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평

 

최호철 『을지로순환선』, 거북이북스 2008

서울은 순환한다, 계급의 혈관으로

 

 

이명석 李明錫

만화비평가 manamana@korea.com

 

 

을지로순환선오늘의 서울을 읽는 데는 여러 방법이 있다. 9시 뉴스를 가득 채운 사건사고의 영상들로 써스펜스를 즐겨도 좋고, 57분 교통정보를 알려주는 목소리를 통해 1천만 시민의 출퇴근 운동회를 상상해도 괜찮고, 조중동에 실린 부동산 광고로 집값의 게임을 읽어도 된다. 최호철(崔晧喆)은 그 모든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만화가에게는 방구석의 공상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편견도 가소롭다. 그는 오늘도 이 도시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궁금증으로 길을 나선다. 그 어깨엔 언제나 스케치북 하나가 걸려 있다.

『을지로순환선』은 알려준다. 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연재만화가로서 짧지 않은 이력을 이어온 최호철을 부르는 데 가장 좋은 호칭은 그냥‘그림쟁이’라는 사실을. 그 말이 가장 정확하고 명예롭기까지 하다. 책 속에는 한장 한장 폐부를 찌르는 그림들이 차곡차곡 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