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

 

위기의 환경운동, 이제 변해야 한다

 

 

이필렬 李必烈

에너지대안센터 대표. 방송통신대학 문화교양학과 교수. 저서로 『에너지 대안을 찾아서』 『에너지 전환의 현장을 찾아서』 『석유시대, 언제까지 갈 것인가』 『다시 태양의 시대로』 등이 있음. prlee@energyvision.org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사를 2년이 지난 지금 꼼꼼히 읽어보았다. 취임 당시 대충 읽었을 때 들었던 실망감이 더 크게 살아났다. 2년이나 묵은 취임사를 이제 와서 다시 찾아 읽은 이유는 작금의 각종 반환경적 사태를 보며 당시에 그가 환경문제에 대해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억은 틀리지 않았다. 거기에는 온통 경제성장을 위해 진력하겠다는 다짐으로 수렴될 수 있는 말들이 가득 차 있었다. 단 한번, 생태위기에 관한 담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지속가능한’이라는 말이 등장하지만, 이 말은 그 뒤에 오는 성장을 수식하기 위해 차용되었을 뿐이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겠지만 나는 취임사의 하일라이트가 바로 ‘지속가능한 성장’이란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용어는 노무현 정권의 경제성장에 대한 깊은 소망을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방식으로 집약한 것이었다. 지속가능이란 말이 놓여야 할 자리를 제대로 분별하지 못하고 아무데나 갖다붙이면 환경문제에 대한 염려를 진정시킬 수 있다고 기대했던 걸까?

당시에 나는 취임사에 대한 실망감을 엉뚱하게도 환경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탓함으로써 해소하려 했다. 환경운동이 10년 이상 매우 활발했음에도 개혁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탄생한 대통령의 입에서 환경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었다는 것은 바로 환경운동이 그동안 뭔가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지역의 환경현안을 둘러싼 싸움만이 아니라 국민에게 환경에 관한 담론을 심기 위해 힘을 쏟았다면 취임식에서 환경이 완전히 무시당하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정치, 특히 한국의 정치는 표를 따라간다. 생태적 가치에 바탕을 둔 대전환에 동의하는 국민이 약간만 있어도 정치는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무현정권이 환경을 철저하게 무시하면서 경제를 강조한 것은 국민의 성향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국민은 자기가 사는 지역은 그런대로 환경이 지켜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국가 전체적으로는 자꾸 개발을 해서 경제성장이 계속되기를 기대한다. 어찌됐든 국민 대다수는 성장만이 각종 문제해결의 묘책이라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이란 용어는 바로 환경에 대한 약간의 부담감은 진정시키면서 이러한 믿음과 기대를 절묘하게 표현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지난 2년 동안 상황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노무현정권은 핵폐기장, 새만금, 천성산, 사패산에서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주로 싸움에 집중했고, 정부와 마찬가지로 국민으로부터 서서히 외면당해왔다. 그리고 지금 환경을 둘러싸고 정부와 환경단체는 최악의 대결국면에 와 있다. 최근까지 정부는 천성산 터널공사를 막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벌이는 한 스님의 단식에 꿈쩍도 하지 않았고, 환경단체는 ‘환경비상시국회의’를 선언하고 정부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환경비상시국회의’에는 전국의 100여개 환경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환경단체 쪽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다. 전국의 환경단체와 환경운동 원로들이 비상시국임을 선언하고, 환경운동가들이 수십일간 농성을 벌이고, 게다가 ‘대표단’이 꽤 오랫동안 공동단식을 벌여도 여론의 주목은 거의 받지 못했다. ‘환경비상시국회의’가 현 상황이 비상시국임을 널리 알리고 정부정책을 규탄하기 위해 개최한 전국환경인대회에도 수백명밖에 모이지 않았고, 별 주목을 끌지 못했다. 1월 초부터 한달 가까이 전국을 돌며 환경파괴 현장을 고발했던 ‘초록행동단’의 활동도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한 것 같다.

 

노무현정권의 반환경적 정책은 이미 취임 때부터 예견된 것이다. 그렇다면 취임 후 2년 동안 환경운동은 무얼 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비상시국이라고 외치는 것일까? 게다가 국민의 관심도 끌지 못하면서 왜 농성, 단식, 전국순회집회 등을 두달도 넘게 벌이는 걸까? 지금이 비상시국이라는 명목으로 환경단체가 벌이는 일들을 보면 어느 언론인이 진단했듯이 현 상황은 환경의 위기라는 것도 분명하지만 동시에 환경운동의 위기라는 생각도 든다. 환경운동가들은 지금에 와서야 운동 자체가 위기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사실 지난 2년 동안, 아니 그전부터 환경운동은 조금씩 위기 징후를 보여왔다. 그것이 작년 말 결국 환경위기를 고발하는 외양을 지닌 ‘비상시국회의’의 형태로 터져나온 것이다.

참여정부는 두 가지 커다란 환경관련 과제를 짊어지고 출범했다. 그것은 김대중정권이 끝날 무렵에 발표된 핵폐기장 건설사업과 김대중정권 내내 심한 논란을 유발했던 새만금간척사업이었다. 둘 다 참여정부의 작품은 아니지만 참여정부로서도 쉽게 포기할 수 없고, 환경단체로서도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 결국 정부와 환경운동진영 사이에 대규모 충돌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둘 사이의 틈은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 흥미로운 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