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커먼즈와 공공성: 공동의 삶을 위하여

 

젠트리피케이션 넘어서기

사유에서 공유로

 

 

전은호 田恩浩

토지+자유연구소 시민자산화지원센터장. 공저 『99%를 위한 주거』, 공번역서 『전환의키워드, 회복력』이 있음. unochun@gmail.com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본래는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는 현상을 가리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핫 플레이스’나 ‘뜨는 동네’라 불리는 상업적 공간에서 쫓겨나거나 전월세 가격의 상승으로 거주지를 이동하게 되는 일련의 둥지 내몰림 현상 자체를 부르는 용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사유재산의 권한 행사가 앞서고, 장소를 빌려 사용하는 이들의 비자발적이고 강제적인 이주가 뒤따르는 과정에서 국가와 지역(장소)은 별다른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발생한 가치를 소유자가 상당 부분 독점하면서 사회적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한다는 점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재산 소유권의 힘, 지대(地代)로 표현되는 공간가치가 만들어지는 구조, 그 가치가 순환되는 구조의 왜곡, 그 왜곡을 정당화하는 권력관계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낱낱이 드러나는 경험이다. 공간에서 내몰리는 과정에서 공간가치의 생성과 순환의 구조를 결정하는 체제를 조정하는 것은 소유하는 주체이며 이들의 행위를 보장하는 역할을 맡은 국가는 현재의 욕구구조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역할에 치우쳐 있다. 하지만 공간가치를 만들어가는 주체는 소유권을 가진 이와 공간을 기반으로 생산하고 이용하는 이 둘 다이다. 이들의 사회적 관계와 자원의 소통이 공간가치를 변화시키고, 또한 공공의 기반시설과 정책자원이 가치의 토대를 구성하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공동체가 공간가치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하바드 케네디스쿨의 퀸턴 메인(Quinton Mayne) 교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만약 불가피하다면 도시정책학 과정의 학생들을 가르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그의 목표는 “학생들이 젠트리피케이션이 복잡하고 날선 이슈라는 것을 이해하고, 복잡한 문제를 구성하는 ‘구조’를 깰 수 있도록 희망을 주는 것이며, 젠트리피케이션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걸 깨닫게 하는 것”이다.1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자는 이야기다.

젠트리피케이션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우리는 ‘함께 만든 가치’와 ‘함께 공유’를 이야기하고 ‘함께’라는 것을 행하는 주체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함께’하는 주체가 가치를 만들고 공유하는 관계와 기술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잃어버린 주체와 관계 그리고 기술을 회복하고 다시 창조해내는 이 과정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국가의 구조를 넘어선 제3의 지대가 어딘가에 존재하리라는 어렴풋한 기대를 동반한다. 마이클 쌘델(Michael Sandel)도 그런 의미에서 개인과 국가를 넘어선 ‘공동체’와 ‘자산’의 관계를 언급한 바 있다.

 

전체적으로 공동체는 지역의 자연적 자산과 거기에서 생겨나는 이득을 가질 자격이 있기 때문에, 사회는 개인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 이전의 (선험적) 지위를 갖는다고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 까닭은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만 공동체가 자기네들의 자산을 소유한다고 일컬을 수 있기 때문인데, 여기서 소유는 응분의 몫을 위한 기초에 반드시 필요한 강력한 구성요소라는 의미를 지닌다.2

 

 

공동체, 국가와 개인을 넘어

 

아마도 오늘날의 목표는 우리의 현재 상태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재 상태를 거부하는 것이다. 우리는 근대 권력구조의 동시적인 개인화와 전체화라는 정치적 ‘이중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우리가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쌓아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결론은, 우리 시대의 개인을 해방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가에 결부된 유형의 개인화의 두가지 모두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 몇 세기 동안 우리에게 부하되어온 이런 종류의 개인화를 거부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주체성을 세워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3

 

젠트리피케이션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국가의 관계만으로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장소를 기반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공동체가 가치를 함께 만들고 있다는 자각의 부재와, 함께 만든 가치를 공유하는 기술의 부재가 결합되어 나타나는 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립적인 공동체의 구성요건들이 형성되어야 하며 나아가 새로운 기술들이 출현해주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안승준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되짚으며 “계급의 형성과 국가의 조정이 지역공동체들의 자치를 파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생산과정에 스스로 참여하는 것으로부터 공동체의 형성은 시작되므로, 공동체 형성을 위한 새로운 기술은 개인과 공동체가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1. Jeanne Haffner, “Is the gentrification of cities inevitable and inevitably bad?,” The Guardian 2016.1.16.
  2. Michael Sandel, Liberalism and the Limits of Justi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8. 가 알페로비츠 외 『독식 비판』, 원용찬 옮김, 민음사 2011, 187면에서 재인용.
  3. Michel Foucault, “The Subject and Power,” Critical Inquiry 8, no. 4 (Summer, 1982). 안승준 『국가에서 공동체로』, 환경운동연합 1995, 70면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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