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

 

피리 부는 사나이의 선율이 되지 않기를

영화 「화씨 9/11」

 

 

김종광 金鍾光

소설가 kckp444@hanmail.net

 

 

영화만큼 사전 정보를 심하게 노출하는 예술이 또 있겠나. 신문과 방송에서 노골적으로 선전해줘, 인터넷에서 시끌시끌해, 만남의 자리에서 부담없는 말안주로 사랑받지, 하여튼 그 영화 안 봤어도 본 듯하고, 처음 봤어도 서너 번은 본 것 같은 착각에 시달린다. 사전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지푸라기 건져내듯 보아낸 그 영화에 대한 감상은 과연 자신의 올바른 감상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이, 예전에 영화를 곧잘 볼 때는 그림자 따라다니듯 했었다.

한데 이번엔 「화씨 9/11」을 ‘거의 사전 정보 없음’의 상태에서 보는 행운을 누렸다.‘부시를 까는 영화란다’와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가 감독했다’가 내가 가진 정보의 전부였고, 제목만 보고 2001년 9월 11일의 어마어마했던 미국 뉴욕사태와 상당한 관련이 있는 영화라는 것은, 대한민국 대중이라면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기에, 좀 모자라는 나도 지레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웃기도 많이 했다. 이땅의 못 웃기는 개그맨들은 부시를 깊이 연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부시의 표정연기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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