쟁 등 대테러 전쟁비용이 전년 대비 20% 정도 증액됐다. 둘째 2005년 미국 중남부지역에 발생한 허리케인 피해로 복구비용이 급격히 늘었다. 끝으로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메디케어(Medicare)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메디케이드(Medicaid) 등 의료보험비 지출이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게다가 2006년 1월부터 메디케이드 대상에 처방전 약대가 포함되어 의료보험비 지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체적으로 향후 미국의 재정수지상태는 단기적으로는 테러와의 전쟁에 필요한 군비, 중기적으로는 부시정부의 감세연장 여부, 장기적으로는 연금·의료보험 재정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그런데 부시정부의 남은 임기가 3년임을 감안할 때, 재정적자 감축의 관건은 테러대비 군비지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에 달려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연금·의료보험 재정부담의 증대와 사회보장제도의 민영화계획

끝으로 연금·의료보험 재정상태도 심상치 않다. 그 이유는 1946~64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지금까지는 대부분 사회보장세 납부자였지만 2008년부터 공적 연금급여의 수급자로 바뀌고, 또한 2011년에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보험(메디케어)의 수급자격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즉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베이비붐 세대가 대부분 현역으로 사회보장세를 납부하고 이를 재원으로 해서 상대적으로 소수인 퇴직세대가 연금급여를 수령해 연금재정이 17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이후에는 베이비붐 세대 중 납세자보다 연금수급자의 비중이 점차 커져 연금재정에 압박이 가해지고 연금재정수지가 악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대한 씨뮬레이션 결과는 거시경제 여건에 대해 어떤 가정을 하는가에 따라 다소 달라지지만 보수적인 씨뮬레이션을 보더라도 2020년부터 연금재정이 적자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부시정부는 일찍부터 사회보장제도(공적 연금제도) 개혁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집권 2기에 들어와 연금제도 개혁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을 천명한 바 있다. 현재까지 나와 있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의 구체적 방안을 보면, 우선 개인계정을 도입해 가입자의 판단에 따라 급여의 12.4%에 해당하는 사회보장세, 특히 그중에서도 일반노동자의 부담인 6.2% 중 일부(4%포인트)를 자신의 개인계정에 적립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둘째, 더 중요한 것은 이 개인계정의 적립금을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우선 현역세대의 납세로 퇴직세대의 급여를 충당하는 현재의 부과방식(pay-as-you-gosystem)에서 현역세대 부담의 사회보장세 중 일부가 적립식 개인계정으로 흘러들어가면 기존제도에서 받을 수 있는 연금급여는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부과방식의 기존제도에서 지급해야 할 연금급여금을 전부 지급하지 못하는 적립 부족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요컨대 부과방식의 현 공적 연금제도에서 적립식 개인계정을 새로 도입하면 제도를 처음 도입하는 싯점에는 추가적 재정부담이 불가피하다. 소위 이전비용이 당초 10년간 1조에서 2조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감세와 재정적자 축소를 지상목표로 하는 부시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일종의 사회보장제도의 민영화라고 할 수 있는 이 개혁안은 두 가지 점에서 이전의 사회보장제도와 크게 다르다. 첫째, 세대간 상호부조와 세대간 형평원리를 폐기하는 대신 소유자의 개인적 이해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다. 둘째, 개인계정에 한해 주식투자를 허용함으로써 사회보장제도에 금융수익성 논리를 명시적으로 도입하였다는 점이다. 이로써 80년대 이후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금융화와 금융수익성 극대화(주주가치 극대화) 논리가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정부의 연금개혁이 예정대로 실시될 경우 최대수혜자는 서민들의 연금저축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여 막대한 수익을 챙기려는 월가 세력임이 자명하다. 사실 이들과 깊은 연계를 갖고 있는 공화당의원들이 연금급여 삭감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을 우려해 이 사회보장제도 민영화안에 노골적으로 찬성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내심 가장 강력한 지지를 보내리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3. 신보수주의의 득세와 군사화의 위험

 

90년대초 소련의 붕괴로 전후 40년간의 냉전체제가 종언을 고했을 뿐 아니라 그후 미국경제가‘신경제’의 호시절을 구가했음에도 세계의 정치경제는 자유주의자들의 예상과 달리 경제적 번영과 평화보다는 일련의 경제위기와 정치군사적 분쟁으로 점철되기 시작했다. 90년대 약 10년간의 클린턴정부 시기에 미국의 군사적 무력개입이 지난 40년간의 냉전체제 때보다 더 많았다7는 사실은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와 금융자본주의하에서 다양한 형태의 통제불가능한 분쟁과 국지적 전쟁이 크게 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미국 헤게모니의 양대 지주인 새로운 금융자본과 90년대 구조조정의 결과로 대형화한 소수 군산복합체의 연합지배는 번영과 평화보다는 경제위기와 전쟁위협을 조장한 셈이 되었다. 미국이 새로운 세계무질서를 관리해야 한다는 미명하에 군비강화에 안달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클린턴정부 말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이런 경향은 부시정부에서 극에 달했다. 클린턴정부에서 영향력과 발언권이 일정하게 제약될 수밖에 없었던 신보수주의자들이 9·11테러를 계기로 전면에 부상하면서 미국은 군사화와 제국(empire)의 추구로 치닫기 시작했다.

 

부시정부와 신보수주의적 대외정책

클린턴정부와 달리 부시정부는 전통적 친공화당계 대기업, 신보수주의적 싱크탱크, 기독교 근본주의자 등의 지지에 힘입어8 두번 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부시정부의 핵심 지지기반 중의 하나인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맹목적인 애국주의, 그리고 낙태와 동성애자 결혼에 반대하는 가족중시 전통을 강하게 견지한다. 기독교 근본주의자들과 함께 부시의 또다른 핵심 지지세력이 바로 신보수주의자들이다. 신보수주의자들은 작은 정부를 고집하는 자유주의자들과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을 비판하면서 거대국가를 관리할 수 있는 세력으로 공화당을 개조하고자 한다.9 따라서 이들은 강한 군사력을 갖춘 큰 정부를 선호한다. 그리고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처럼 과거의 전통에 대해서는 별다른 동경이나 향수를 보이지 않는다.10 또한 이들은 실업이나 경기침체, 복지의 쇠퇴 등 경제문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고 정치를 우선시한다. 특히 이들은 미국적 가치와 미국식 민주주의에 최고의 의미를 부여한다. 나아가 세계평화와 안전을 위해 미국식 민주주의의 전세계적 확산이 미국 대외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신보수주의자들에게는 신흥시장국가나 체제전환국가에‘민주적’국가형성을 유도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다.

동구·소련 붕괴 이후 미국 중심의 단일지배체제가 등장한 이래 부시정부는 다자주의적 질서나 국제적 룰을 중시하기보다는 일방주의로 치닫고 있다. 실제 이들은 다자주의에 입각한 국제조약이나 협약을 미국의 주권과 무력행사를 제약하는 걸림돌로 생각한다.11 다자주의는 강자의 무기라기보다는 약자의 무기이기 때문에 다자주의와 룰이 아니라 힘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신보수주의자들은 국제질서에서 마끼아벨리의 충고를 새삼 강조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미국의 적대세력이 미국을 확실한 공포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9·11 이전만 해도 미국을 충분히 두려워하지 않았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부시정부가 이라크전쟁을 통해 복원하려 하는 것은 다름아닌 미국에 대한 확실한 공포이다. 그러나 특정국가나 집단에 공포를 조장하는 태도는 매우 근시안적이고 위험한 전략이다. 과연 이라크침공의 전시효과가 그들의 기대만큼 이란과 북한에 전달되고 있는지 극히 의심스럽다. 오히려 이들은 미국의 위협과 압력에 핵무기 보유 등 군사력 강화로 대응하고 있어 두 세력간의 갈등과 대립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시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선언을 통해 선제적 예방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다. 즉 전세계에 산재한 반미국가(소위‘악의 축’‘깡패국가’), 반미세력, 그리고 테러집단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부상하기 전에 군사력을 사용하여 그 뿌리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신흥시장국가나 체제전환국가, 깡패국가 등 비민주주의국가에서 민주주의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경제발전이라는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수단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필요할 경우 군사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국제법이나 UN같은 초국적 기관이 미국적 가치와 미국식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무시할 것을 요구한다.

9·11 이후 2002년 10월, 지난 10여년간 신보수주의자들이 제기해온 주장들을 공식적으로 집대성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가 발간되었다. 놀랍게도 이 보고서는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군사력을 일방적으로 행사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국익을 위해서라면 아무런 제약 없이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이 방어적 목적이나 최후의 수단으로만 전쟁을 수행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12 이와 동시에 미국이 전세계 평화의 파수꾼이며 미국인은 평화를 애호하는 국민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금이 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기초한 이라크침공은 처음부터 엄청난 시련과 저항에 직면했다. 그 결과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라크의 재건비용이 처음 예상보다 훨씬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미국으로서는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침공은 이란, 북한 등 미국이 지목한 다른 대량살상무기 보유국에 더 많은 군사력과 무력을 보유하도록 자극한다. 어떻게 보면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이 소수의‘깡패국가’들의 군사력 강화와 테러집단 양성을 부추기는 측면도 없지 않다. 역으로 테러집단의 확대가 신보수주의자들의 일방적인 군사력 행사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양자는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군사화와 제국의 추구

부시정부는 초국적 테러집단과의 전쟁을 위해 군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건설을 위해 국방체제의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미사일방어계획(MD)이나 한반도에서의‘전략적 유연성’등이 모두 그 일환이다. 이 과정에서 군비지출이 급증하는 것은 하등 새로울 것이 없다. 테러세력들을 완전히 척결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면 미국경제는 앞으로 항구적 전시경제(permanent war economy)13의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

주지하듯이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이다. 따라서 세계에서 군비지출이 가장 많은 나라인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놀라운 사실은 미국의 군비지출이 미국 다음의 30개국 군비지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점이다. 2004~05년 세계 전체의 군비 총액이 1조 255억 달러인데 여기서 미국의 군비지출이 5058억 달러로 전체 규모에서 약 50%를 차지한다.14 또한 군사연구개발비 지출에서도 세계 2위 프랑스의 7배에 달한다. 이외에도 140개국에 존재하는 미국의 군사기지만 725개에 이른다.15 적어도 당분간 군사력과 군비규모 면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할 수 있는 경쟁상대국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부시정부는 2009년에 재정적자를 2080억 달러로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09년 재정적자가 이처럼 낮게 추산된 이유는 그해의 대테러 군사비지출이 0으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2007년 이전까지 이라크재건을 말끔히 종료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하지만 2005년처럼 아프가니스탄·이라크의 치안 및 재건비용과 첩보활동비가 연간 약 1200억 달러나 지출된다면 부시정부의 재정적자 감축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따라서 부시정부가 올해 연두교서에서 약속한 대로 2009년 재정적자를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려면 이라크정세의 안정화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조기철수가 결정적이다. 하지만 신보수주의자들이 대외정책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한, 그리고 이라크 내에서 미국에 대한 보복테러와 이에 대한 진압작전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한, 이라크 정세는 조기에 안정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미국의 집중견제, 그리고 중동 및 중앙아시아의 에너지자원에 대한 미국의 지배야욕, 그리고 이에 맞선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의 저항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 신보수주의자들에 의한 군사화 추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최근 미국의 군사화 추진과정에서 특징적인 것은 군사력의 확충·강화와 관련하여 민간군수기업의 지위와 역할이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민간의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통합된 컴퓨터 네트워크가 군수와 국방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군수부문 혁신과 첨단신기술 도입은 신보수주의자들의 핵심의제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6

또한 이 과정에서 전쟁수행에 필요한 많은 부분을 민간기업 외주로 돌림으로써 전쟁수행시 민간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즉 민간 군수계약업체들이 전쟁수행 인력의 충원, 군수물자의 민간보급과 조달, 무기의 수선·정비·관리, 군인들의 의료·보건, 군대의 훈련 및 자문, 군대 보호 및 감시, 지뢰제거 등 전쟁과 관련된 광범위한 써비스를 국방부에 제공하고 있다.17

부시정부는 이런 군사화와 제국의 추구로 대내적으로 안보·치안국가의 성격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권위주의적 통치행태를 짙게 드러내고 있다. 이는 9·11 이후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애국자법안을 제정한 데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또한 정부유관기관들이 이민자들에 대한 감시체제를 강화하는 통에 인권과 시민적 자유가 크게 제약받고 있다. 결국 미국정부의 이런 행태는 개인에 대한 국가의 우월화와 사회에 대한 국가정보기관의 감시·통제의 강화라는 최근 경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밖에도 입법부에 비해 행정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짐으로써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와 감시기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 특히 국방부의 군수계약이나 예산지출에 대한 심사와 감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결국 미국의 군사화와 제국 추구는 공화국(republic)의 도덕적·정치적 토대를 허물어뜨림으로써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전통을 약화시켰다.18 미국은 이라크침공으로 공화국에서 제국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19 사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공격을 통한 후쎄인정부 타도는 전쟁의 종식이 아니라 갈등의 확산이었다. 미국의 이라크침공은 수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했을 뿐만 아니라 한 나라를 순식간에 초토화했다. 미국이 정착시키려고 하는 민주정부와 의제적인 자유시장경제가 과연 이라크인들에게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줄지 의심스럽다. 현재 부시정부는 이라크 재건에 여념이 없지만 예정된 수순과 일정대로 이라크에서 완전히 발을 뺄 수 있을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재건과정 중에도 미군의 만행과 학대 그리고 이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보복공격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라크 내에서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 등 주요 종족들간의 이해관계가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신헌법 제정을 통한 재건과정이 순조롭게 완수될 수 있을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실정이다.20 게다가 이 종족간 문제에는 인접국가인 시리아, 이란, 파키스탄까지 엮여 있어 국지적 분쟁과 전쟁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4. 맺음말

 

2000년대초 IT·주식 거품붕괴와 9·11테러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IT·주식 거품붕괴는 당시 유행하던‘신경제’론의 허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금융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노동자 등 기업의 주요 이해당사자가 완전히 배제된 상태에서 유동성과 통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주주에게 아무리 많은 권한을 부여하더라도 금융화된 경영자를 제대로 감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경영자 보수가 상당부분 스톡옵션으로 구성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업경영자는 단기 주가부양을 통한 경영자 보수의 증대를 위해 항시적으로 분식회계의 유혹에 노출된다.

비교자본주의론의 관점에 따르면 미국은 조정형 시장경제가 아닌 자유시장경제로 구분되지만 더 깊숙이 들어가면 금융주도 자본주의 내지 주주가치 극대화를 지상목표로 하는 금융자본주의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미국이 전세계에 금융 헤게모니를 행사하는 금융패권국가라는 사실이다. 극도로 낮은 저축률하에서 세계 최대의 채무를 안고 있는 금융패권의 금융자본주의가 금리와 환율의 조정으로 과연 IT·주가·주택가격의 급등과 급락(boom & bust)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나아가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의 대외채무를 어떻게 원활하게 보전할 것인지도 세계경제의 핫이슈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미국 헤게모니하의 세계 경제·정치는 미국내 경제·정치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불안하다. 국익을 위해서는 군사력의 일방적 행사도 불사할 것을 선동하는 신보수주의자들이 미국의 대외정책을 주도하는 한, 국제사회는 계속 불안할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이 이라크침공에 그치지 않고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했다고 하는‘깡패국가’를 타도하기 위해서든, 아니면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지배하기 위해서든 또다른 공격목표를 찾고자 한다면 전세계는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위험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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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990년대 미국의 고주가 형성메커니즘에 대한 좀더 자세한 내용은 전창환 「신자유주의적 금융화와 금융주도 자본주의」, 『사회경제평론』 18호, 한국사회경제학회 2002 참조.
  2. J. C. Coffee, “A Theory of Corporate Scandals: Why the USA and Europe Differ?” Oxford Review of Economic Policy, Vol. 21, No. 2, 2005, 202면.
  3. M. Aglietta & A. Rebérioux, “Les Régulations du Capitalisme Financier,” La Lettre de la Régulation, Janvier, 2005, 4면.
  4. OFHEO(Office of Federal House Enterprise Oversight, 연방주택기업감독청), House Price Index for the First Quarter of 2006, June 1, 2006, 12면.(www.ofheo.gov/media/pdf/1q06hpi.pdf)
  5. 전창환 「동아시아 달러본위제와 원화절상 압력의 딜레마」, 2006(미발표).
  6. 부시정부는 2001년 집권 직후 소득세율 인하와 상속세 철폐, 뒤이어 2003년에는 배당세 인하 등 대형 감세안을 잇달아 발표했다.
  7. C. Serfati, “Armed Globalisation,” www.internationalviewpoint.org, October, 2002.
  8. D. Pountain, “The Peculiarities of Neo-Cons,” Political Quarterly, Vol. 76, No. 2, April, 2005, 302~3면.
  9. 전통적 보수주의와 신보수주의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A. Wolfson, “Conservatives and Neo-conservatives,” Public Interest, Winter, 2006, 43~44면 참조.
  10. 전통적 보수주의자들은 20세기 현대 미국생활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옛 전통과 문화에서 위안을 찾는다. 흔히 이들을 버크(Burke)적 보수주의라고 부른다.
  11. G. Ikenberry, “The End of the Neo-Conservative Moment,” Survival, Vol. 46, No. 1, Spring, 2004, 15면.
  12. J. Bacevich, “Requiem for the Bush Doctrine,” Current History, December, 2005, 411면.
  13. K.Cunningham, “Permanent War? The Domestic Hegemony of the New American Militarism,” New Political Science, Vol. 26, No. 4, 2004.
  14. CDI(Center for Defense Information), The Defense Monitor, March/April, 2006, 2면.
  15. S. Collins, “War Without End: The Domestic Economic Fall out of Empire,” New Political Science, Vol. 26, No. 3, September, 2004, 352면.
  16. A.Kundnani, “Wired for War: Military Technology and the Politics of Fear,” Race and Class, Vol. 46, No. 1, 2004, 119면.
  17. C. Spearin, “American Hegemony Incorporated: The Importance and Implications of Military Contractors in Iraq,”Contemporary Security Policy, Vol.24, No.3, December, 2003, 28~32면.
  18. Durham, “The Republic in Danger: Neoconservatism, the American Right and the Politics of Empire,” The Political Quarterly, Vol. 77, No. 1, January-March, 2006, 48면; R. Khalidi, “Iraq and American Empire,” New Political Science, Vol. 28, No. 1, March, 2006, 134면.
  19. C. Johnson은 이를 군사적 제국으로 규정한다. 최근에는 신보수주의자들조차 미국을 제국으로 규정한다(Durham, 2006). 미국 헤게모니 쇠퇴와 관련해 제국을 둘러싼 논쟁을 소개하는 국내연구로는 백승욱 「미국 헤게모니 쇠퇴와 제국」, 『세계정치』 봄·여름호,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2005.
  20. E. Chaplin, “Iraq’s New Constitution: Recipe for Stability or Chaos?” Cambridge Review of International Affairs, Vol. 19, No. 2, June,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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