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박민규 朴玟奎

1968년 울산 출생. 2003년 『지구영웅전설』로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한겨레문학상 수상. 소설집 『카스테라』가 있음. kazuyajun@hanmail.net

 

 

 

장편연재2

핑 퐁

 

 

부인을, 빌려도 될까?

 

모아이의 집은 시(市)의 외곽에 있었다. 아아, 멀잖아. 귀찮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치수와 그 패거리와, 분홍의 국수와 그런 것들을 떠올리며 순환버스에 몸을 실었다. 한참을 펼쳐진 푸른 들판이 비에 젖은 탁구대처럼 어둡고 푸르렀다. 버스는 드라이브를 먹은 탁구공처럼 연속해서 우회전 우회전 우회전 한 후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여기야. 잿빛의 높은 담과 대문 앞에서 모아이가 얘기했다.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와아 하고 매미들이 울어댔다. 하늘의 저변(低邊)이 그 소리에 경직되었다.

 

돌이 깔린 정원을 지나 목재의 테이블과 파라솔이 있는 곳으로 모아이는 나를 안내했다. 뭐 마실래? 테이블 뒤의 처마 밑에는 자판기가 놓여 있었다. 가정집에 설치된 자판기를 본 것은 처음이어서, 그것은 마치 벌판에서 캐비닛을 봤을 때와 흡사한 느낌이었다. 스프라이트와 데미소다, 다이어트 콜라가 있어. 포카리스웨트는 없니? 품절. 그럼 스프라이트. 퉁 퉁, 두 개의 스프라이트를 뽑은 모아이가 테이블로 돌아왔다. 와아 하고 다시 매미들이 울부짖었다. 탄산수는 수백 마리 매미의 울음이 용해된 듯 강하고, 쏘는 맛이었다.

 

대개는 말이야, 부엌 같은 곳에서… 그러니까 냉장고에서 꺼내 먹지 않나? 그게, 난 자판기에서 꺼낸 음료가 아니면 마시지 않아. 절대? 절대. 자판기 매니아나 뭐 그런 거니? 아니, 음료수만 그래. 그럼 물은? 저기 생수도 있어, 맨 왼쪽 보이지? 진열된, 맨 왼쪽의 작은 생수통을 바라보며 나는 스프라이트를 마셨다. 바람이 지나갔다. 고요한 모아이의 집이 그래서 텅 빈 물통처럼 느껴졌다. 혼자 사니? 대답 대신 모아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아무도 안 계시나보네. 모아이가 또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뭐야? 할아버지가 있어. 할아버지라, 마치 쎄인트 버나드를 기른다니까-와도 같은 희귀한 느낌이었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았다. 갑자기 기후가 미지근하고 끈적해지는 느낌이었다. 늙은 개의 오줌 같아진 스프라이트를 나는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노인은 이층에 있었다. 쎄인트 버나드처럼 무거운 공기 속에서 치와와를 닮은 몰골로 노인은 누워 있었다. 어둑한 조명 때문에 의식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분간이 되지 않았다. 시체라고 생각하면 돼, 이 상태로 칠년째니까. 와아 하고 창밖의 숲이 또다시 경련을 일으켰다. 여러 개의 주삿바늘이, 연결된 호스들이, 링거병 속의 주사액이, 그 수면(水面)이, 파르르 음파의 영향으로 떨리는 느낌이었다. 할아버지, 나야. 모아이가 소리쳤다. 파르르 칠년째 시들어온 속눈썹, 혹은 누런 잔디 같은 것이 눈의 언저리에서 묘하게 꿈틀거렸다. 돈이 필요해서 말야… 좀 가져갈게. 노인의 손가락인지 무언지가 아무튼 까닥, 했다. 누런 잔디 위를 마구 밟고 지나는 느낌으로 우리는 노인의 방을 가로질렀다. 꺼뭇한 방의 모퉁이에선 중국에서 왔다는 간병인 여자가 자고 있었다.

 

방을 거쳐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작고 음습한 다락이 나왔다. 여기서 기다려, 하고 들어간 모아이가 나온 것은 오분 정도가 지난 후였다. 삼백, 그리고 백, 맞지? 모아이의 손에는 돈이 들려 있었다. 와아, 잠잠한 숲속으로 들어가 칠년을 매미의 유충으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그 순간 들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라고는 생각했지만 나는 말없이 돈을 건네받았다. 의외로 좋은 기분이었다. 백만원을 손에 쥐면 백만원어치의 유전자가 업그레이드되는 게 아닐까. 인간이란, 의외로 그런 게 아닐까, 뒤척이는 중국인 여자의 숨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계단을 내려왔다.

 

좋겠다

 

허물을 벗는 유충의 눈빛처럼, 투명하고 희미하게 가로등이 지펴지고 있었다. 정원의 테이블에서 데미소다의 캔을 따며 나는 투명하고 희미하게-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야왼데도 모기가 없지? 역시 캔을 따며 모아이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황산가스 때문이야. 중국과 한국과 일본은 가스를 너무 많이 배출해. 그리고 우리는 아황산가스와 이산화탄소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사이 전화로 주문한 요리가 도착했고, 또 그릇을 비울 때까지 모아이는 디디티가 검출된 에스키모와 펭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럴 수도 있구나. 그렇다는 거지, 결국 미국 클리어 레이크에 모기를 없애려 뿌린 디디티가 생체농축과 먹이연쇄를 통해 극지까지 갔던 거야. 대단하지 않냐? 그리고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희미한 가등(街燈)만큼, 더 뚜렷한 은하수가 하늘의 저변을 도금(鍍金)하고 있었다. 아름답다면

 

아름답다고도 할 수 있는 저녁이었다.

 

아버지는 안 오시니?

국회의원들을 매수하느라 바빠.

매수?

지난달에도 다섯 명을 매수했다고 들었어.

순… 부자구나.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돈을 가진 세 명의 노인 중 한 명이었거든.

 

좋겠다

 

결국 나는, 좋겠다는 말을 뱉고야 말았다. 희미한 음성이 풀벌레의 울음에 묻혔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지만, 디디티가 검출된 펭귄 같은 기분으로 나는 파라솔의 주변을 거북하게 서성였다. 그 정도면 뭐랄까, 치수 정도는 쉽게 매수할 수 있지 않을까? 매수할 수 있겠지. 극해(極海)를 바라보는 중년의 에스키모처럼 모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게 싫은 거야, 아버지랑 다를 바가 없으니까. 기분이 복잡했다. 고작 그런 이유로 그렇게 맞고, 수모를 당해온 모아이를 나는 수긍할 수 없었다. 다를 바라니.

 

못, 내가 보아온 풍경은 그런 거야. 내가 사귀는 사람이거나 나와 관계된 사람이라면 모두 아버지나 엄마가 나서서 매수를 해버리는 거야. 친구도, 친구의 부모도, 교사도, 교장도, 심지어 매점의 직원까지도 매수를 하는 거지. 결국 나는 외톨이가 되기로 했어. 더이상 매수된 사람들의 그 느낌을 나는 견디질 못한 거야.

 

제발 부탁인데 못, 나와 계속 탁구를 쳐줘. 이 세계는 매수된 인간들로 가득 차 있어. 노인들에게 매수된 인간들이 또 매수를 하고, 그 인간들이 다시 매수를 일삼는 거야. 심지어 이젠 노인들조차 자신이 도대체 누구까지 매수한 건지 파악을 못할 지경이야. 그래서 언제부턴가 이런 말이 노인들의 입버릇이 된 거지.

 

어떤 말?

〈내가 누군지 아느냐?〉 이 말 들어본 적 있니?

없어.

그래서 널 믿는 거야. 넌 자판기에서 뺀 음료수와 같은 느낌이거든.

너의 할아버지도 그런 말을 했니?

저렇게 되기 전까진 쭉, 그런데 마지막 순간엔 전혀 다른 말을 했어.

어떤 말?

〈그런데 넌 누구냐?〉라고

 

이게 용서가 되니? 매수를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란 말야. 저기… 미안해 모아이, 난 부자가 아니라 그런지 네 말뜻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겠어. 아무튼 탁구를 계속 치는 건 하나도 안 어려워. 나도 탁구가 좋아. 그런데- 매수-에 관해서라면, 글쎄… 실은 나 아까 돈을 받을 때 말야, 이를테면- 매수-되는 느낌이었어. 미안해 모아이, 하지만 탁구를 치는 건 좋아. 또 부자 친구가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고. 매수라니? 그건, 그런 건 매수가 아니야. 전혀 그런 게 아니었잖아. 물론 돈이라곤 해도 겨우 에스키모에게서 검출된 디디티… 아니, 그건 펭귄 정도야, 펭귄. 생각해봐, 펭귄에게 무슨 죄가 있겠냐구. 그런데 모아이, 세상엔 매수되는 게 오히려 다행인 인간들이 얼마든지 있어. 이를테면

 

나 같은 인간이지

 

펭귄도 실은 누군가 매수만 해준다면, 당장 알래스카를 떠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는지도 몰라. 알겠니? 대부분의 인간들은- 매수-를 안해줘서 화가 나고 불만이 생기는 거란 말야. 나만 해도 만약에 네가- 매수-만 해준다면 평생 탁구를 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 어느정도는, 말이야. 어느정도는?

 

어느, 정도는.

 

그리고 침묵이 흘렀다. 중국인 여자가 잠을 깼는지 이층엔 어느새 은은한 조명이 번져 있었다. 나는 순간 모아이의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알 수 없고, 단지 그 순간 칠년을 유충으로 살다가 막 허물을 벗고 나온 심정이 들어서였다. 부스럭, 나는 봉투를 내밀었다. 모아이는 그것을 바라보더니 못, 에스키모와 펭귄은 이런 식으로 지내지 않아-라는 전혀 뜻밖의 말을 건네왔다. 말없이, 그래서 나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렇게 은하수를 보고 있자니, 어디선가 에스키모는 펭귄에게 자신의 부인을 빌려준다는 얘기 같은 걸 들은 듯도 했다. 그래, 그렇다면.나는 다시 봉투를 집어넣었다.

 

너무 늦은 건 아니니? 괜찮아. 부모님은? 글쎄, 워낙 투명한 느낌이라. 순환버스가 오는 정거장까지 모아이는 나를 배웅해주었다. 극해를 건너오기라도 하는지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는 오지 않았다. 정말이지 에스키모와 펭귄처럼, 그래서 우리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윽고 쇄빙(碎氷)의 소음과 함께 한 무리의 아황산가스가 어둠의 바다를 건너오고 있었다. 잘 가, 버스가 도착한 것은 모아이가 잘 가란 인사를 하고 나서도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였다. 때문에 우물쭈물, 나는 잘 있으란 인사를 해야 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어느정도, 그래서 손을 흔드는 모아이에게 나는 미안한 심정이었다. 버스는 막차였다.

 

우두둑 운전수는 목을 한 바퀴 꺾어 돌리더니, 그래도 졸리는지 라디오의 볼륨을 높여놓았다. 나는 열리지 않는 차창 너머로 어둠과, 숲과, 멀리 빛나는 시가지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버스의 진행에 따른 착시였지만, 그래서 그 순간 네온과 아황산가스와 이산화탄소로 뭉쳐진 지저분한 혜성처럼 느껴졌다.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마도 핼리는 더 거대하고 신성한 모습이겠지. 다수인 척 뭉쳐진 저 가스덩어리와는 확연히 다른 그 무엇이겠지, 나는 상상을 거듭했다. 다음달에 핼리가 온다면,

 

핼리가 온다면

 

다음달엔 어떤 일들이 있을까요? 네, 다음달엔 우선 정부가 공시한 새 통일안의 공식 발표가 있을 예정이구요, 또 경제부처와 경제인단체 사이의 긴밀한 협조와 연결을 전담할 핫라인부서가 창설될 전망입니다. 물론 미국 증시의 부양책 발표도 우리에겐 큰 이슈가 될 것 같구요, 그간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던 아시아연합의 발족이 어쩌면 다음달 정상회담을 통해 서서히 가시화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수고하셨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이상한 일이었다. 뉴스는 끝까지 핼리에 관해선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대피요령과 대책, 뭐 그런 거라도 마련하고 홍보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요란한 광고가 시작되었다. 우두둑, 다시 한번 목을 젖힌 기사가 말없이 라디오의 버튼을 꺼버렸다. 이내 버스 속은 기사의 하품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적막한 곳이 되어버렸다. 하루이틀의 일이 아닌 듯, 기사의 졸음운전은 꽤 틀이 잡혀 있었다.

 

우두둑, 그런 느낌의 코너링이 몇번이고 계속되었다. 나는 두려워져, 하지만 어필 같은 대단한 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데, 아무나, 버스엔 지금 아무도 없고, 그래서 더 불안했으므로- 나는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있다가, 애써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우두둑 해서, 그래서 가만히 있다가, 나는 가만히 영작(英作) 같은 걸 해보다가, 그만 가만히

 

저기요, 아저씨

 

라고 말해버렸다. 작은 목소리였는데도 기사가 왜?라며 반응을 보였다. 와이드한 곡면의 룸미러 속에서 기사의 두 눈이 나를 쳐다보았다. 가만히, 어쩔 수 없어져버려, 나는 죄인처럼 일어나 기사석의 뒷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마땅한 어떤 말을 큰 소리로 외치는 것보다는 그 편이 한결 나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니까

 

핼리가

 

뭐? 크게 말해봐. 혹시 핼리혜성이 온다는 뉴스는 없었나요? 핼리, 혜성이라고? 예. 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편이 나로서도 좋았는데 우두둑, 다시 기사가 목을 한번 크게 돌렸다. 갑자기 핼리라니, 정말 놀랐네. 뭐… 그래, 어쨌거나 핼리가 오려면 아직 오륙십년은 더 있어야 할걸. 난데없이 왜 그런 걸 묻는 거냐? 친구가, 친구가 다음달에 핼리가 온다고 해서… 친구가? 예, 친구가. 그거 혹시

 

핼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임, 뭐 그런 거 아니냐? 순간 디디티라도 삼킨 듯 머릿속이 하얘졌지만, 나는 가만히 네, 아, 네네,라고 대답했다. 그렇지. 기사는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운전석의 보조창을 열더니 담배를 꺼내 피워물었다. 아직도 여전하구나. 여전히… 난리들을 치고 말이야. 난리를 치며, 은회색의 담배연기가 혜성의 긴 꼬리처럼 보조창을 빠져나갔다. 혹시 관심이라도 있는 거냐? 가만히,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속으로 다시 몇줄기의 연기가 창문 크기의 우주를 향해 빠져나갔다.

 

나도 한 오년 거길 쫓아다닌 적이 있단다. 꽤 오래전 일이야. 나도 안해본 게 없는 사람인데 말야… 그때는 특히나 그랬고… 경마란 게 있는데… 아냐? 다음에… 돈이란 걸 좀 만져보면 말이다… 지금 내가… 그래서, 어제 잠을… 뭐 동료라는 인간들 중에도 말이다… 세상살이가 그런 거다, 아무튼… 직장동료 마누라를 따먹는 놈이 어딨냔 말이다… 그런데 와서 벨을 누르니까, 응? 아는 얼굴이고… 응? 그래서… 나는 요새 그런 것들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단다. 그건 뭐… 다들 알 테고, 그래서… 나도 그 모임을 부지런히, 응? 그래서 컴퓨터도 배우고 말이야, 아저씨가… 그런데 위가 아프면 말이다, 그것 자체가… 배가 고파도 식사 자체가… 좋아지려나 해도, 또 그게… 또 내일도 운전을 해야 한다는 거다, 이래도 또… 지난번에 뭐 비번인가… 그걸 바꿔가지고, 나 참… 아무튼 얘야.

 

혜성 같은 건 오지 않는단다.

 

그냥 계속… 이렇게 사는 거란다. 알겠니?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기사가 다시 목을 우두둑, 했다. 그래도 넌 운이 좋은 편이야. 내 기억엔 칠십이년인가, 아무튼 그런 주기로 오는데 그럼 한 번의 기회는 있다는 거 아니냐. 내 경우엔 그런 운조차 없었다 이 말씀이다, 알겠니? 그걸 알고서 나도 모임을 관둔 거야. 핼리가 올 때까지 살아 있을 자신이 없어요, 아저씨는. 기사가 다시 목을 돌렸다. 이제는 더이상 소리가 나지 않았다. 왠지 가혹하다는 생각이, 나는 들었다. 밤하늘은

 

그냥 계속… 그렇게 살아도 좋을 만큼이나 광활하고 웅장했다. 서늘한 창에 이마를 맞대고서 나는 빨리 고등학생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빨리 중년이 되고 노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니 빨리 핼리가 와주기를 바랐다. 다행할수록, 삶은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 그래서 짧게, 나는 가혹해지고 싶었다. 많은 별들을 보고 또 봐왔겠지. 수세기나 우주를 떠돈 핼리라면, 과연 지구를 객관적인 잣대로 심사할 수도 있는 거겠지. 이제 더이상 자라지 않는 손톱을 가만히, 나는 물어뜯었다. 가만히

 

핸드폰이 울렸다. 모아이였다. 폴더를 열자 모아이의 메씨지가 은회색의 화면 속에 유빙(流氷)처럼 떠 있었다- 지금 찾아봤는데 펭귄은 남극에만 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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